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건 뭐지? 실화라고?"…하정우, '하이재킹'의 납치

이명주 2024. 6.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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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이명주기자] "이건 뭐지?"(하정우)

첫 장을 넘기며 드는 생각이었다. 그 다음은 '거칠어'와 '잘 넘어가네'였다. 그러다 먹먹함이 찾아왔다. 그리고 내뱉은 마지막 말.

"이게 실화라고?"

지난 2021년, 하정우는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을 찍고 있었다. 그때, (인연 있는) 조감독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전주 세트에서 촬영하고 있을 때였어요. 제작사 대표가 시나리오 초고를 줬죠. 전쟁 같은 촬영 중에 딱 하루 우천 취소가 됐는데 그때 보게 됐어요. 너무 잘 읽히더라고요."

한순간에 마음을 빼앗겼다. 1970년대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 미처 알지 못했던 사건에 깊이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가진 먹먹함, 묵직한 울림이 가장 좋았다. 하정우는 직접 감독에게 연락을 취했다.

"김성한 감독님! 이제 감독님이라 불러야겠어요."

'디스패치'가 하정우를 만났다. '하이재킹'으로 되새긴 초심, 한국 영화를 향한 진심을 들었다.

◆ '하이재킹'의 시작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북한에서) 살고 싶은 남자와 (승객들을) 살리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다.

'1987' 팀이 재회했다. 당시 조감독이었던 김성한 감독을 필두로 김경찬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2년 간 발생한 2개의 사건을 씨줄과 날줄로 교차시켰다.

하정우도 합류했다. '1987', '백두산'에 이어 김 감독과 또 다시 만난 것. 전작에서는 배우와 조감독, 이번에는 배우와 연출자로 호흡을 맞췄다.

시나리오의 매력이 상당했다. 단순한 항공 범죄물이 아니었다. 스펙타클한 전개에 실화의 무게가 더해졌다. 먹먹한 엔딩이 전율과 같은 감동을 줬다.

"성동일 말처럼 마지막에 먹먹함을 진짜 느꼈어요. 이야기 자체는 거친데 계속 궁금하고 잘 넘어가더라고요. '이게 뭘까' 싶었죠. (김성한 감독에) 전화해서 '감독님이라 부르겠다'고 했어요."

다만 억지 눈물은 피하고 싶었다. 일례로 납치범 용대(여진구 분)의 과거사를 다룬 부분. 과한 신파로 보여질 여지가 있었다.

그는 "시나리오에 소개된 용대의 전사가 더 있었다. 감독과 상의해 많이 정리하고 덜어냈다. 개인적으로 잘 절충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 '하이재킹'의 도전

하정우는 납치된 여객기 부기장 태인 역을 맡았다. 내러티브의 처음과 끝을 책임졌다. "'하이재킹'은 심플하다. '비행기 안에서 이 인물이 어떻게 대처할까' 이게 주안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유난히 리허설을 많이 했어요. 완성도를 위해서는 현장감이 중요해서 이를 잘 활용하려고 했습니다. 덕분에 대사가 안 맞거나 허점이 있는 부분들을 바로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실화 소재지만 각각의 캐릭터는 영화적 인물에 가깝다. 실제로, 사건 당시 조종석에는 2명이 아닌 3명이 있었다. 태인을 공군 출신 부기장으로 설정한 것도 실존 인물과는 다른 지점이다.

그는 "'1947 보스턴'의 손기정은 워작 유명한 분이지 않나. 이번 '하이재킹'은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제약이나 의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 인물들이 실제 있었던 분이라기보다 영화적인 인물이에요. 재해석한 지분이 더 많죠. 실화 바탕이긴 한데 인물 관련해선 재구성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웃음기를 뺐다. 이번 작품에선 하정우 특유의 유머 대신 진지한 모습을 부각시켰다. 감독이 원했던 방향에 맞춘 것.

"이야기가 갖고 있는 묵직함과 힘이 있었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어요. 김 감독이 태인 캐릭터를 담백하고 묵직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따랐습니다."

◆ '하이재킹'의 과정

캐스팅디렉터 임무도 해냈다. 특히 용대 역 캐스팅에는 하정우가 적극 관여했다. 상대 배우의 역량에 따라 작품의 결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하정우는 "20대 남자 애가 비행기 납치하는 에너지, 똘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 배우를 찾기 어렵더라. 그러던 차에 '두발로 티켓팅' 미팅에서 여진구를 봤다. '얘구나' 했다"고 밝혔다.

