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20억 투자 헛되지 않았다… 젊은 삼성의 중심 증명, 이제 원태인도 베팅할까

김태우 기자 2024. 6. 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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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욱은 뛰어난 기량은 물론 젊은 선수들이 대거 등장한 삼성 라인업의 중심을 잡으며 팀의 호성적을 견인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 올해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구자욱은 삼성의 5년 120억 베팅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 중이다 ⓒ삼성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삼성은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더블헤더 제1경기에서 막판까지 진땀나는 승부를 벌였다. 앞서고 있다 두산의 추격을 허용했고, 4-2로 앞선 8회에는 2점을 내주며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8회 젊은 선수들이 힘을 내면서 3점을 추가하고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1사 후 안주형이 볼넷을 고른 게 시발점이었다. 이어 베테랑 강민호가 볼넷을 골라 1,2루를 만들었고 폭투 때 2,3루 상황이 이어졌다. 윤정빈의 2루 땅볼 때 1점을 앞서 나간 삼성은 김동진의 좌전 적시타 때 1점을 더 보탰다. 그리고 이재현이 좌전 안타로 다시 1,2루를 만든 가운데 구자욱의 타석이 왔다.

구자욱은 7구 승부 끝에 1루수 방면 땅볼을 쳤다. 하지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구자욱은 전력을 다해 1루로 뛰기 시작했고, 마지막 순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에 들어가며 살았다. 어수선했던 사이 2루 주자 김동진이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면서 추가점이 만들어졌다. 구자욱의 허슬플레이에 경기장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누가 봐도 삼성이 경기 분위기를 장악했음을 알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구자욱은 팀의 핵심이자, 주장이자, 절대 다쳐서는 안 되는 선수다. 이날 경기에서 이미 홈런(5회)도 하나 쳤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팀의 추가점이 필요한 시점 몸을 아끼지 않았다. 집중력이 살아있었다. 결국 삼성은 제1경기를 7-4로 이겼고, 그 기세를 몰아 제2경기까지 잡으면서 연승을 내달렸다. 2위 자리도 지켰다.

삼성의 올 시즌은 여러 긍정적인 대목이 있다. 우선 성적이 좋다. 23일 현재 43승32패1무(.573)로 선두 KIA에 2경기 뒤진 2위다. 치열한 2위 싸움에서 밀려나지 않았고 오히려 1위를 호시탐탐 노리는 자리에서 선전하고 있다. 게다가 젊은 야수들의 대거 등장도 반갑다. 확실히 라인업이 젊어졌다. 기동력도 좋아졌고, 힘도 좋아졌다. 이 선수들이 시즌을 완주하며 경험을 쌓는다면 내년에는 더 기대할 만한 라인업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피어오른다.

그 젊은 선수들이 보고 배울 만한 롤모델이자, 그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선수가 구자욱이다. 구자욱은 23일 현재 시즌 73경기에 나가 타율 0.311, 16홈런, 5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43을 기록하며 삼성의 새 라인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공·수 모두에서 흠잡을 곳이 마땅치 않은 만점 활약이다. 전반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16개의 홈런을 터뜨려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2021년 22개)을 경신할 조짐이다. 원래 잘 치던 타자가 장타까지 겸비했다.

오랜 기간 삼성의 타선을 이끄는 핵심 선수였던 구자욱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비FA 다년 계약을 해 시장 대신 삼성을 택했다. 삼성은 5년 총액 120억 원이라는 섭섭하지 않은 대우를 해줬다. 고향팀이자 자신의 첫 팀으로 삼성에 대한 애정이 컸던 구자욱도 망설이지 않고 손을 잡았다. 삼성은 구자욱이 팀의 핵심 타자뿐만 아니라 리더로서도 활약해주길 바랐다.

구자욱은 2022년은 부상으로 99경기 출전에 그치며 다소 고전했다. 전반적인 공격 생산력도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119경기에서 타율 0.336, OPS 0.901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타율과 출루율이 조금 떨어진 대신 늘어난 장타로 생산력을 만회하고 있다. 아직 만 31세의 타자로 남은 2년도 충분한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수단 리더라는 무형적 가치까지 합치면 120억 원 투자가 헛되지 않은 것이다.

▲ 해외로 진출하지 않는다면 원태인은 기량과 팀 내 위상에서 삼성이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라이온즈

성적과 세대교체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결국 흔들리지 않는 대들보가 필요하다. 야수 쪽에서는 구자욱이라는 기둥이 있다. 이제 투수 쪽도 그런 선수가 필요할 수 있다. 야수에 비해 아직은 세대교체가 더딘 투수 쪽이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삼성에는 구자욱 못지않은 근사한 후보가 있다. 원태인(23)이 주인공이다.

원태인은 구자욱처럼 로컬보이면서 삼성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무엇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클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췄다. 올해도 14경기에서 80이닝을 던지며 7승3패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 중이다. 국내 선수로는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이다. 매년 꾸준하게 던지면서 어느덧 개인 통산 50승(현재 48승)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직 조금은 먼 이야기지만 삼성도 원태인을 고민할 시기가 찾아오고 있다. 원태인은 앞으로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한다면 2025년 시즌 뒤 포스팅 자격을 얻고, 2026년 시즌 뒤에는 완전한 FA 자격을 얻는다. 선수가 원래 뜻대로 해외 진출을 노린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허가할 가능성이 높지만, FA 시장에 나간다면 폭발적인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여 연장 계약을 추진할 전망이다. 팀에 반드시 필요하다면 해외 진출 의사를 돌릴 정도의 좋은 조건을 보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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