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사과 대신 대표팀 홍보…'징계+이적설' 벤탄쿠르, 우루과이 대표팀으로 첫 경기 준비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인종차별 논란을 뒤고 하고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 홋스퍼)가 출전을 준비한다.
우루과이는 24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파나마를 상대로 2024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C조 1차전을 펼친다.
우루과이는 코파 아메리카 통산 15회 우승으로 아르헨티나와 함께 가장 많이 정상에 오른 국가다. 다만 마지막 우승이 1995년으로 29년 전이라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남미 축구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도전에 나선다.
벤탄쿠르가 선봉에 설 전망이다. 우루과이의 주장단에 속한 벤탄쿠르는 토트넘에서의 입지와 달리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우루과이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주 올리며 코파 아메리카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이유다. 벤탄쿠르는 손흥민을 겨냥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도 농담으로 치부한 사과문 하나 달랑 올려놓고 우루과이 홍보에 매진하는 모습이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까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할 때도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유니폼을 입고 촬영한 화보를 날마다 게재해 화를 돋궜다.
벤탄쿠르는 일주일 전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인 '포를라 가미세타'에 출연해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는 인식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었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곧바로 팬들의 큰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의 글을 남겼다.
그는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내가 한 말은 나쁜 농담이었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어"라고 말했다.
영국 생활을 오래 하며 인종차별을 심심찮게 당해왔던 손흥민이기에 팀 동료의 행동에 안타까움이 컸다. 영국 매체 '미러'는 "손흥민은 최근에도 크리스탈 팰리스 팬으로부터 인종차별 행위를 당했었다"라며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행위(눈찢기)를 펼친 44세 남성은 3년간 축구장 출입 금지와 벌금형, 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만큼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은 예민한 문제인데 벤탄쿠르는 가볍게 여겼다. 처음부터 진지한 사과 대신 농담이었다는 말투로 사과했다. 이 사과문은 24시간 뒤에 자동으로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왔다. 이후 24시간이 지나자 사과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축구 팬들이 벤탄쿠르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유다.
그러다 보니 인권 단체까지 들고 일어났다. 축구계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인 '킥잇아웃'은 "벤탄쿠르가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과 관련해 상당수의 제보를 받았다"면서 "이 제보들은 구단과 관련 당국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연이은 문제에 손흥민이 오히려 먼저 나섰다. 손흥민은 나흘 전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 벤탄쿠르는 실수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벤탄쿠르가 내게 사과했다. 벤탄쿠르가 공격적인 의도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형제고,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다가올 프리 시즌에 다시 모여 '원 팀'으로 싸워 나갈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토트넘 구단 역시 공식 SNS를 통해 벤탄쿠르를 비롯한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차별 방지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구단은 "이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다양성, 평등, 포용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어 "주장 손흥민이 논란을 뒤로 하고,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지하겠다"며 "글로벌 팬과 선수단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구단과 사회에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탄쿠르는 그제서야 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손흥민과 대화했다. 우리의 깊은 우정을 고려해 손흥민은 이 사건이 단지 안타까운 오해였다는 점을 이해했다. 언론을 통해 나온 내 발언 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난 다른 사람은 언급한 적이 없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다른 누구에게도 직·간접적인 불쾌감을 줄 의도는 아니었다. 모든 걸 내 친구(손흥민)와 함께 해결한 상태"라고 말했다.
진화에 조금 늦은 느낌이다. 영국축구협회(FA)가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을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개막 시점에 출장 정지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벤탄쿠르가 코파 아메리카 출전을 대비하고 있다.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로 화제성이 상당했던 만큼 벤탄쿠르의 출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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