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스토리텔링 하는 법] <4> 가슴 설레는 시점을 잡아라
영웅이 소명을 깨닫고 드림팀을 꾸렸다면, 일을 시작하고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영웅이 영웅인 이유를 드러내고, 드림팀이 모인 까닭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꼭 첫 과업은 아니더라도, 영웅과 드림팀은 몇 번의 시도로 스스로 잡은 시한 안에 서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이 '대박'을 칠 가능성을 가늠하는 과업이다.
과업의 목적은 2가지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치가설(Value hypothesis)을 증명하고, '새로운 고객을 효과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는 성장가설(Growth hypothesis)을 입증하는 것이다. 두 가설을 확인하는 바로 그때가 바로 스타트업에겐 사업이 원하는 궤도에 들어서 맘껏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는 시점이고, 벤처캐피털에겐 먼저 '연료'를 대고 싶은 간절한 타이밍이다.
무거운 영상을 하나씩 이메일로 보내는 데 짜증 난 스티브 첸은 영상을 일일이 보내는 게 아니라 사람이 와서 보게 하는 플랫폼을 생각하고, 2005년 두 친구와 함께 '유튜브'(Youtube)를 설립했다.
두 달 만에 플랫폼을 만든 그들은 첫 동영상 '동물원에서'(At the zoo)를 올렸다. 미국 샌디에고 동물원 코끼리 두 마리 앞에서 "코가 정말 길다"고 설명하는 19초짜리 영상이다. 폭풍 같은 조회수와 댓글수를 기록하면서 유튜브는 시청자가 금세 하루 3만 명을 넘고, 1년쯤 지나자 하루 조회 1억 건을 돌파했다.
단박에 그 가치가설과 성장가설을 인정받은 유튜브는 이듬해 16억 5000만 달러(약 2조원)라는 가격으로 구글에 인수됐다. 창업한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터뜨린 초대형 잭팟이다. 스타트업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장면이다.
'드롭박스'(Dropbox)의 성공신화도 동영상 한 편으로 폭증했다. USB를 깜박한 드류 휴스턴은 인터넷 파일공유서비스의 개념을 설명하는 2분 남짓한 동영상 'Dropbox Intro Video'을 해커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다. 며칠 만에 조회수가 수백만 건을 넘은 데다, 아무것도 없는데 동영상만 보고 베타버전을 예약한 사람이 7만 명이 넘었다. 드류 휴스턴에겐 '별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에어비앤비'(Air B&B)는 가치가설과 성장가설을 따로 확인한 경우다. 브라이언 체스키는 2007년 뚝딱 만든 웹사이트에 자신의 방을 보여준 뒤, 당시 호텔을 잡지 못해 안달하던 고객 3명을 처음 받고 1주일 만에 1천 달러를 쥐면서 가치가설을 확신했다. 이듬해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겉봉을 깜찍하게 디자인한 시리얼을 식사로 제공하면서 며칠 만에 2만 달러를 벌어 성장가설을 가다듬었다.
꼭 '별의 순간'일 필요는 없다. 첫 계약이나 의미 있는 실적이면 된다.
스티브 잡스가 본체뿐인 PC Apple I을 처음 개발하고 666.66달러에 팔았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빌 게이츠가 우여곡절 끝에 IBM, MS-DOS 계약을 맺었을 때 얼마나 흥분했을까? 래리 엘리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시스템(RDBMS)을 납품했을 때 얼마나 뿌듯했을까?
'길리어드'(Gilead)는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타미플루의 진가를 인정받았고, '모더나'(Moderna)와 '줌'(Zoom)은 코로나19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가치가설과 성장가설은 스타트업이 가장 서둘러 증명해야 할 과업이다. 폭풍성장하는 바로 그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의 과업을 스토리텔링으로 풀면 된다. 대개 이 티핑포인트는 '깨달음의 순간'과 겹쳐 나타난다. 처음 맛보는 짜릿한 '성취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할 말이 많을까? 그때의 느낌을 풀어 서정(敍情)을 꾸미고, 그때의 사건을 펼쳐 서사(敍事)를 구성하면 된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은 IBM, 보안회사, 테크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재단, 감리법인에서 중간관리자, 임원,대표이사, 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지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벤처창업을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프로세스/프로젝트/IT컨설팅을 강의하고 있다. 또 프로보노 홈피에 지적 자산을 널어 놓는다.
◇허두영 라이방 대표는 전자신문, 서울경제, 소프트뱅크미디어, CNET, 동아사이언스 등등에서 기자와 PD로 일하며 테크가 '떼돈'으로 바뀌는 놀라운 프로세스들을 30년 넘게 지켜봤다. 첨단테크와 스타트업 관련 온갖 심사에 '깍두기'로 끼어든 경험을 무기로 뭐든 아는 체 하는 게 단점이다. 테크를 콘텐츠로 꾸며 미디어로 퍼뜨리는 비즈니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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