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적고 계약기간 짧은 ‘코리빙’이 뜬다

2015년 첫 등장 이후 약 8350억원 국내외 규모 투자 이뤄져
1인 가구 증가·전세 사기 급증에 따른 월세 보편화로 수요 늘어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SK디앤디가 운영하는 코리빙 주거 브랜드 '에피소드'의 '에피소드 용산 241' ⓒ SK디앤디 홈페이지 캡쳐

국내 코리빙(공유주거) 시설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현재 서울 소재 코리빙 시설의 수용 가능 인원이 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진출이 잇따르며 국내 코리빙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세빌스코리아는 24일 발간한 '2024년 한국 코리빙 리포트'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코리빙 시설은 올해 5월 기준으로 7000여 명이다. 이는 단기성 숙박 시설을 제외한 규모로, 앞서 2015년 코리빙 시설이 국내 처음 등장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가파른 성장세라는 분석이다.

국내 코리빙 시설에 대한 누적 투자 규모는 숙박 시설을 제외하고 약 8350억원에 이른다. 초기 코리빙 시설은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 위주로 개발·운영됐으나, 최근에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이 눈에 띄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영국 자산운용사 ICG는 국내 코리빙 시설 개발을 위해 약 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설정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하반기 국내 운영사인 홈즈컴퍼니와 '홈즈스테이 수원'과 '홈즈스테이 지밸리가산'을 열었다.

또, 글로벌 사모펀드 KKR은 홍콩계 임대주택 공급 기업인 위브리빙과 손잡고, 서울 영등포구 소재 더스테이트 선유 호텔을 사들였다. KKR과 위브리빙은 해당 호텔을 리모델링 해 코리빙 시설로 운영할 계획이다. 글로벌 코리빙 기업 코브(Cove)도 아너스자산운용과 합작법인 '코브 코리아'를 설립, 한국 내 코리빙 사업을 위한 사업 모델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 투자사의 직접 매입이 아닌 임대 및 위탁 운영 사례까지 포함하면, 코리빙 시장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이처럼 코리빙 시설이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한 배경으로는 1인 가구 증가와 전세 사기 문제로 인한 월세 보편화가 지목된다. 아울러 입주민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전문 운영 업체의 시장 참여가 양질의 주택을 선호하는 임차인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다양한 국내외 투자자의 진출로 코리빙 공급 및 시장 규모가 더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임차인에게는 코리빙의 특징인 유연한 계약 기간이 장점이지만, 운영 측면에서 이는 일정하지 않은 임대 수익과 세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라는 단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 수익률 제고를 위해 1인 가구 거주 수요가 풍부한 지역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대학가나 산업 단지 인근 등이 이러한 조건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리서치&컨설턴시 본부 전무는 "코리빙은 낮은 보증금과 전문 운영 업체와의 임대차 계약이라는 큰 이점으로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임대형 기숙사와 관련된 건축법 개정에 힘입어 공급이 가속화되면 향후 다양한 입지에 코리빙 시설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