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민심 되찾아야 주도권, 정부 `태도` 고쳐야…방구석 여포는 안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대표 출마 선언 이튿날에도 "집권당·정부 심판모드를 국민께서 거두고 계시지 않다"며 "빙빙 돌려 말해서 말 다 끝나도 무슨 얘기했는지 서로 간 해석해야 되고 훈민정음 해례본 만들어야하는 식의 화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저는 선명하게 말씀드린다"고 직언을 이어갔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2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채 상병 특검법으로 대통령실과 관계에서 각 세우는 모습이 당심(당원투표) 80% 전당대회에 부담스럽진 않느냐'는 질문에 "표 계산 면에선 (자제하는 게) 맞을지 모르지만 정치는 꼭 표 계산만으로 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출마선언에서 특별검사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채 상병 특검법 대안 발의를 공약한 배경으로, 더불어민주당 주도 특검법은 '선수가 심판을 고르는' 정쟁용 법안이라며 "(공수처 수사 종료 이후 논의라는 등) 조건을 달지 않고 합리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으로 이 문제를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하기 어렵다고 말한 이유로는 "안보와 보훈은 보수의 강점인데도 보수정권 하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걸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징병제에서 좋든 싫든 청춘을 바쳐야하는 구조에서 그분들을 충분히 예우하고 재발방지책 확실히 만들고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군에 자제분들을 보낸 부모님들께도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당이 민주당 특검법 독소조항 등을 지적해온 데대해선 "특검 반대 논리는 법적으로 타당하다. 말이 잘못됐단 뜻은 아니다"면서도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실기했단 점들을 감안하면 단순히 그런 법적인 논리로 특검은 안 된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합리적인 대안, 정면돌파로 국민께 선택지를 드리지 않는다면 지금의 국회 구조에서 과연 민주당의 저 이상한 법안이 통과되는 걸 확실히 막을 수 있나"라며 "제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민심에 반응하고 뜻을 충분히 고려하는 낮은 모습, 정면돌파하고 논란을 종결시키는 대안제시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권당과 정부가 비판받은 지점은 주로 '태도'였고 '방향' 자체가 틀리단 건 아니다"며 "우린 민심이 하라는 것만 하고 하지 말라는 건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이행하기에) '불편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뛰어넘어야 한다. 그게 당정관계를 합리적으로 쇄신하고, 실용적이고 토론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명품백 수수 의혹 처벌 주장에 대해선 검찰 수사 중으로 '특검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회추천 특별감찰관 임명과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를 제안한 이유로는 "투명한 관리"라며 "안 만들 이유는 뭔가", "대통령실에서도 이걸 충분히 검토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대통령실에 반문했다.
한 전 위원장은 "민심에 더 세심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정치적 리더십은 같은 방향으로 가더라도 그 방향에서 나올 수 있는 협곡이나 늪을 잘 피해갈 수 있고 바다가 나오면 뗏목을 만드는 디테일이 있다"면서 "(정부가) 국민께 '통보하듯이'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이해하실 때까지 끈질기게 설명드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국민눈높이를 강조한 이유로 "민심을 되찾아오고 민심의 편에 선다는 건 결국 주도권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우린 108석 정당이다. 국민 마음을 얻는 것 말고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있나. 국민 마음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몸부림"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일각의 특검법 반응에 대해선 "익명이겠지요"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는 입장을 낸 배경으론 "당정 어떤 일방이 주도, 아주 강력한 힘으로 견인하는 관계가 되면 소통과 토론 과정이 생략된다"며 "국민을 위해 조금 더 유능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능해지기 위해 당정이 수평적으로 토론하고 거기에서 좋은 해법을 내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신이 당대표 되면 대통령실과 관계 파탄난다'는 공격에 대해선 "우리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방식에 이견이 있을 때 치열한 토론이 생길수도 있다. 서로 그걸 피하기 위해 그냥 '분위기 좋게 넘어가자'하는 건 국민을 위해 좋은 해법을 내는 방식이 아니다"면서 "당의 입장을 강요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선 유권자 연합 복원' 주장의 근거로는 "지난 대선에서 저희를 찍어주신 분들은 저희를 전폭적으로 좋아하는 분들만 모인 게 아니다"며 "다양한 사람이 저희를 다양한 이유로 지지하게 해줘야만 이길 수 있다. 우리 지지층의 대단한 강점이 유연성과 포용성, 전략적 판단이다. 어느 하나의 도그마만 갖고 모이는 게 아니다"고 역설했다.
한 전 위원장은 나경원·윤상현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당권경쟁에 관해선 "지나친 비방이나 네거티브는 안 하는 게 맞다. 저도 그러지 않을 생각"이라며 "우리 당 문제로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는 게 '당내 싸움에선 여포같고, 당밖 중요한 이슈로 국민을 위해 맞설 땐 잘 보이지 않거나 순둥이가 된다'는 말씀"이라고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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