후이늠과 야후[오후여담]

2024. 6. 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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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슬로건인 후이늠(Houyhnhnm)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신랄한 풍자 소설 '걸리버 여행기'(1726)에 나오는 이성적 덕성을 가진 위대한 말 종족이다.

선상 의사이자 탐험가인 걸리버가 소인국, 거인국, 공중에 떠 있는 라퓨타 등을 거쳐 도착한 후이늠의 나라는 여러모로 작가가 생각한 유토피아다.

또, 인간 야후가 말 후이늠보다 열등하다는 설정은 인간과 동물,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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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논설위원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슬로건인 후이늠(Houyhnhnm)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신랄한 풍자 소설 ‘걸리버 여행기’(1726)에 나오는 이성적 덕성을 가진 위대한 말 종족이다. 선상 의사이자 탐험가인 걸리버가 소인국, 거인국, 공중에 떠 있는 라퓨타 등을 거쳐 도착한 후이늠의 나라는 여러모로 작가가 생각한 유토피아다.

말의 언어로 ‘자연의 완성’을 뜻하는 후이늠은 거짓말을 모른다. 걸리버가 거짓과 속임수에 대해 말하면 후이늠은 “대화는 상대를 이해시키고 정보를 얻으려는 것인데 거짓말을 한다면 정보를 얻기는 고사하고 완전히 모르는 것보다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답한다. 악을 모르고 오직 덕을 지향하며 남녀가 평등한 그곳엔 전쟁도 다툼도 없다.

후이늠과 대척점에 있는 존재가 바로 후이늠의 지배를 받는 인간 야후(Yahoo)다. 검색엔진 야후가 이름을 따온 것으로 유명한 야후는 추악하고 혐오스럽기 그지없다. 걸리버는 후이늠과 야후를 통해 인간세계를 돌아본다. 돈과 권력을 향한 욕망이 넘치고, 귀족은 사치와 게으름 속에 자라며, 정치인은 거짓을 말하는 곳. 그는 인간의 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영원히 후이늠의 나라에 남기를 원한다.

300년 전 작품이지만, 후이늠은 지금 우리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극단으로 나뉘어 싸우는 정치, 일상이 된 편 가르기, 거짓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세태에 여전히 전쟁이 현실이다. 또, 인간 야후가 말 후이늠보다 열등하다는 설정은 인간과 동물,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과학소설(SF)의 효시답게 낯선 후이늠은 특이점을 지나 인간을 넘어선 인공지능(AI)을 상상하게 한다.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도서전에 맞춰 소설가 김연수가 새로 쓴 ‘걸리버 유람기’도 나왔다. 김 작가는 “스위프트가 인간에 대해 깊이 절망했지만… 오래전 멸망했을 인간 사회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점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적”이라며 “절망 속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으러 (책을) 다시 썼다”고 말했다. 해외 19개국, 452개 출판사가 참가해 450여 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도서전에서 책을 통해 후이늠이 던진 문제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희망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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