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美 증시에 ‘초대형 버블론’, 엔비디아 98% 폭락설
5월 이후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11~13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VIX가 높을수록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VIX가 낮을수록 시장 안정성이 높아지는데, 현재 VIX는 5년 만에 최저치다.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5월부터 둔화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연말에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심리가 안정됐기 때문이다.
소수 대형주 쏠림으로 위험도↑
또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랠리를 주도 중인 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이 안심하는 이유다.그렇지만 과거를 살펴보면 현재처럼 안정적인 기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VIX는 현재처럼 낮았지만 2008년에 들어서면서 80 위로 치솟았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자산운용 수석글로벌 전략가는 "평온한 날에는 거품이 엄청난 크기로 성장할 수 있다"며 "다만 바람이 불면 그 거품은 터지고 만다"고 버블론을 제기했다.
이번 랠리가 빅테크 등 일부 대형주에 쏠려 있어 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닷컴버블과 금융위기를 예측한 존 허스먼 허스먼인베스트먼트 회장은 5월 29일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특정 주식에 편향된 투자심리로 개별 종목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밸류에이션에 비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음에도 과열된 시장 심리가 식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스먼 회장은 또한 "벤치마크 지수(주식 목표수익률을 정할 때 추종하는 표본 지수)가 상승 중이지만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종목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역사적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 대규모 조정이 뒤따랐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상승 랠리는 '어제의 거품을 잡기 위한 시도'일 뿐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이 아니다"라며 "거품이 터지는 과정에서 S&P500 지수가 50~70% 폭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높아진 밸류에이션도 문제다. S&P500은 현재 12개월 예상 수익의 21배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10년 평균인 18.1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5월 30일 데이비드 로젠버그 로젠버그리서치 회장은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S&P500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약 21배로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대규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로젠버그 회장은 "S&P500 지수가 지난 1년 동안 26% 급등한 반면, 같은 기간 기업들의 실적 성장률은 6% 상승에 그쳤다"면서 "현재 미국 증시가 별다른 근거 없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현재 미국 증시 PER은 30% 이상 과대평가된 상태"라며 "닷컴버블 수준의 거대한 거품이 형성되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식 거래량이 줄어든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거래량 축소는 투자자의 확신이 부족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금융 서비스 기업 팩트셋리서치시스템스에 따르면 최대 S&P500 ETF(상장지수펀드)인 S&P500 ETF 트러스트는 5월과 6월 두 달 중 14일 동안 연중 가장 적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현재 닷컴버블 수준의 버블
1980년대 일본 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예견한 경제학자 해리 덴트 HS덴트투자자문 대표도 6월 10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제2 닷컴버블'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덴트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지속된 통화완화정책으로 현재 미국 증시는 초대형 버블이 만들어졌다"며 "최근 연준의 급진적인 통화정책 때문에 2008년보다 더 큰 시장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버블이 정점에 도달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거품이 터지면 S&P500 지수는 최대 86%, 나스닥 지수는 92%까지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엔비디아는 최대 98%까지 대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Copyright © 주간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