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 삼천리 양가 공익재단의 서로 다른 ST인터 활용법
송은문화재단 6.9%, 천만장학회 3.1% 지분 소유
양가 균형추…2015년 4.7% 매각 땐 900억 유입
ST송은빌딩 매입 vs 정기예금 위주 자금 운용
삼천리그룹 이(李)씨·유(劉)씨 두 동업 집안에게 ST인터내셔널(옛 ㈜삼탄)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양가의 ‘캐시 카우(현금창출원)’로서 뿐만 아니라 공익재단의 살림도 책임지고 있어서다. 2015년의 주식 ‘딜’에서 비롯됐다.
오너家 5대 5 원칙의 한 축 공익재단
삼천리는 두 오너 일가가 계열 ‘투톱’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을 저마다 독자경영하면서도 단 한 주의 오차도 없이 각각 19.52%, 50%를 서로 교차 소유하는 지배 체제다.
㈜삼천리는 이씨 집안에서 2대 오너인 이만득(68) 회장과 유력 차기 회장인 조카 이은백(51) 사장 등 5명, 유씨가는 역시 2세 경영자인 유상덕(65) ST인터내셔널 회장(6.46%)과 후계자인 차남 유용욱(36·미국명 유로버트용욱) 부사장 등 3명이 직접 균등하게 보유하고 있다.
ST인터내셔널은 다르다. 일가 직접 지분은 유 회장 43.14%, 이 회장과 이 사장 각 23.43%다. 나머지 6.86%와 3.13%는 공익재단이 소유, 균형추를 맞추고 있다. 송은(松隱)문화재단과 천만(千萬)장학회다.
한참 됐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만 봐도, 두 재단은 1999년에 이미 ST인터내셔널 주주명부에 일가들과 함께 이름을 올려놓았다. 양가가 제각기 재단 설립 초기 주식 출연을 통해 오랜 기간 동업 경영을 유지하는 한 축으로 활용해 온 셈이다.
재단 운영, 양가 경영 스타일과 일맥상통
먼저 만들어진 것은 이씨가의 천만장학회다. 1987년 5월 고(故) 이장균(1920~1997) 창업주의 2남2녀 중 장남 고 이천득(1952~1987) 부사장이 작고 직전 동생 이 회장과 함께 형제의 이름 ‘천(千)’자와 ‘만(萬)’자를 따 설립했다.
고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생을 선발해 대학교 학비까지 전액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작년부터는 신진 미술작가 발굴·양성을 위한 ‘천만 아트 포 영(Chunman Art for Young)’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2년 뒤 유씨가의 송은문화재단이 설립됐다. 1989년 6월 고 유성연(1914~1999) 창업주가 사재를 출연해 설립했다. ‘송은(松隱)’은 유 명예회장의 아호(雅號)다. 유망한 젊은 미술작가 발굴·지원 및 ‘송은미술대상’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 운영방식은 다소 결을 달리한다. 송은재단은 1999년 3월 유 명예회장 별세 뒤 유 회장이 이사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유 회장 외에는 대표권이 없다. 천만장학회 이사장은 줄곧 외부인사 몫이다. 작년 12월부터는 배우 박상원(65)씨가 맡고 있다. 오너 일가는 초기 이 전 부사장의 부인 유계정(74)씨에 이어 2020년 9월 이후 이 회장이 이사진으로 있을 뿐이다.
ST인터내셔널이 대표 외에 유 회장 부자(父子)로 이사회가 구성된 사실상의 오너 경영체제인 반면 ㈜삼천리는 이씨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서 전문경영인 체제인 양가의 서로 다른 경영 스타일과도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다.
송은재단, ST인터 유상감자 직후 빌딩 매입
송은재단과 천만장학회가 ST인터내셔널 지분을 통해 오너 지배구조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것은 재단 운영에 부족함이 없는 재원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거버넌스워치] 삼천리 ⑥~⑧’에서 보듯 인도네시아 유연탄광 개발을 통해 ‘노다지’를 캔 ST인터내셔널의 핵심 주주 ‘3인방’인 양대 회장과 장손이 매년 남부럽지 않은 배당수입을 올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송은재단은 빌딩도 샀다. 2015년 12월 ST인터내셔널의 주식 4.68%를 대상으로 한 유상감자에서 비롯됐다. 당시 주식을 내놓은 곳이 두 재단이다. 예외 없다. 양가의 계열 지분 균등 소유 원칙에 따라 8.87%, 5.32% 중 정확히 2.34%(4만7800주)씩을 매각했다.
주당 처분가가 액면가(5000원)의 188배인 93만8400원, 총 898억원에 달했다. 각 449억원이 유입됐다. 천만장학회의 총자산이 2014년 143억원에서 작년 529억원으로 불어난 주된 이유다. 송은재단은 135억원에서 727억원으로 커졌다.
두 재단이 소유한 현 ST인터내셔널 지분 가치를 사실상 빼고도 이 정도다. 재무제표에 ST인터내셔널 주식의 자산가치는 취득원가로 잡아놓고 있어서다. 각각 6억6800만원(주당 5000원), 1억2800만원(주당 2100원)이다.
천만장학회 사업재원 배당 外 이자수익 한 몫
송은재단이 ST인터내셔널과 각 284억원을 투자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현 ST송은빌딩 부지와 건물을 568억원에 매입한 때가 2016년 5월이다. 따라서 시기적으로 볼 때, 앞서 2015년 12월 ST인터내셔널의 유상감자는 이를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2021년 8월 대지면적 1179㎡(357평)에 연면적 8152㎡(2466평) 지하 5층~지상 11층 건물로 증축해 ST인터내셔널과 송은재단 사옥과 갤러리 송은의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송은재단 몫의 ST송은빌딩 장부가는 504억원이다. 총자산의 69.3%에 달한다. 결국 송은재단이 요지의 건물주가 된 데는 ST인터내셔널 주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 ST인터내셔널 지분으로는 재단 사업의 주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분 매각 이후로만 봐도 2016년부터 한 해 18억원꼴로 총 144억원의 배당수입을 올렸다. ST인터내셔널이 984억원을 뿌린 2020년에는 67억원을 가져갔다.
작년에도 사업수익 18억원 중 대부분이 배당수익(13억원)이다. 금융자산(61억원)은 적어 이자수익은 2억원 남짓이다. 따라서 송은재단은 배당수입 위주의 재원으로 대상전 개최 비용이나 작가들의 작품 매입 자금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송은재단 자산 중 미술 소장품이 22.2%(162억원)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경이다.
천만장학회는 ST인터내셔널 지분이 송은재단의 절반 밖에 안되는 까닭에 상대적으로 배당수익은 적은 편이다. 8년간 한 해 평균 8억원가량 총 66억원이다. 대신에 이자수익이 적잖다. 근래 들어서는 2021년 8월 이후 본격화된 금리인상(한국은행 기준금리 0.5%→3.5%) 덕을 봤다.
그동안 천만장학회의 지원을 받은 장학생수는 총 2900여명으로 후원액은 164억원이다. 배당수익 외에 재원에 한 몫을 차지하는 게 이자수익이다. 송은재단과 달리 ST인터내셔널 지분 매각으로 유입된 자금을 주로 정기예금 등 단기금융상품에 넣어 뒀기 때문이다.
총자산 중 금융자산이 95.7%(506억원)로 거의 전부인 이유다. 작년에는 사업수익 27억원 중 배당수익은 6억원 정도지만 이자수익이 21억원으로 압도적이다. 2022년(10억원)의 2배다. (▶ [거버넌스워치] 삼천리 ⑩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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