"호리호리한 줄 알았는데 몸이 단단하더라고요. 이후 술이 들어가니 '눈알이 이상한데? 이 정도면 납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었죠. 바로 감독님한테 '용대는 여진구입니다' 카톡을 날렸어요."

출연 성사를 위해 공을 들였다. 먼저, 조심스럽게 시나리오를 내밀었다. '두발로 티켓팅' 출국 당일 "부담 갖지 말고 가볍게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정작 여진구한테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하나 고민이 됐죠. 인천공항에서 시나리오 좀 읽어봐 달라고 했어요. 뉴질랜드에 간 12일 동안 진구한테 딱 붙어서 전담 마크했습니다. (웃음)"

또 다른 배역 캐스팅에는 지인 찬스를 활용했다. 김동욱이 하정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특별 출연했다. 김선영은 제수인 황보라를 통해 캐스팅됐다. 임세미는 채수빈 추천이었다.

그는 "예산이 140억 원이지만 되게 빠듯하더라. 그래서 알음알음으로 연락했다. 다들 흔쾌히 임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고 첨언했다.

◆ '하이재킹'의 노력

'하이재킹'은 또 한 편의 하정우 고생 시리즈다. 물리적 공간부터 난도가 높았다. 좁은 기내 곳곳을 누비며 난투극까지 소화해야 했다. 그야말로 '재난 전문 배우'다운 고난을 겪었다.

감정 컨트롤에도 애를 먹었다. "극중 상황은 1시간 남짓인데 촬영 기간은 3개월이다. 장면 연결, 디테일 맞추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농담 삼아 하이 텐션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시간순 촬영 방식을 제안했다. 이야기 흐름에 따라 대부분 장면을 찍은 것. "이런 영화는 촬영 중간 편집본을 보며 계속 체크하는 수밖에 없다. 2회 차 재촬영하고도 중간에 비는 신을 촬영할 만큼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연기 또한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장르적 특성상 조종석에 앉은 신이 셀 수 없이 등장한다.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신경 썼다. "이번 작품 뿐 아니라 '더 테러 라이브', '터널', 'PMC" 더 벙커'도 그랬다. 지루한 순간이 올 것 같으면 다른 앵글을 선택하고 조합했다"고 부연했다.

컴퓨터 그래픽(CG) 촬영에 대해선 "고요한 세트장에서 혼자 기를 쓰고 조종간을 당겨야 했다. 다소 민망했다"며 웃었다.

"평화로움 속에 혼자 흥분하고 있으니 상당히 민망했어요. 아침부터 모여서 피칠갑을 하고 나면 뻘쭘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시치미 떼고 연기하는 게 우리의 일이죠."

◆ '하이재킹'의 바람

하정우는 2018년 8월 기준 누적 관객수 1억 명을 넘긴 톱배우다. '암살', '신과함께-인과 연', '신과함께-죄와 벌' 등으로 트리플 천만 기록을 썼다.

하지만 이후 흥행 성적에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지난해 개봉한 '비공식작전', '1947 보스톤'은 각각 관객 105만 명, 102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다소 난감한 질문이 나왔지만 피하지 않았다. 그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지 못해 아쉽다. '하이재킹'은 잘 되길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게 과학적인 접근이 힘들잖아요. 어떤 태도로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이재킹'을 통해 초심을 다시금 되새겼다. 현장 리허설을 거치며 모두 함께 하는 경험을 했다.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미흡한 부분은 재촬영했다.

"승객 역을 맡은 분들 모두 새벽 4시부터 나와서 리허설에 임해주셨어요. 얼굴이 잘 나오지 않는 위치에 있는 배우들도 매회 리허설에 참여해 주셨죠. '나도 솔선수범해야지' 했던 현장이었습니다."

차기작은 영화 '로비'다. 하정우가 메가폰을 잡았다. 주연 배우로도 활약한다. 박병은과 로비 골프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다양한 작품 및 역할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흐름에 맞춰 고집하고 고수하기보다 유연하게 대처해야겠다. 잘 버텨보자 싶은 요즘"이라고 덧붙였다.

"'추격자' 지영민을 지금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뉴욕의 가을', '러브 어페어' 같은 로맨틱 코미디도 좋고요. 지금까지는 기회가 없었는데 제게 온다면 선택해야죠."

<사진제공=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키다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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