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불황은 곧 기회' 지속 투자로 미래 발굴[2024 100대 CEO]
시스템 파악하고 국제 금융 감각 키워
60여 건의 크고 작은 M&A 성공적 수행
자산 규모 2004년 24조 수준에서 지난해 130조원으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 위한 지속적인 투자
위기 타파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 찾아
[커버스토리 : 2024 100대 CEO]
신동빈 회장은 1981년부터 1988년까지 노무라증권 런던 지점에서 근무하며 국제금융 감각을 키웠다. 이 시기 선진 기업들의 재무관리와 국제금융 시스템을 피부로 접하며 익힐 수 있었다.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한데 이어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하며 한국롯데와 인연을 맺었다. 신 회장은 2011년 롯데그룹 정기임원 인사에서 그룹의 회장이 됐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롯데그룹 경영에 참여한 지 21년 만이다.
이후 체계적으로 경영능력을 쌓아온 신 회장은 2004년 롯데 정책본부 본부장 취임을 시작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2006년에는 롯데쇼핑을 한국과 영국 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특히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사업을 주요 성장 축으로 삼아 내수 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60여 건의 크고 작은 M&A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2004년 24조6000억원 규모였던 자산을 2023년 기준 129조8000억원으로 5배 이상 성장시켰다.
2017년에는 롯데 상징이자 대한민국의 랜드마크 빌딩 롯데월드타워를 완공했고 같은 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해 그룹 전반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되며 부친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한·일 롯데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롯데의 성장 DNA를 일본 롯데로 이식시키기 위해 한·일 양국의 사업 협력과 교류를 늘리고 있다. 일본 롯데의 신규 사업 추진과 글로벌 진출 가속이 예상된다.
“불황이 바로 기회이다. 좋은 기업 인수는 불황 때 하는 것.” 신동빈 회장은 어려운 시기를 마주할 때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타파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이해왔다.
신동빈 회장은 2004년 이후 60여 건이 넘는 M&A를 진행했지만 실패로 평가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 신사업 추진 또는 M&A 진행 시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우선 고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발표한 신성장동력 4가지 테마 바이오앤웰니스·모빌리티·지속가능성·뉴라이프 플랫폼 사업도 마찬가지다. 바이오앤웰니스 테마를 이끌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말 글로벌 제약사의 노하우가 집약된 시스템을 갖춘 BMS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했다.
우수한 생산 시설뿐만 아니라 경력 15년 이상의 핵심인력 포함, 기존 임직원 99.2%를 승계했다. 통상 신규 공장을 증설해 사업에 진출하는 경우 상업 생산까지 최소 5년 이상이 필요한데 반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장 진입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한 것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톱10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30년까지 3개의 메가 플랜트, 총 36만 리터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국내에 갖출 예정이다.
모빌리티 분야는 롯데정보통신에서 사명을 변경한 롯데이노베이트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이브이시스를 중심으로 롯데그룹의 유통, 호텔 등 사업 인프라를 활용해 도심 인접 지역에 4000기 이상의 충전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브이시스는 확대한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올해 말까지 7500기의 충전기를 국내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브이시스는 전기선박 등 미래형 대용량 모빌리티를 위한 메가와트급 충전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지난 2월에는 전기차 충전기 수주 대응을 위해 청주공장을 증설하기도 했다.
롯데 화학군의 배터리 소재와 수소 사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롯데 화학군은 양극박과 동박, 전해액 유기용매 및 분리막 소재 등 2차전지 핵심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소재 해외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관련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120만 톤 규모의 청정수소 생산 및 유통을 통해 연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글로벌 투자 및 파트너십 구축에 힘쓰고 있다. 또한 탄소 감축 성장을 위해 청정수소·전지사업 등 그린사업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2030년까지 매출 12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칼리버스는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연내 상용화할 예정이다. 지난 1월 CES 2024에서 공개한 칼리버스는 쇼핑,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등을 극사실적인 비주얼과 독창적인 인터랙티브 기술을 접목해 만든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외에도 롯데는 ‘AI+X’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3월 전 계열사 CEO 대상 ‘롯데 CEO AI 컨퍼런스’도 개최했다. AI의 활용범위를 단순히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을 넘어 혁신의 관점에서 각 핵심사업의 경쟁력과 실행력을 높이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