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만드는 완성차, 전문화 나선 부품사… ‘각車도생’ 시대[자동차]
반도체 등 공급망 리스크 대비
폭스바겐, 배터리 내재화 주력
현대차는 SW 강화 18조 투자
하드웨어 공구사 보쉬의 변신
모빌리티 솔루션 75조원 매출
자동차와 부품 산업이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전기차 등 미래형 모빌리티 시대에 맞춰 차량 제작에 몰두하던 자동차 회사들은 각종 부품 제작에까지 손을 대며 광범위한 생산 체계 구축에 사활을 걸면서 자동차, 전장,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산업 간 경계도 사실상 모호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 간 관계도 과거의 수직계열화를 벗어나면서 각각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다가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특정 분야의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쏟는 등 ‘선택과 집중’을 생존 전략으로 삼고 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사와 조인트벤처(JV·합작법인)를 설립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점차 늘어나면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며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 완성차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내재화’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 중 하나다. 폭스바겐은 그룹 본사가 있는 독일 볼프스부르크 인근 잘츠기터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또 지난 2022년에는 배터리 전문 자회사인 파워코를 만들어 200억 유로(약 29조 원)를 투자했다. 파워코는 오는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 연간 2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셀 공장 6개를 짓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무선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OTA’(Over The Air) 기술을 모든 차종에 적용하는 등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총 18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SDV 전환에 따른 부품 공용화, 설계 경쟁력 강화, 신규 서비스 진출로 수익성이 향상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나 반도체,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자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이유는 부품 수급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반도체 시장 불황이 심각했을 때는 완성차나 티어1(종합 부품사)이 웃돈을 주고도 반도체를 사 오지 못하는 일도 빈번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완성차와 티어1, 티어2∼3(2차 및 3차 부품업체)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의 경계가 사라졌다.
글로벌 부품사들도 반도체, 전동화, 소프트웨어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특화된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등 나름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 보쉬가 최근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보쉬는 지난 2022년 모빌리티 솔루션 부문에서 526억 유로(약 75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도 1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보쉬는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가 1년에 한 번 선정하는 ‘글로벌 100대 부품사’ 순위에서 거의 매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쉬는 오는 2029년까지 총 800억 유로(약 113조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라는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5개 부문으로 조직을 재편하기도 했다. 보쉬의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은 전체 R&D 인력의 50%를 넘는다.
독일의 비테스코 역시 국내 부품사들에 시사점을 준다. 비테스코는 지난 2019년 콘티넨탈 그룹의 파워트레인 전문사로 분리한 회사다. 당시 자동차 업계에선 콘티넨탈이 돈 안 되는 사업부를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테스코는 2년 만인 2021년 상장과 동시에 전동화 전문기업으로 재출범을 선언했다. 비테스코는 2022년 90억 유로(약 13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글로벌 100대 부품사’ 순위에서 26위로 단숨에 신규 진입하기도 했다. 주력 제품은 전동화 구동모듈을 비롯해, 전기차용 제어기, 센서 등이다. 비테스코는 지난해에도 전동화 제품 부문에서만 약 13억 유로(약 1조9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빌리티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이를 견인해 온 부품사들 입장에서는 업황 자체가 기회이자 위기인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에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며 공식 인증을 거친 부품사들에만 입찰 기회가 부여되는 등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기 위한 환경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국내 부품사들이 근본적인 변화에 미리 대응하는 효율적 모빌리티 선도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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