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그냥 쉽니다" 청년 또 늘어난다…코로나 초기 빼면 역대 최다

권애리 기자 2024. 6. 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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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이번 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일을 하지도 찾지도 않는 청년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네요.

<기자>

그냥 쉬고 있다는 20대 이하의 청년들 1년 전보다 1만 3천 명 늘어난 39만 8천 명으로 통계청 집계됐습니다.

공부를 계속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일을 찾지 않고 쉬고 있는 청년층이 40만 명에 육박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이런 청년들이 좀 줄어드는 추세가 보였는데, 9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해당 연령대의 전체 인구는 1년 전보다 24만 3천 명 적습니다.

우리나라 청년층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건 모두 아시죠.

그런데 이렇게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그냥 쉬는 청년은 오히려 1만 3천 명이나 늘어났다는 겁니다.

5월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년 동안 이보다 더 많은 청년들이 '그냥 쉬었던' 기간은 코로나 발생 직후였던 2020년 5월을 빼고는 없습니다.

코로나 초기가 사회 전체적으로 활동이 크게 줄어들었던 특수한 기간인 걸 감안하면요.

지금 그냥 쉬는 청년들의 규모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사람들 중에는 당분간만 좀 쉬고 일자리를 찾겠다, 계획이 있다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자리를 찾는 걸 단념하고 있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는 게 정부 분석입니다.

올해 들어서 정부 조사에서 집계된 이른바 구직 단념자, 취업을 하고 싶고 지난 1년 사이에 일자리를 찾아본 적도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구직활동도 멈춘 사람, 올해 들어서 월평균 38만 7천 명 정도인데요.

이중에 3명 중 1명 꼴로 20대 이하였습니다.

<앵커>

의지가 없다는 게 가장 걱정할 만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일자리를 찾지 않게 되는 걸까요?

<기자>

그냥 쉬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문제 최근 몇 년간 이슈가 되면서 지난해 11월에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그때 정부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더니 역시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는 답이 3명 중 1명 꼴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다니고 싶을 만한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차라리 일단 쉬겠다, 하게 된다는 거죠.

그냥 쉬는 청년이 9개월 만에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지난달에 고용의 질이 좋은 편인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상용직, 그래도 고용계약 기간이 최소 1년 이상은 되는 상용직 일자리에서 일하는 청년은 1년 전보다 무려 19만 5천 명이나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렇게 청년층 상용직 근로자가 한꺼번에 많이 줄어들었던 적이 없습니다.

1년 전보다 24만 3천 명이 줄어든 청년층 전체 인구 감소폭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큰 숫자입니다.

30대는 지난달에 사람 수에 있어서도 1년 전보다 딱 8천 명 정도 소폭 증가하기도 했는데요.

상용직 근로자는 9만 3천 명이 훌쩍 늘어났습니다.

인구 변화까지 고려하더라도 꽤 큰 폭으로 상용직 일자리에서 일하는 30대는 늘어난 겁니다.

반면에 일자리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는 20대에서는 두드러지는 감소세가 보인 거죠.

<앵커>

좋은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그게 어려운 거네요. 이거는 기업들의 채용 방식에도 이유가 있겠죠.

<기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업들이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걸로 분석됩니다.

친절한 경제에서도 한 번 전해드렸지만, 특히 양질의 일자리가 몰린 대기업들이 이제 공채보다 수시 채용을 훨씬 더 많이 하고요.

신입보다 적어도 3개월 이상 관련 직무를 해본 사람들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죠.

또 20대 청년 취업자들이 많은 도소매업이나 건설업 같은 분야들이 계속 부진한 탓도 있고요.

지난해 5월에 코로나로부터 일상회복이 이뤄지면서 전체적으로 상용직 일자리가 크게 늘었던 것도 최근에 고용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활발해 보이게 하는 요인이라고 정부는 분석하기도 하는데요.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야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겁니다.

그런데 우리 대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공장이나 근거지를 점점 더 해외로 옮기고 있는 것도 장기적인 문제로 꼽힙니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이제 자기들에게 뭘 팔고 싶으면 현지에 와서 만들라 여기 일자리를 만들라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어서요.

삼성, SK,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이 줄줄이 한국보다 인건비도 훨씬 비싼 미국으로 주요 첨단 거점시설들을 옮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우리 청년고용시장의 더욱 구조적인 문제로 작용하게 될 겁니다.

[이선엽/신한투자증권 이사 : 그게 굉장히 불편한 이슈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반대로 가장 큰 양질의 일자리들이 사실상 우리 안에서 사라지고 있다 봐야 할 것 같죠. 기업적인 측면에서, 주가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 경제 측면에서는 주름살이 계속 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우리가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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