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지닥 갈등 격화… “위믹스 먹튀” vs “박관호 사기 정황 발견”
위메이드 “지닥이 위믹스 800만개 안 돌려줘”
김남국 파문 이후 또 구설수…위믹스 가격에 악재
가상자산 ‘위믹스’를 발행하는 게임 제작사 위메이드와 코인 거래소 지닥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가 지닥을 통해 매입했던 800만개의 위믹스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지닥은 “박 대표의 사기, 시세 조종, 자금 세탁 정황이 발견돼 형사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지닥은 지난 2022년 말 위믹스가 유통량 허위 공시 문제로 가상자산거래소협의체 ‘닥사(DAXA)’로부터 상장 폐지 처분을 받았을 당시 유일하게 거래를 지원했던 거래소다. 서로에게 우군(友軍)이었던 양측의 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위메이드의 시세 조종, 자금 세탁 사실이 드러날지에 대해서도 가상자산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지닥, 위메이드 고소 예고… “사기·시세 조종·자금 세탁 발견”
지닥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박관호 대표가 투자자 기망과 사기, 시세 조종, 자금 세탁, 불공정 거래 등을 저지른 행위가 발견돼 법적 조치를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또 “박 대표의 소명을 장기간 기다리고 있었지만, 전혀 답이 없어 형사 고소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앞서 박 대표가 위믹스 회수를 거부당했다며, 지닥을 비판한 데 대해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표는 지난 3월 29일 열린 위메이드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닥에 수탁한 1100만개 중 출금되지 않은 800만개의 위믹스를 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지닥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지닥이 위믹스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감추려는 것인지, 위믹스의 가치를 고의로 떨어뜨리려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닥은 지난해 4월 해킹을 당해 당시 시가로 2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가상자산을 탈취당했다. 당시 사라진 가상자산 가운데 위믹스 물량은 1000만개에 달했다. 지닥은 자체 자금을 투입해 고객의 자산을 보전하겠다고 했지만, 박 대표는 1년이 지나도록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위메이드는 3월 주총 이후 아직 지닥으로부터 800만개의 위믹스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닥이 회수 물량을 하루 1만6000개로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지닥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재 지닥의 출금 서비스는 전회원에게 동일하게 정상 지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위믹스 폭락했는데 또 구설수… 위메이드 “지닥 저의 의심돼”
위메이드 측은 지닥의 고소 진행 상황을 보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껏 위믹스를 돌려주지 않아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힌 지닥이 갑자기 피해자인 위메이드를 고소하겠다고 나선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믹스는 닥사로부터 상폐 조치를 받은 후 1년 만인 지난해 12월 빗썸과 고팍스 등의 거래소에 잇따라 재상장됐다. 빗썸이 거래 지원을 재개한 지난해 12월 12일 가격은 6200원이었다. 당시 박 대표가 지닥으로부터 1100만개 전량을 회수해 매각했다면 680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위믹스는 올해 3월 중순부터 지금껏 계속 약세를 보였다. 24일 현재 가격은 1410원이다. 지닥으로부터 위믹스의 회수와 출금이 지연되면서, 박 대표는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게 위메이드의 주장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지닥이 난데없이 박 대표를 겨냥해 고소를 예고한 것은 위믹스 반환에 대한 책임을 면하고 분쟁의 초점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목적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지닥의 고소로 실제 박 대표에 대한 수사 당국의 조사가 진행될 경우 위메이드의 경영이 또다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재 가격을 반등시킬 만한 호재가 없어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위믹스도 재차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5월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대량 보유·매매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위믹스를 이용해 부정한 행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시 위메이드를 이끌었던 장현국 전 대표를 만나 “위믹스로 김 의원에게 입법 로비를 하고 자금 세탁을 도왔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다만 장 전 대표의 해명으로 형사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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