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류현진 선배’라고 적어서 공 달라고…” KIA 김도영의 20-20 감격, KBO 괴물의 세대교체 선언[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투수 ‘류현진 선배’라고 적어서 공 달라고…”
KIA 타이거즈 김도영의 생애 첫 20-20은 그 자체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1996년 박재홍, 1999년 이병규, 2000년 박재홍, 2015년 에릭 테임즈에 이어 전반기 5번째 대기록이다. 이들은 예외 없이 30-30으로 갔다. 1996년 박재홍을 제외하면 3-30-30을 해냈다.
아울러 타이거즈 역대 12번째이며, 타이거즈 국내선수로는 2003년 이종범 이후 21년만이다. 김도영이 진짜로 제2의 이종범이라고 할 만한 이유가 생긴 셈이다. 김도영은 감격에 젖어 “이종범 선배님 다음에 내 이름이…”라고 했다.
이밖에 최연소 2위, 최소경기 공동 3위 20-20이다. 김도영이 자연스럽게 도전할 30-30의 경우 2015년 테임즈의 112경기가 최소경기 기록이다. 벌써부터 1997년 이종범, 1999년 이병규, 1999년 제이 데이비스, 1999년 홍현우, 2000년 박재홍, 2015년 테임즈에 이어 역대 7번째 3-30-30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여기서 빠트린 포인트 하나가 있다. 김도영의 20-20 제물이 무려 류현진(한화 이글스)이었다는 점이다. 김도영은 23일 한화 이글스와의 광주 더블헤더 1차전서 0-5로 뒤진 4회초 선두타자로 등장, 류현진에게 볼카운트 1B1S서 3구 125km 체인지업이 한가운데로 들어오자 풀스윙, 비거리 130m 중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류현진이 누구인가. KBO리그 원조 괴물이자, 메이저리그에서 78승을 쌓고 올해 금의환향한 리빙 레전드다. 김도영은 그런 괴물을 상대로 자신이 ‘뉴 괴물’임을 선언했다. KBO 괴물의 세대교체를 고하는 한 방이라는 의미도 있다.
김도영은 “그래도 어렵게 승부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류현진 선배님이 고개를 계속 흔드시길래 ‘내 정보를 약간 알고 계시구나’ 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두 번째 타석에선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승부를 한다고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갔다”라고 했다.
KIA는 김도영의 20-20 공을 습득한 듯하다. 김도영은 웃으며 “너무 영광스럽다. 아까 그랬다. 공에 ‘투수 류현진 선배’라고 적어서 달라고”라고 했다. 기념구에 날짜와 상대 팀, 장소 등을 기입하는데, 특별히 투수가 류현진이었다고 강조해달라는 의미.
그래도 김도영은 류현진을 상대해보니 “확실히 다른 것 같다. 공이 좀 달라서 놀랐다. 20번째 홈런을 류현진 선배님에게 쳐서 너무 영광스럽다. 내가 감이 괜찮은지 직구 타이밍에도 체인지업이 걸리는구나 싶더라”고 했다.
김도영은 20번째 홈런을 치고 별 다른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팀이 뒤진 상태이기도 했고, 류현진에 대한 작은 배려이기도 했다. 김도영은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라 별로 할 생각이 없었다. 또 다음 기록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큰 세리머니는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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