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맹현철 서울대 남아시아센터 선임 연구원 | 모디 인도 총리 3연임…‘연정’ 숙제 탓 독단 리스크는↓

텃밭 놓친 여당, 과반 의석 확보 실패
중앙 권력 쥐던 모디, 연정 수립해야
모디 독단 리스크 ↓ 경제에는 긍정적

4월 19일(이하 현지시각)부터 6주 일정으로 진행된 인도 총선이 끝나고 6월 4일, 개표와 동시에 당선자 윤곽이 드러났다. 모두의 예상대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고, 6월 9일 취임식을 했다. 자와할랄 네루(Jawaharlal Nehru) 초대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3연임에 성공한 총리가 됐다. 선거 기간에 여당인 인도국민당은400석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고, 여론조사 및 출구 조사 결과는 이 목표가 허황하지 않은 것임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인도국민당은 의석(543석)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240석을 얻는 데 그쳤다. 모디 총리 3연임 성공에도 불구하고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아 든 정부와 여당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텃밭으로 여기던 우타르프라데시와 라자스탄에서 저조했던 득표가 뼈아팠다. 우타르프라데시와 라자스탄은 힌디어권인 힌디벨트에 속하는 주로, 인도국민당이 내세우는 힌두민족주의에 가장 잘 호응하던 곳이었다. 인도국민당은 직전 총선에서 우타르프라데시 80개 선거구 중에서 62개 의석을, 라자스탄 25개 선거구에서 24개 의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엔 각각 29개, 10개 의석에 그치는 결과를 맞이했다. 이 두 곳뿐 아니라 힌디벨트 내 여러 지역구에서 인도국민당은 기대 이하의 결과를 얻었다.
“부자 위한 경제 발전만” 등 돌린 힌디벨트
20세기 초반 인도 10대 도시 중 4곳이 힌디벨트에 있었으나 이 지역은 1990년대 초반 시작된 인도 경제 발전에서 철저하게 소외되며 높은 빈곤율과 실업률 그리고 낮은 주내 총생산(Gross State Domestic Product)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10년 전 경제성장의 열망으로 인도국민당과 모디 총리를 지지했던 힌디벨트 유권자는 모디 정권이 이룩한 경제성장의 성과를 그다지 누리지 못했다. 모디 정권의 성과를 타자를 위한 성장, 특히 부자를 위한 성장으로 인식한 다수 유권자가 인도국민당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힌디벨트에만 국한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올해 3월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인도 발전을 부자를 위한 발전으로 느끼는 국민 비율이 지난 총선보다 많이 증가했다. 모디 정부는 복지 지출을 두 배가량 늘렸으나 이 혜택은 극빈층에 집중됐다. 복지 혜택도 성장의 혜택도 누리지 못한 이들의 이반이 이번 선거에서 인도국민당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은 이유가 됐다.
이와 달리 튼튼한 지역 기반을 가지고 있는 정당은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이미 지역 정치 기반이 확실한 전인도트리나물회의당(서벵골), 드라비다진보당(타밀나두) 등은 이번 선거에서도 건재했다. 인도국민당의 성공과 함께 크게 쇠퇴했던 사마즈와디당(우타르프라데시)도 부활에 성공했다. 인도국민당이 이끄는 국민민주연합(NDA)과 야당 연합인 인디아(INDIA) 모두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의 영향력과 역할이 이전보다 많이 늘어났다.
과반 실패 후 ‘연정 수립’ 숙제 받은 모디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모디 총리와 인도국민당은 연립정권(연정)으로 인도를 이끌어야 한다. 특히 국민민주연합 지역 정당들의 영향력에 크게 주목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연정 수립에 별다른 잡음이 일지 않을 수 있고, 모디 총리의 영향력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국민민주연합은 선거 이전에 구성된 연합이며, 인도국민당의 240석 의석은 과반인 272석에서 약간 모자란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인도국민당이 연정 수립과 운영에 예상외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모디 총리는 강한 권력이 주어졌을 때 이를 기반으로 성과를 낸 정치인이다. 연정으로 정치를 해 본 경험은 부족하다. 반면 연정 파트너 중에는 정치력이 뛰어난 인물이 많다. 독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모디 총리가 능숙한 정치인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떠한 정치력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제조업 육성 지속하고 서민 복지 강화할 듯
이번 총선 이후에도 인도 경제정책의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세 번째 임기는 연정으로 시작하게 됐지만, 모디 총리의 3연임을 가능케 한 요인은 경제성장임이 분명하다. 특히 새로운 모디 정부는 지난 두 번의 임기 동안 추진하던 제조업 육성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것이다. 이번 선거 기간 인도국민당은 제조업 육성 정책에 대한 의지를 반복적으로 재확인했다. 제조업 육성은 모디 정권의 최대 약점인 고용 없는 성장과 빈부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에 가장 좋은 정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 지지를 얻기에도 매우 좋은 카드다. 인도 경제성장을 이끈 민간 소비 활성화와 정부 주도의 자본 지출, 특히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는 세 번째 임기에도 인도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모디 정부는 효율성과 신뢰 관계를 이유로 특정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개발 정책을 실행해 왔다. 이는 경제성장이라는 결과를 가지고 왔지만 소득 격차를 벌리는 원흉이 되기도 했다. ‘모디 3.0’에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기업이 인도 경제개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빈곤층뿐 아니라 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복지 지출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일회성, 선심성 복지 정책에서 벗어나 인도 발전의 장기 과제인 보건과 교육 분야 예산을 늘릴 수 있다. 2월 인도 재무부는 임시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인도 재정 목표로 재정 적자 감소를 내세웠다. 연립정부가 들어서면서만들 예산안의 방향성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국민당 지지에서 이탈한 계층을 잡기 위해서는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제어장치 달린 모디 정부, 경제 발전 호재
그동안 모디 정부는 강력한 중앙 권력을 통한 효율적인 경제 발전을 추구했다. 그러나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이번 선거에서선전하며 영향력을 키웠고, 인도국민당의 연정 파트너 역시 이들 정당이다. 이에 따라 모디 정부는 앞으로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방식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의 협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앞으로는 대형 사업의 인허가 업무가 조금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디 정부의 중앙화 정책은 과거보다 인허가 업무가 빠르고 수월한 점이 장점이었다. 인도 사업에 있어서 정부의 인허가는 지금도 여전히 큰 문제이지만, 중앙화 정책 덕분에 분명 과거보다는 크게 개선된 바 있다.
하지만 중앙 권력의 약화가 단점만 가진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모디 정부는 중요 경제정책을 급격하게 추진하려고 한 적이 있다. 연정이 수립되면 이런 위험 요인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 결과가 인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긍정적이다. 예상을 벗어난 선거 결과에 개표 당일 인도 주가는 크게 하락했으나 곧 회복하며 주가지수는 역대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10년 인도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힌두국수주의가 힘을 얻으며 민주주의는 후퇴했다. 인도 유권자는 인도국민당에 ‘과반에 못 미치는 여당’이라는 선물을 안겨주며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는 제공하는 한편, 연정이라는 제어장치를 달아줬다. 여태 잘하고 있던 정책은 유지할 수 있는 한편 독단으로 치닫는 위험을 견제할 수단을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인도 경제 전망은 더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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