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정책의 위험한 非일관성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2024. 6. 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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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6일(이하 현지시각)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 수입품 800여 개 항목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의 환율 조작 의혹, 특허 침해, 미국 투자 해외 기업에 대한 기술력 탈취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면서 미국 수입품 500여 개 항목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나흘 뒤 중국산 제품 6000여 개 품목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했고, 2018년 8월 2일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중국은 미국산 5200여 개 제품에 25% 관세를 확정했고, 미국도 곧바로 25% 관세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후에도 양국의 관세 전쟁은 계속 격화됐고, 중국은 두 차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미국과 중국은 물밑 접촉을 지속하면서 임시 휴전에 합의하기도 했지만, 양국의 관세 갈등은 화웨이 견제, 미국의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 등으로 확대됐다. 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은 중국과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면제를 연장하는 등 화해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등을 규제 대상으로 재등록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은 다시 시작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 정책을 추진했고, 양국의 갈등은 무역 분쟁을 넘어 기술 패권 전쟁으로 비하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중국을 완전 배제하는 디커플링에서 중국발 리스크를 줄이는 디리스킹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양국의 긴장 관계는 지속되고 있다. 필자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정치적 공격을 시작한 것”이라며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기술 전쟁을 불러일으킨 걸 넘어 과도한 중국 혐오증을 만들어 냈다”라고 지적했다.
필자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의 과잉생산 능력에 의존하면서도, 이를 두려워하는 미국 무역정책의 비일관성이 세계를 더 나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셔터스톡

미국은 일관된 무역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무역정책을 펼친다고 하지만, 사실상 정치적 전략에 가깝다. 당연히 중국도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고 있다. 미국은 주요 7개국(G7)에,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에 의지하는 두 초강대국이다. 양국 간 무역 갈등은 동맹국의 참전으로 다양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이 가운데 경제적 디커플링은 가장 작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무역 갈등의 첫발을 내딛고 보호무역주의를 키운 데 대해 비난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미·중 무역 갈등은 두 명의 대통령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개방 경제에서 대외 무역의 역할에 대한 수십 년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뉴욕대 경제학 박사, 전 연방 준비제도이사회 연구원, 전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 현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 프로젝트신디케이트

미국, 경제 불황 이유 외부로만 돌려

정치인들은 무역수지 균형을 흑백 논리로 본다. 흑자는 좋고 적자는 나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미국은 1970년 이후 2년을 제외한 모든 기간에 상품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 적자는 일자리, 기업, 지역사회, 소득에 압박을 가하는 견실한 경제에 누수의 원인이 되는 나쁜 것으로 간주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 정치인들은 자신을 다른 사람의 범죄로 인한, 불운한 희생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1980년대에는 일본이 주범이었고, 이제는 중국이 그렇다. 미국은 WTO를 비난하면서, ① 지난 5년 동안 WTO 상소 기구의 임명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WTO를 무력화시켜 왔다.

비난은 경제학이 아니라 정치에 관한 것이다. 경제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국민소득 회계의 기본 전제, 즉 한 국가의 무역수지는 투자와 저축의 차이와 같다는 사실을 즉시 배운다. 저축이 부족한 경제가 투자하고 성장하려면 해외에서 잉여 저축을 빌려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수지와 무역수지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개념은 미국 경제에 딱 들어맞는다. 2023년 미국의 순 국내 저축률(개인, 기업, 정부 부문의 감가상각 조정 저축을 합한 수치)은 국민소득의 -0.3%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균인 6.4%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일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까지 딱 한 번 있었다.

이는 무역에 대한 정치적으로 불편한 판결로 이어진다. 저축이 부족한 미국은 국민소득 계정 항등식(GDP=소비+투자+정부 지출+수출-수입)에 따라 막대한 대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 상품 무역 적자는 GDP의 3.9%로 전후 평균인 각각 1.3%와 1.7%의 두 배가 넘었다. 결국 국내 저축 부족이 없었다면 무역 적자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부족분은 대부분 미국 내에서 발생했다. 이는 국민소득 계정에서 마이너스 저축으로 계산되는 대규모 연방 예산 적자의 결과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기로 2020~2021년 GDP의 13.3%로 급증한 재정 적자는 2022~2023년에도 GDP의 5.8%로 1962년부터 2019년까지의 평균 3.2%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또한 의회 예산처의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재정 적자 비중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적자 책임, 중국 탓으로 돌려

이런 결과는 중국의 잘못이 아니다. 미국 정치인들의 의식적인 결정의 결과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기간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 확대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렸다. 1999~2015년,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에서 중국의 비중이 20%에서 50%로 치솟았다는 점을 집중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긴 후 (중국산에 대한) 추가 관세가 곧바로 부과된 배경이다.

