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러시아 외치는 ‘강골 여인’… 차기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후보로 부상[Leadership]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우려 속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도와 유럽연합(EU)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어갈 차기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로는 카야 칼라스(사진) 에스토니아 총리가 유력하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북유럽 국가 에스토니아의 첫 여성 지도자인 칼라스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를 가장 강력하게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이에 반(反)러시아 아이콘으로 떠오른 칼라스 총리가 EU의 외교안보 고위대표로서 어떤 지도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헝가리를 비롯해 친러 성향을 보이는 일부 EU 회원국의 목소리를 하나로 규합해야 하는 등의 과제도 산적해 있어 칼라스 총리의 향후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외교관들과 당국자들을 인용해 칼라스 총리가 EU의 차기 외교안보 고위대표 후보로 유력하다고 전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에스토니아 총리직을 지냈던 아버지(심 칼라스)를 이은 2세대 정치인인 칼라스 총리는 올해 47세의 젊은 여성 지도자다. 지난 2018년 자신의 아버지가 30년 전 설립하고 이끈 중도우파 성향의 개혁당 대표로 선출된 칼라스 총리는 3년 만에 에스토니아의 19대 총리가 됐다. 아버지 후광을 받았다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칼라스 총리는 이웃 나라인 러시아에 대해 줄곧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국제사회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칼라스 총리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며 러시아에 대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는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 미국 공영방송인 PBS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과 인도적 지원을 모두 해야 한다”면서 “한편으로는 모든 노력을 동원해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국제무대에서 고립시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에스토니아는 2024년 초까지 우크라이나에 5억 유로(약 7433억 원)에 달하는 군사적 지원을 했다. 이는 에스토니아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하는 금액이며, 비교적 적은 에스토니아의 인구(140만 명)를 감안했을 때 에스토니아의 국민 1인당 우크라이나 지원 비용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러시아는 지난 2월 칼라스 총리를 외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지명수배 명단에 올리며 반격에 나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스토니아 등 발트해 연안국들이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소련 군인을 추모하는 기념품을 포함한 소련 시절 유물을 철거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칼라스 총리가 “역사적 기록에 대한 모독”으로 지명수배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겸손하고 개방된” 성향 덕분에 칼라스 총리가 다른 정상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모든 EU 회원국이 칼라스 총리의 입장에 공감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의 스트롱맨’이라고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줄곧 친러시아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독일도 지난 19일 자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EU가 논의 중인 대러 제재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칼라스 총리의 강경한 반러 행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칼라스 총리는 지난해에도 동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받으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으나 일부 나토 외교관들 사이에서 반러 성향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칼라스 총리가 EU의 외교안보 수장으로서 자신과 견해가 다른 회원국들의 목소리까지 규합해 지금껏 보여오던 강경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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