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2.7배’ 글로벌 제약시장 크는데… 국내 심사인력은 ‘제자리’

박지웅 기자 2024. 6. 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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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산업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의약품 허가를 위한 심사 인력 규모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산업계가 심사 인력 확충에 주목하는 이유는 의약품 심사 인력이 부족하면 의약품 허가가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인허가 심사 인력 증원은, 신속한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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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약품 심사 예산·인력 확대 시급
국내 의약품 시장 30조원 눈앞
관련 허가 민원 5년새 3.8배↑
식약처 심사인력은 300명 불과
美 8000명·유럽 4000명 ‘대조’
전문인력 확보위해 재정 늘려야
심사수수료는 美의 0.16% 수준
업계 “기간단축 된다면 인상 용인”

국내 제약산업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의약품 허가를 위한 심사 인력 규모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질적인 심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예산 확대, 허가 심사 수수료 증액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및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연평균 4∼5%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7.6% 성장한 29조8595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30조 원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제약 시장 규모는 약 1조4200억 달러로, 같은 해 반도체 시장(5252억 달러) 규모보다 2.7배나 크다. 업계는 글로벌 제약 시장이 오는 2026년 1조76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 예상한다. 산업 성장과 기술의 발달로 의약품 허가 관련 민원 건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의약품 시장 확대에 따른 의약품 허가 관련 민원 수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약 3.8배 늘었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따라 식약처는 의약품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인력 충원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허가 및 심사 담당 인력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규제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8000여 명, 유럽의약품청(EMA)은 4000여 명의 의료제품 심사 인력을 운영 중이다. 반면 한국 식약처 심사 인력은 지난해 기준으로 3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는 FDA 대비로는 24분의 1, EMA 대비로는 10분의 1 인력이 운영되는 셈이다. 특히 EMA의 경우 의료기기 심사는 별도 인력이 담당하고 있어, 실제 격차는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식약처의 경우 공무원 심사 인력보다는 공무직 즉 비정규직 심사 인력 위주로 인력이 충원되고 있어 허가심사 역량을 축적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현재 국내 신약 허가 신청 시 심사 수수료는 880만 원으로 미국(약 53억 원)의 0.16% 수준이다. 신속한 심사만 가능하다면 더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겠다는 게 산업계의 입장이다. 길찬호 유노비아 개발전략그룹 상무이사는 “심사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미국처럼 제약사로부터 받는 심사 수수료를 올려서라도 심사 인력 확대를 위한 재정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산업계가 심사 인력 확충에 주목하는 이유는 의약품 심사 인력이 부족하면 의약품 허가가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로 탄생한 의약품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허가를 받고 시장에 공급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의료 주권 확보 및 글로벌 시장 진출 성패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심사 인력의 양적 증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인허가 심사 인력 증원은, 신속한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심사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규 모달리티·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활성화되고 고난도 심사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 심사 인력 증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지웅 기자 topsp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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