이런 전략은 한 가지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 관세로 인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상품 무역 적자는 1388억달러(약 191조5162억원)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미국의 전체 상품 무역 적자는 1810억달러(약 249조9438억원) 늘었다. 이는 저축률이 하락하는 국가에서 예상할 수 있는 수치다. 중국과 교역을 제외한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는 멕시코, 베트남, 캐나다, 한국, 대만, 인도, 아일랜드, 독일로부터의 순수입이 급증하면서 2018년부터 2023년까지3190억달러(약 440조1562억원) 증가했다.

다시 말해 유권자들에게 무역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득하려는 미국 지도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해결책’이라는 개념 자체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중국을 겨냥함으로써 미국은 저비용 생산국에서 고비용 국가로 무역을 전환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을 악화시키는, 미국 소비자에 대한 세금 인상과 동일하다. 동시에 미국은 국내 저축을 더욱 감소시켜 무역 전환을 증가시키는 대규모 재정 적자에 만족하고 있다.

무역 갈등 사이버 전쟁 위험 키워

무역 갈등으로 인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정치적 공격을 시작했다.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기술 전쟁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중국 혐오증으로 인해 사이버 전쟁의 위험도 커졌다.

게다가 미국은 전기 자동차, 태양열 패널, 배터리 등 미국이 비교 우위가 거의 없는 모든 분야를 겨냥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이른바 ② 미국 무역법 301조 관세를 또다시 발표했다. 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친환경 에너지 목표 달성에 타격을 줄 것이다. 또한 위선의 냄새도 풍긴다. 결국 중국의 대체에너지 이니셔티브에 대한 부당한 보조금 지급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테슬라 같은 기업들에 오랫동안 혜택을 준 관대한 미국의 보조금을 간과하고 있다.

자유무역과 세계화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었다. 저축 위주의 무역 적자에 허덕이고, 국가 안보 편집증에 빠져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의 과잉생산 능력에 의존하면서도, 이를 두려워하는 미국 무역정책의 비일관성이 세계를 더 나쁜 곳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글로벌 스튜어드십은 엉망이 되었고 강대국 간 갈등의 위험은 이제 ③ 1930년대를 연상시키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하고 있다.

① WTO는 상소 기구를 통해 무역 분쟁 심의를 진행한다. 그런데 2019년 7월 미국이 미·중 상계관세 분쟁에서 중국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에 반발해 WTO 상소 기구 위원 임명을 거부했다. WTO 상소 기구 위원은 총 7명으로, 제소된 무역 분쟁을 심의하기 위해서는 최소 3명 이상의 위원이 필요하다. 2019년 12월 남아 있던 3명의 상소 기구 위원 중 2명의 임기가 끝나면서 인준 절차가 필요하지만, 미국이 위원 임명을 거부하면서 WTO 상소 기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WTO 상소 기구 위원은 164개 회원국의 인준을 받아 임명할 수 있는데, 미국이 위원 임명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WTO 체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② 미국이 1974년 다른 나라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항하기 위해 무역법상의 조항을 강화한 형태로 만든 301조 조항을 말한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이 미국을 차별하거나 무역상의 합의를 준수하지 않거나 또는 비합리적인 관행을 갖는 경우 미국은 그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상대국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미국은 ‘보복 조치’를 강구할 수 있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불공정 무역 관행을 취한 국가 또는 국제무역 전체로 보복 조치에 나서고 있다.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③ 1929년 제정된 미국의 스무트 홀리 관세법에 따른 1930년대 대공황을 말한다. 스무트 홀리 관세법은 최대 2만여 종의 수입품에 최고 59%의 관세율을 매기면서 1930년대 대공황을 촉발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해당 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이미 전 세계경제는 침체기에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무역 장벽이 더 높아지면서 상황은 악화했고, 결국 1930년대 대공황을 불러왔다. 스무트 홀리 관세법은 국제무역 환경을 크게 변화시키면서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초래한 관세법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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