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번째 출전 끝에 메이저 우승 양희영 "메이저 2승 도전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에 75번째 출전해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안은 양희영이 이제는 두 번째 메이저대회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에서 서매미시의 사할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희영은 우승자 기자회견에서 "늘 메이저대회 우승을 갈망했다. 은퇴하기 전에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마침내 해냈다"면서 "내가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했으니 앞으로도 더 노력해서 다음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LPGA 투어 메이저대회는 7월 11일 개막하는 아문디 에비앙 챔파언십과 8월 15일부터 열리는 AIG 여자오픈까지 2차례 더 열린다.
양희영은 LPGA 투어에서 17년째 뛰면서 이번 우승 전까지 메이저대회에 74차례 출전해 준우승 2번, 톱5 입상 12번, 그리고 톱10 진입 21번 등의 성적을 올리며 적지 않은 우승 기회를 맞았지만, 우승까지 이르는 데는 실패했다.
양희영은 "그동안 메이저 우승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놓쳐 아주 아쉬웠다. 기회를 자꾸 놓치니 우승에 가까워지면 겁을 먹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고 그동안 메이저대회와 악연을 털어놨다.
또 "코치 선생님께 누군가가 '양희영은 메이저대회에서 영영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듣게 해서 정말 미안했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2타차 선두로 시작해 한때 7타차까지 달아나 여유 있는 우승을 거뒀지만, 양희영은 경기 도중 캐디한테도 '너무 긴장된다"고 하소연할 만큼 긴장을 떨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1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경기 내내 이렇게 긴장된 적이 없었다.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는 양희영은 "솔직히 순위표도 안 봤다. 끝날 때쯤 봤는데 장갑 벗을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각오로 집중했다. 그런데 18번 홀 그린에 올라와서도 떨리더라"고 말했다.
양희영은 이런 긴장감을 한 홀만 잘 치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겨냈다고 밝혔다.
"골프 코스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내가 해왔던 것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번 배웠다"는 양희영은 "내가 준비한 대로, 내가 해왔던 대로만 하자는 말을 수천 번도 넘게 반복했다. 골프는 단순해져야 한다. 이번 홀만 잘 치자는 말로 스스로를 세뇌했다"고 말했다.
16번 홀 3퍼트 보기에 이어 티샷이 물에 빠진 17번 홀(파4)에서도 양희영은 "괜찮다, 이것만 잘 넘기고 다음 홀 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고 소개했다.
끝까지 집중하고 잘 마무리해서 우승까지 이르렀다는 양희영은 이번 우승의 원동력으로 쇼트게임을 꼽았다.
"샷도 좋았지만 파세이브를 너무 잘했다"는 양희영은 "(그린 주변) 쇼트게임을 잘했다. 5번 홀 칩샷 버디 때도 치기 전에 들어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양희영은 이번 우승이 그동안 들인 노력에 코치, 캐디와 힘을 모은 결실이라면서 "골프는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가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좋은 배움의 대회였다"고 돌아봤다.
34세의 양희영은 "어떤 날은 골프가 너무 쉽고 재미있게 느껴지고, 어떤 날은 빨리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 "오랫동안 골프를 하면서 의욕을 잃었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지만 그건 다 거짓말이다. 여전히 경기를 많이 즐긴다"고 다시 한번 도약을 다짐했다.
양희영은 또 극적으로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사실상 따낸 데 대해서도 벅찬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을 대표하고 싶었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이 올해 큰 목표 중 하나였다"는 양희영은 "최근 대회에서 연속 컷 탈락을 하고 세계랭킹이 내려가서 대표팀에 뽑힐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번 우승으로 해냈으니 정말 감사하다.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양희영은 우승을 확정하자 그린으로 달려 나와 샴페인을 뿌리며 축하해준 고진영, 김효주, 이미향 등 후배들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다. 정말 멋진 친구들"이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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