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변전소' 설치 갈등…국토부 "드라이기보다 전자파 낮아"

이연희 기자 2024. 6.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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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량리동·부천 상동 주민들 반발에
양재 매헌전철변전소서 전자파 측정 시연
권고기준 83.3μT…변압기 옆 2.7μT·지상 0.04μT
청량리·부천 주민 반발…국토부에 직권취소 요청
"사업취소 검토할 사항 아냐…주민과 협의할 것"
[서울=뉴시스] 이연희 기자 = 차두표 국가철도공단 GTX-C사업단태스크포스(TF) 단장이 지난 21일 서울 양재시민의숲역 매헌변전소 대합실에서 철도변전소 전기장 측정 시연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06.24. dyhle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 C 노선 변전소 입지를 놓고 서울 청량리동과 부천 상동의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가 직접 도심 속 철도변압기의 전자파 검사 결과를 직접 공개하며 인체 무해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2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21일 출입기자단과 함께 서울 양재시민의숲역 지하 4층에 위치한 매헌변전소를 찾아 변압기 옆과 지상에서 전자파 검사를 시연했다.

전자기장 프로브로 주변압기 옆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는 2.8~3.0마이크로테슬라(μT), 50m 떨어진 지점에서는 0.2μT, 지상(25m 상부)에서는 0.04μT로 떨어졌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비전리방사보호위원회(ICNIRP)가 권고하는 자계 기준치인 83.3μT보다 낮은 수치다. 현장에서 비교를 위해 실시한 시연에서도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헤어드라이기(16μT)와 전자레인지(38μT)보다도 낮다.

[서울=뉴시스] 이연희 기자 = 위 사진은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이 지난 21일 매헌변전소 주변압기 옆에서 프로브(노란색)로 전자기장 검사를 실시하는 모습. 아래 사진은 PC에 자계 측정 결과가 출력된 것으로, 우리나라 전기설비 권고치(83.3μT)의 3.6% 수준인 2.8~3.0μT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4.06.24. dyhle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극저주파 자기장 전문가인 김윤명 단국대 명예교수는 "전자계에 대해 일각에서는 발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세계보건기구(WHO)의 '2007년 국제 전자계 프로젝트 연구결과 발표'에 따르면 일반인에게 노출되는 극저주파 전계는 건강문제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자계는 높은 수준의 단기간 노출은 국제노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낮은 수준의 장기간 노출에 대해 암이 진전된다는 생체작용은 밝혀진 바 없으며, 동물연구에서도 인과관계는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철도공단이 시연 장소로 택한 양재시민의숲역 매헌변전소는 이번에 논란이 된 GTX-B, C노선 변전소와 전기 공급설비 및 운영방식도 동일하다. 지하 4층에 주변압기 2대가 있으며 청량리 변전소와 동일한 깊이에 위치해 있다.

청량리동과 상동 주민들이 변전소 설치에 반발하는 이유는 고용량 전압기 시설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면 발암 등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청량리 GTX-C노선 변전소는 청량리역롯데캐슬 아파트단지가 36m 거리에 있고 40m 거리에는 국공립어린이집이 위치해있다. 현재 테니스장 위치에 들어설 예정이며 GTX-C노선 운영을 위한 관리소와 함께 설치 예정이다.

이 같은 소식을 알게 된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동대문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량리역 변전소 및 점검 수직구(엘리베이터) 설치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국토부와 시행사인 GTX-C 주식회사에 제출했다. 지난달에는 국토부에 "아파트 바로 앞(약 36m) 초고압 변전소 설치는 부당하다"며 국토부에 변전소 건립 직권취소 및 이전을 요청한 상태다.

부천시도 GTX-B 변전소가 상동호수공원 지하에 설치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지난해 말부터 반발이 커졌다. 부천시는 물론 인근 인천 부평구도 설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청량리 GTX-C노선 철도변전소(위 사진)와 부천 상동 GTX-B 철도변전소 위치(아래 사진) 및 인근 아파트단지 등 주요 시설물의 위치. (자료=국가철도공단 제공) 2024.06.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국토부는 기술적으로 변전소가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은 만큼 GTX 변전소 건립을 백지화하거나 이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GTX 노선이 도심에 설치되다 보니 변전소도 노선 중간쯤 도심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에 주택가에서 먼 곳을 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내 철도변전소는 17개가 있다. 이 중 12곳은 운영 중이고 3곳은 공사 중, 이번에 논란이 된 청량리와 부천 상동 2곳은 설계 단계다. 의정부전철변전소는 인근 아파트단지와 50m, 마석전철변전소는 요양원과 70m 거리에 있다. 한국전력의 변전소는 106개로, 철도변전소(154㎸)보다 전압이 높은 345㎸ 전압을 다루는 변전소도 4개가 있다. 현재 도곡동과 신당동의 주거지 지하에도 변전소가 운영 중이다.

서정관 국토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과장은 "한전 변전소도 국가 보안시설로 생활·주거시설 가까운 곳곳에 위치해 있지만 안전하게 문제 없이 운영 중"이라며 "동대문구 등 지자체와 협의 중이며 사업 취소는 검토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변전소 위치와 영향 관련해서는 주민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철도변전소의 자계 수치는 권고수준 범위에 있으나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발암물질과 관련해 5개 집단으로 분류했다. 이 중 고압송전선로 등 극저주파 자계는 실험 결과 영향이 없으나 가능성이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는 '그룹2B'에 포함돼 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네덜란드는 어린이와 노약자 등이 긴 시간 머무는 학교나 병원, 유치원 등이 있는 지역은 민감지역으로 정해 더 엄격하게 관리 중이다. 네덜란드는 선제적인 주의 차원에서 하루 14~18시간 1년 이상 장기간 체류하는 지역은 0.4μT를 넘지 않도록 권고했다.

서 과장은 변전소의 화재 발생 우려에 대해 "변전소는 화재 위험이 거의 없을 뿐더러 화재 예방을 위해 각종 화재감지시설을 함께 설치한다"며 "화재가 나더라도 아파트 주민들에게 가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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