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박보검 vs 나영석·박서준… ‘금요 예능대전’

안진용 기자 2024. 6. 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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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가브리엘’ vs tvN ‘서진이네2’ 맞대결
21일 첫방 ‘가브리엘’
낯선 곳서 72시간 ‘타인의 삶’
박보검, 더블린 합창단장 변신
지창욱은 멕시코 재벌 사위로
28일 출격 ‘서진이네2’
아이슬란드서 꼬리곰탕 판매
‘윤스테이’ 멤버들 다시 뭉쳐
뷔 대신 고민시 막내로 합류
사진 왼쪽은 프로그램을 오랜 시간 다지는 ‘장인’ 스타일의 연출을 보여주는 김태호 PD. 오른쪽은 다양한 포맷을 시도하며 시즌제 예능을 정착시킨 ‘프런티어’ 스타일의 나영석 PD.

한류 스타인 박보검·지창욱이 한 편이 돼 링 위에 오른다. 반대편도 만만치 않다. 배우 박서준·최우식이 의기투합했다. 내로라하는 배우 조합이지만 무대는 드라마·영화가 아니라 예능이다. 이들을 기용한 ‘감독’들의 면면을 보면 수긍이 간다. 21세기 한국 방송가에서 가장 성공한 예능 PD로 꼽히는 쌍두마차인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다. 각각 토요일의 ‘무한도전’과 일요일의 ‘1박 2일’로 주말을 책임졌던 두 PD가 금요일로 자리를 옮겨 처음으로 맞붙으며 쟁쟁한 배우들로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이다.

두 PD는 장기간 묘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고려대 출신인 김 PD가 MBC에 입사해 ‘무한도전’을 내놓은 반면 연세대를 졸업한 나 PD는 KBS로 진로를 택했고 ‘1박 2일’로 꽃을 피웠다. 하지만 두 PD는 연출 방식에서 차이점을 드러낸다. ‘무한도전’을 13년간 진두지휘하고, ‘놀면 뭐하니?’도 3년간 공들여 정상에 올려놓는 등 캐릭터 구축에 시간을 쏟고 탄탄한 빌드업 과정을 거치는 김 PD가 ‘장인’이라면, tvN으로 이직 후 ‘삼시세끼’ ‘윤식당’ ‘지구오락실’ 등 새로운 포맷을 제시하고 도전을 즐기며 시즌제 예능 트렌드를 정착시킨 나 PD는 ‘프런티어’에 가깝다.

첫 맞대결을 펼치는 두 거물 PD는 각각 ‘잘하는 것’을 들고 나왔다. 지난 21일 처음 방송된 JTBC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가브리엘·위 사진)은 출연진이 72시간 동안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체험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는 김 PD가 연출한 ‘무한도전’이 지난 2011년 시도했던 ‘타인의 삶’이 출발점이었다. 박보검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합창단장 루리의 삶을 살고, 지창욱은 멕시코 아가베 농장 농부 삐뻬로 나선다. 이는 김 PD가 ‘놀면 뭐하니?’ 시절 유행시킨 ‘부캐’(부캐릭터)와 맞닿은 설정이다. 유재석을 트로트 가수 유산슬, 혼성 그룹 싹쓰리의 멤버 유두래곤으로 변화시켰듯, 각 출연진에게 새로운 인격을 부여한다.

첫 회 시청률은 1.5%로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외국의 달콤함만 훑는 관광 예능이 아닌, 현지인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직접 겪고 살아보는 시점의 변화를 통해 재미와 웃음을 동시에 섭렵했다. 피부색, 언어, 국적을 넘어 그의 지휘에 맞춰 화음을 내는 이들의 모습에 박보검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김 PD는 20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삶의 체험 현장’ 혹은 여행 같은 느낌도 든다”면서 “제작진이 디렉팅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흘러가는 대로 뒀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나 PD는 28일 처음으로 방송되는 tvN ‘서진이네2’(아래 사진)로 대거리한다. ‘윤식당’ ‘윤스테이’에서 ‘서진이네’로 파생됐던 프로그램의 속편이다. 화산과 빙하의 나라로 알려진 아이슬란드로 가서 뚝배기째 펄펄 끓인 꼬리곰탕을 판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이서진이 여전히 사장이고, ‘나영석 사단’이라 불리는 박서준, 정유미, 최우식 등도 재차 합류했다. 전편에서 방탄소년단 뷔에게 주어졌던 ‘막내’ 역할은 배우 고민시가 담당한다.

이미 단단한 팬덤을 구축한 예능이지만 나 PD 역시 마음을 놓을 순 없다. 지난해 2∼5월 방송된 ‘서진이네’는 방송 초반 전국 시청률 9.3%를 기록했지만 하락세를 보이다가 마지막회는 6.8%에 그쳤다. 뒷심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당초 금요일 오후 9시는 ‘나영석표(標) 예능’이 수년간에 걸쳐 다져온 편성 시간대인데 이번에는 김 PD의 ‘가브리엘’이 선점해 도전장을 내는 형국이다. 처음으로 정면충돌하는 두 PD의 자존심까지 걸린 싸움이라 더욱 흥미롭다.

지나친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지만, ‘시청률 파이’가 크지 않은 상황 속에서 두 프로그램이 서로의 시청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대해 김 PD는 “‘시청률 경쟁’이라는 표현보다는 오히려 좋은 상권에 좋은 프로그램이 모여서 더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1차적 목표는 시청자들이 좋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간의 총량 자체가 늘어나는 것인데, 나 PD가 해당 편성 시간을 좋은 상권으로 만들어 놓아서 감사하다”고 존중의 뜻을 표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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