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가계부채 100.5%…고금리 2년에도 '세계 4위' 못 벗어나
단기 목표 맞췄지만…금리인하 가계빚 자극 우려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초 경제 성장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정부의 단기 목표는 달성 가능한 상태로 평가된다.
다만 고금리가 2년 넘게 이어졌음에도 국제적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주요국 다섯 손가락 안쪽인 상황에서는 벗어나질 못했다.
24일 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비영리단체 포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5%로 전분기(101.5%)보다 1%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가계부채 1차 저지선인 100%에 바짝 가까워졌다. 올해 1분기 GDP 깜짝 성장을 고려하면 조만간 100% 하회가 예상된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여전히 △스위스 127.8% △호주 109.7% △캐나다 102.3%에 이어 주요 44개국 중 4위로, 전분기와 순위가 같았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한 지 만 3년째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글로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가계부채 고부담 국가' 굴레는 벗지 못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말(80.1%)만 해도 주요국 13위였으나 순위가 빠르게 올라 2016년 3분기(85.7%)에는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21년 2분기(104.8%)에 주요국 6위를 찍더니 2022년 1분기(105.0%)에는 캐나다를 제치고 주요국 3위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이 BIS 기준으로 주요국 4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해 2분기(101.7%) 이후 3분기 연속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가계부채 비율이 하향세를 보일지다.
시장은 한은이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중 2% 안착 신호를 보내고, 여기에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까지 시원찮은 모습을 보일 경우 금리 인하를 위한 명분이 마련될 것이란 분석이다.
만일 금리 인하가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가계부채를 다시 자극한다면, 가계부채 비율은 또 100%를 넘어설 우려가 있다.
이에 한은은 통화정책 피벗(전환)에 앞서 가계부채 반등을 막고자 최근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부동산투자회사) 활용 방안을 거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한국금융학회 정기학술대회 만찬사에서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이 여전히 주요국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가계부채는 대출 중심의 부동산 금융과 밀접히 연계돼 낮추기 쉽지 않다"며 "리츠를 활용해 주택 구입 자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Debt) 아닌 자본(Equity) 방식으로 조달하면 가계부채 비율의 하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증권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을 뜻한다. 지금껏 주거용이 아닌 상업용 부동산을 위주로 이뤄져 왔다.
그런데 한은은 이 같은 리츠 투자를 주거용에도 적용해, 그간 실수요자인 가계에 집중됐던 주택 가격 변동 리스크를 분산하고, 가계부채 비율을 하향 안정화할 수 있다는 구상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코로나19 대유행 직후인 2020년 2분기(98.1%)만 해도 우리 전체 경제 규모보다 작았으나 2020년 3분기(100.5%)부터 100%를 웃돌았고 이후 덩치를 불려 갔다.
그러다 2021년 3분기(105.6%) 최고점을 찍은 뒤 서서히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두 차례의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거친 지난해 1분기(101.5%) 당시 전분기 대비 3%p 크게 하락했고 지난해 말까지는 횡보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번 BIS 통계는 한국은행이 GDP 기준연도를 개편하면서 새롭게 밝힌 지난해 말 가계부채 비율 93.5%와는 차이가 있다. 이는 한은이 기준연도 변경을 통해 분모인 지난해 명목 GDP를 2401조 원(기존 2236조 원)으로 새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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