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급 헬스장, 치솟는 사무실 공실률 비집고 존재감 과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와중에 과거 사무실용으로 임대됐던 공간이 ‘고급 헬스장’으로 탈바꿈 중이다. 이들 고급 헬스장은 최첨단 장비는 물론 최상급 강사진이 마련한 각종 강의는 물론 호텔급 수건과 비누 등을 갖춰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여기다 각종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집과 직장 밖에서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제3의 장소’가 되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뉴욕 허드슨강을 따라 위치한 고급 헬스장 ‘첼시 피어스’(Chelsea Piers) 회원들은 44피트(약 13.4m) 높이의 천장과 강변을 따라 열리는 헬스장 라운지, 공동 작업 공간에서 운동 전 또는 운동 후 업무를 본다. 이곳에서는 회원들을 위한 수업, 워크숍 등의 이벤트도 열린다. 첼시 피어스 근처에는 2019년 문을 연 또 다른 고급 헬스장인 이쿼녹스(Equinox)도 있다. 인근에 있는 ‘라이프 타임’(Life Time)이라는 이름의 고급 헬스장은 운동 전에 유료로 자녀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헬스장 안에는 ‘라이프 타임 워크’(Life Time Work)라는 공동 작업 공간도 있다. 이곳에는 고급 가구로 분류되는 허먼밀러 책상이 구비돼 있다. 회원들은 작업 공간의 종류와 위치에 따라 한 달에 수백~수천 달러의 회원비를 낸다.
NYT는 “대부분 호텔이나 사무실에 딸린 편의시설이었던 헬스장이 이제 호텔급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며 “고급 헬스장은 더 이상 땀을 흘리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체육관이자 레크리에이션 센터, 이벤트 공간은 물론 미용실과 스파 겸 호텔과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내 고급 헬스장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불황을 타고 등장했다.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부동산 소유주들이 많은 공간이 있어야 하는 헬스장 임대에 사활을 건 결과다. 라이프 타임과 첼시 피어스는 20~25년 동안 임차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받았다. 뉴욕 대부분 상업용 사무실의 임대 기간이 통상 5~15년이고, 사무실 임대 기간은 최대 10년이라는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다 헬스장은 주거용 건물과 사무실 건물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유동 인구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준다.
첼시 피어스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샘 번스타인은 “과거 2층 또는 3층은 보통 세무 회사나 은행 등 사무실 공간으로 쓰였기에 헬스장에 돌아오는 공간이 없었다”며 “상업용 부동산 불황으로 이전에 헬스장에 주어지지 않았던 공간이 열렸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백화점, 사무실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고급 헬스장을 위한 공간이 생긴 것이다. 고급 헬스장은 보통 3만~17만5000제곱피트(약 2787~1만6258제곱미터)를 필요로 하고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 경향이 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회사인 트렙(Trepp)에 따르면 이쿼녹스가 뉴욕에 연 헬스장의 평균 크기는 약 4만3000제곱피트(약 3995제곱미터)다. 이쿼녹스는 이런 규모의 헬스장을 뉴욕에만 41개 운영한다. 뉴욕의 대중 헬스장인 ‘뉴욕 스포츠 클럽’(New York Sports Club) 크기가 약 2만5000제곱피트(약 2322제곱미터)라는 것과 비교하면 두 배 크기다.
물론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미국 경제 상황에서 고급 헬스장이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크리스 허스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뜨거울 경우 고객이 높은 회원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급 헬스장 사용료는 비싼 편이다. 라이프 타임 워크 회원권은 한 달에 588달러(약 81만 원)다. 여기다 책상을 빌리는 데 776달러(약 108만 원), 개인 사무실을 대여하면 한 달에 1958달러(약 272만 원)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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