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컬래버노믹스 <31>] 이성형 인간과 감성형 인간의 컬래버가 중요하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2024. 6. 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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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사진 윤은기

10여 년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을 할 때 목격한 일이다. 대통령 주재로 모든 장차관급이 참석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장차관급 인사 전원과 커뮤니케이션 전공 교수 그리고 민간 홍보 전문가까지 90여 명이 참석했다.

오후 늦은 시각 대통령 앞에서 하루 종일 토론한 내용을 보고했다. 최종 결론은 세 가지 원칙으로 정리됐다. 첫째, 진정성을 가지고 홍보한다. 둘째, 팩트(fact)에 입각하여 홍보한다. 셋째, 더 자주 홍보한다.

그다음 주부터 부처별로 대변인의 업적 발표가 잦아졌고,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국정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한 달여가 지난 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국정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국정 홍보를 강화했더니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는 아이러니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그동안 국가 경제가 어떻게 좋아졌고, 무역수지는 얼마나 좋아졌는지, 복지 정책은 얼마나 많이 시행했는지를 알렸다. 이를 보고 들은 국민이 뿌듯한 마음으로 지지를 보낼 줄 알았다. 근데 국민 다수의 속마음은 달랐다. “그동안 이렇게 많은 성과를 냈는데 왜 나는 아무런 혜택을 못 본 거야?”

당시 세미나에도 참석했고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상도 목격한 나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심리학자들과 이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눠보았다. 이런 분석이 나왔다. 진정성을 가지고 사실에 입각해 자주자주 홍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마음속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국정 홍보의 요체는 자랑이 아니고 위로와 공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석유 시추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국민 다수가 손뼉치며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추를 승인했다는 내용이지 성공했다는 게 아니다.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희망 고문’이라고 깎아내렸다. 지금 원유 탐사를 하기도 전에 논란만 증폭된 형국이다. 담당 부처 장관이 발표하고 대통령은 기쁜 일이지만, 지금은 시추 초기 단계이니 차분히 지켜보자고 했더라면 큰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부산 엑스포 유치를 놓고 거의 성공한 듯 보도가 나오다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압도적으로 패하자 허탈감을 안겨줬다. 대통령의 의료 개혁 담화는 무려 51분이나 걸렸지만, 국민 공감 대신 역효과를 불러왔다. 지나친 기대를 갖게 하거나 가르치려 드는 자세 대신 고통을 공감하고 나누려는 마음이 더 중요한데 이걸 간과한 것이다. 퇴임하면 잊히고 싶다고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내서 논란을 자초했다. 업적을 자랑하는 회고록 대신 아쉬움이 컸다는 참회록을 썼더라면 더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우산을 만드는 사람, 우산을 파는 사람, 우산을 빌려주는 사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공감하고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 비를 함께 맞아주는 사람이다. 감성 지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이걸 금방 생각해 내지만, 합리 추구만 하는 사람들은 이게 잘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정부나 여야 정치인들은 법조인 출신이 다수다. 지자체장들도 법조인 출신이 많다. 판사·검사·변호사 출신이 정치하는 법조인 전성시대다. 이들은 이성 지능은 강하지만, 감성 지능은 약한 유형이다. 소통과 공감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국정을 맡고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불통의 시대’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 인공지능(AI) 전쟁에서 앞서가는 테크 기업은 심리학 전공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 개발자 옆에 심리학 전공자를 앉혀 놓고 협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심리적 저항감을 불러오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성과 감성이 만나야 성공하는 세상이다. 이성형 인간과 감성형 인간이 협업하는 체계를 갖춘 조직이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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