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의 恨은 살아남은 자의 고통...연극 ‘연안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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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장례 의식은 산 사람의 숙제다.
'연안지대'는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산 자가 짊어지는 죽은 자의 고통을 시각화한 것으로 읽힌다.
죽은 자의 기억이 산 자의 삶을 옭아매는 것을 나타내듯 '연안지대'에는 죽은 인물들이 계속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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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父, 고향 땅에 묻기 위해
시신 짊어지고 떠난 아들
생존자 옭아매는 망자의 恨
공연 내내 시신 드는 걸로 표현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이 레바논 출신 캐나다 작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전쟁 4부작 중 첫 번째 작품 ‘연안지대’(연출 김정)를 공연중이다.
“아버지를 아무 데나 묻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아버지를 좋은 곳으로 모시고 가 그분의 영혼이 쉴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맹세합니다.”
연극은 망자가 남긴 기억의 무게와 살아남은 이들의 한풀이 과정을 그린다. 이름 모를 여인과 정사를 벌이던 중 아버지 이스마일의 부고를 들은 윌프리드(이승우)는 아버지를 고향 땅에 묻어드리기 위해 시신을 들고 떠난다. 그러나 전쟁이 휩쓸고 간 이스마일의 고향에는 새로운 시신을 매장할 땅이 없고, 윌프리드는 참상에서 살아남았지만 죽은 이들의 한을 짊어진 인물들을 만나 함께 장지를 찾아 떠난다.
윌프리드 일행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조제핀(조한나)이 전화번호부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의 죽음을 한명 한명 책에 기록하는 모습은 망자를 기억하기 위한 생존자의 몸부림으로 느껴진다. 그가 여정 내내 두꺼운 책들을 낑낑대며 짊어지는 모습은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감과 비애를 짙게 자아낸다.
“빼앗기거나 불태워지면 안 돼...내가 영원히 짊어질 수는 없어. 무거워, 너무 무거워.”
죽은 자의 기억이 산 자의 삶을 옭아매는 것을 나타내듯 ‘연안지대’에는 죽은 인물들이 계속 무대에 오른다. 윌프리드가 끌어안은 시신과 별도로, 죽은 이스마일(윤상화)이 등장해 인물들에게 말을 걸고, 윌프리드를 낳다 죽은 어머니 잔(최나라)과 젊은 시절의 이스마일(송철호)은 현재의 윌프리드로 이어지는 그들의 비극적 이야기들을 푼다.
연극의 백미는 연안지대에 도착한 윌프리드가 이스마일을 매장하기 전 시신을 닦는 장면이다. 그는 부패한 아버지의 시신을 꺼내 물과 천으로 씻긴다. 구겨진 사지를 펴고 고깃덩이처럼 변색된 표면을 정성스레 어루만진다. 죽은 자가 살아남은 이에게 남긴 한을 말끔히 닦아내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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