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질 토종 OTT '티빙+웨이브'에 박힐 규제 대못 [IT+]

홍승주 기자 2024. 6. 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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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 언더라인
‘티빙+웨이브’ 공룡 OTT 탄생
넷플에 밀리지 않는 토종 OTT
하지만 예민한 변수도 일어나
OTT 규제 ‘통합미디어법’ 발의
해외 OTT 법망 피할 수 있지만
토종 OTT는 발목 잡힐 수 있어

조만간 공룡 OTT가 탄생한다. 티빙과 웨이브를 합친 OTT다. 시청자든 시청시간이든 넷플릭스에 밀릴 게 없는 토종 OTT다. 하지만 예민한 변수도 숱하다. OTT를 규제하는 '통합미디어법'이 연내에 발의될 듯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법망을 피하는 해외 OTT와 달리 토종 OTT는 규제란 대못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티빙+웨이브 OTT'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통합미디어법이 통과하면 OTT는 다양한 규제를 받을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연내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의 주요 주주는 양사간 합병 관련 세부사항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특히 티빙의 최대주주 CJ ENM(48.85%)과 웨이브 최대주주 SK스퀘어(40.52%)는 이미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과정에서 커다란 변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국내 최대 OTT 플랫폼이 탄생한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티빙의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는 706만명, 웨이브는 408만명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티빙과 웨이브는 채널간 가입자가 겹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합병을 완료하더라도 1100만명의 MAU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토종 OTT 플랫폼 중에선 1000만명이 넘는 이용자 지표를 확보한 곳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합병으로 불어난 몸집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규모가 커진 만큼 콘텐츠 생산자와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티빙이 총 사용시간에서 넷플릭스를 처음으로 앞지르면서 성장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28일 티빙의 총 사용 시간은 250만10시간으로, 넷플릭스의 240만8179시간을 9만1831시간 차이로 추월했다. 김회재 애널리스트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시 최대 2000억원의 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합병법인이 국내 OTT 생태계를 새롭게 재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그동안 절대 강자 넷플릭스에 밀려 '계륵' 취급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티빙+웨이브' 합병법인은 넷플릭스와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모양새를 갖췄다. 하지만 예민한 변수도 있다. 다름 아닌 규제다.

정부는 OTT를 규제할 통합미디어법을 올해 마련할 전망이다. 통합미디어법은 TV와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와 OTT를 아우르는 법이다. 20년 넘도록 제자리에 있는 방송법을 손보고, 법적 사각지대에 있는 OTT를 제도권 안으로 들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통합미디어법의 핵심 원칙은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다.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는 원칙으로 OTT 규제는 강화하고 지상파 등 기존 방송의 규제는 완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기존 방송은 엄격한 규제를 받았다"며 "그러는 동안 OTT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었고, 방송은 역차별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가 없는 상황에선 과도하게 폭력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만큼 OTT도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 OTT 역시 다양한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지난 5월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등 국내 OTT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소 규제 원칙하에 사업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합리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간 OTT가 규제 무풍지대였다는 걸 고려하면 어찌 됐든 규제란 대못이 박힐 가능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토종 OTT만 규제 바람을 맞는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등 해외 OTT는 국내법으로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들에만 규제가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균형 있는 규제를 설계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티빙과 웨이브는 합병 후 어떤 모습으로 생태계에 나타날까. 시장의 예상대로 '혁신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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