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공매도보다 금투세가 더 문제, 시행되면 증시 요동칠 것”

최진렬 기자 2024. 6.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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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환 이사 “하반기 삼성전자·석유화학주 주목할 만”

"지금은 공매도보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더 문제다. 금투세가 예정대로 내년 1월 시행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미국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한국 증시는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염승환 LS증권 이사가 6월 17일 하반기 최대 변수로 금투세를 꼽았다. 공매도 재개가 미뤄지면서 당장 악재는 사라졌지만 금투세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염 이사는 "당초 7월부터 공매도가 재개될 예정이어서 하반기 증시가 흔들릴 가능성이 컸는데, 이번 조치로 관련 우려가 해소됐다"면서도 "금투세가 원안대로 진행되면 한국 증시는 연말부터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세는 금융투자로 일정 이상의 수익(주식 5000만 원·기타 금융상품 250만 원)을 낸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소득세다.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한국시장의 투자 매력이 줄어드는 만큼 자금 이탈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공매도 금지 연장, 수급 측면서 긍정적

최근 국내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금지 연장이라는 깜짝 선물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6월 13일 공매도 금지 조치를 2025년 3월 30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금융당국은 개인·기관투자자 모두 공매도 상환 기간을 90일(기관투자자는 12개월까지 연장 가능)로 통일하고, 주식을 빌릴 때 제공하는 담보 비율도 현금은 105% 이상, 주식은 135% 이상으로 같게 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은 코스피200 주식의 경우 120% 담보 비율이 적용돼 기관투자자보다 유리한 측면도 있다.
염승환 LS증권 이사. [지호영 기자]
염 이사는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문제와 관련해 의지를 재확인해준 만큼 관련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공매도 금지가 풀리더라도 단기적으로만 흔들릴 것"이라며 "금투세 문제만 해결된다면 증시 자체에 부정적 요인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염 이사는 금투세 관련 논의에 주목하는 동시에 상반기 시장에서 소외됐던 삼성전자와 석유화학주를 눈여겨볼 것을 추천했다. 다음은 염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

공매도 금지가 연장됐다. 이번 조치의 유불리를 따진자면.

"수급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2021년 5월 코로나19 사태로 금지됐던 공매도가 재개됐는데 주식시장이 난리가 났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시장이 요동쳤고, 급락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이와 유사한 일이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공매도 금지는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만큼 이번 조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까.

"어쨌든 공매도가 금지되면 주가가 위로 많이 열리는 경향이 있다. 공매도가 허용된 상황에서는 주가가 100% 올랐을 텐데,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이라면 200%도 오를 수 있다. 즉 주가 상승 측면에서 변동성이 굉장히 커진다. 지난해 공매도가 금지된 배경에는 개인투자자 불신이 있었다. '불법 공매도가 이뤄지는데 어떻게 한국시장에 투자하겠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제대로 완성해 불법 공매도를 차단한다면 개인투자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증시 전망과 별개로 개인투자자 눈높이에 맞는 공매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非미국시장 개선 가능성 주목

상반기 증시는 박스권 장세가 펼쳐진 가운데 일부 주도주만 상승했다.

"투자자는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좋아한다. 기업의 성장동력이 살아 있는데 실적마저 숫자로 확인된다면 주가가 굉장히 오랫동안 상승한다. 엔비디아가 대표적 예다. 이차전지 기업의 경우는 반대다. 언젠가 성장할 것 같긴 한데 당장 실적이 나오지 않다 보니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상반기 주가가 급등한 기업들의 또 다른 특징은 대미(對美) 수출이 늘어난 기업이라는 점이다. 제룡전기, 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기기주가 대표적 예다. 최근 화장품주가 굉장히 뜨거운데 이 역시 대미 수출이 급증한 덕분이다. 올해 주가가 정말 많이 오른 실리콘투가 대표 사례다. 반대로 대미 수출에 이점을 가지지 못했던 기업은 시장에서 소외됐다."

하반기 증시는 어떻게 전망하나.

"앞서 얘기한 기업들의 경우 상반기에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하반기에는 다른 측면에서 기회를 찾았으면 한다. 특히 상반기에 부진했던 기업 가운데 상황이 변하는 곳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령 상반기 SK하이닉스는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삼성전자는 그렇지 못했다.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납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소비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소비 관련 섹터들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에 유리하다. 반도체 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 생산에 집중하면서 범용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삼성전자에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 밖에 하반기 주의 깊게 봐야 할 요인이 있다면.

"비(非)미국시장 개선 가능성이다. 오늘(6월 17일) 중국의 5월 소매판매 데이터가 발표됐는데, 시장 예상보다 좋았다. 중국은 현재 경기 부양책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올해 가장 부진했던 섹터 가운데 하나가 석유화학주다. 만일 중국에서 소비심리가 살아난다면 석유화학 분야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연준의 금리인하 이후 경기침체가 이어졌는데.

"금리인하 이유가 중요하다. 고용지표에서 충격이 나타나는 등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져 금리를 인하한다면 악재다. 그런데 현 상황은 어떤가. 연준이 9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큰데, 미국 경기가 3개월 만에 망가져버릴 확률은 높지 않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보험성 금리인하'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즉 고금리가 장기간 유지돼 미국 경기가 나빠질 우려가 있는 만큼 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과거에도 보험성 금리인하가 이뤄졌을 때는 주식시장이 상승했다. 11월에 미국 대선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정부 지출을 줄이지는 못할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6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8월쯤 금투세 문제 가시권 들어올 것

그렇다면 내년 3월 31일 공매도가 재개될 때까지 큰 변수는 없을까.

"금투세가 중요하다. 금투세가 2025년 1월 1일 시행된다고 하는데, 유예 혹은 폐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여름이 지나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국민의힘은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절충점인 유예로 방향이 잡히지 않을까. 이 경우 내년에도 증시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더라도 단기적으로만 흔들릴 것이다."

금투세가 현안대로 시행된다면 어떻게 될까.

"혼란이 불가피하다. 연말부터 한국 증시는 요동칠 것이다. 과거 대만 증시도 (금투세와 유사한) 양도소득세 도입 이후 무척 많이 하락했다. 한국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돈을 잘 버는 기업은 나중에 주가가 오르긴 하겠지만 당장 혼란이 불가피하다. 금투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올가을을 기점으로 점차 해소될 전망이다. 정계가 잘 합의해 유예나 폐지로 방향을 잡았으면 한다."

금리인하와 금투세 가운데 파장이 더 큰 것을 꼽자면.

"금투세라고 생각한다. 금리인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올해 2번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는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만일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면 골치 아파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다. 반면 금투세는 불확실성이 있다.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8월쯤 관련 문제가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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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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