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 “‘엑소수호’는 내 풀네임...성이 ‘엑소’입니다” [MK★인터뷰]
“‘바른 이미지의 정석’ 수식어, 부담스럽냐고? 오히려 좋아!”
이제 ‘배우’라는 호칭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MBN 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 속 세자 이건 역으로 활약을 펼쳤던 ‘확신의 세자상’이라고 불리는 반박 불가의 비주얼은 물론이고, 믿고 볼 수 있는 연기력까지 모두 보여주며 ‘첫 사극’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양파’같은 배우를 꿈꿨다는 그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지 오래다.
“새로운 것을 하고 개척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사극’이라는 장르가 처음이기도 했고, 배우 선배님들을 포함해서 회사 선배님들도 ‘준비도 힘들고 연기도 쉽지 않다’고 우려 섞인 응원을 많이 해주셨는데 오히려 이 같은 걱정들이 도움이 됐어요. 오기가 생겼거든요. 원래도 최선을 다해서 하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그 이상을 했던 것 같아요. ‘세자가 사라졌다’를 하기로 확정하고 2~3일 동안은 대본을 달고 살았어요. 출연을 확정하고 대본을 6부까지 받았는데, 한 백번을 읽은 느낌이랄까요. 그것도 사극 대본은 머릿속으로 읽으면 안 되고 소리 내서 읽어야 하더라고요. 오디오 파일로도 녹음해서 가지고 다녔어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준비했었죠.”
이건은 수호의 수많은 고민과 치열한 분석 끝에 탄생한 캐릭터다. 궁 안에서의 이건과 궁 밖에서의 이건, 간격의 차이를 주는 것에 대해 어렵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세자’ 자체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세자’라는 자리는 무게와 책임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이건이라는 인물이 세자라는 직책과 이 상황에 처했을 때 가져야 하는 에티튜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궁안에 있는 세자 이건의 연기가 더 어려웠어요. 제가 실제로 세자를 해본 적이 없잖아요.(웃음) 궁에 대한 격식도 있을테니, 차라리 궁 밖에서 백성들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 접근성으로 쉬웠고 마음도 가벼웠죠. 그치면 ‘왕이 될 사람’으로서 가진 무게감과 책임감, 확고한 의지, 이런 것을 기본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잊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건은 두 가지 면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세자지만, 원래 이건이 궁에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아버지가 왕이 되면서 세자가 된 인물이잖아요. 위엄을 가지고 있되, 백성들의 삶을 잘 알고 헤아리고 이타적이며 정 많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죠.”
“‘세자가 사라졌다’ 감독님이 ‘킬미, 힐미’를 찍은 감독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바로 작품에 대한 흥미가 생겼던 것 같아요, 호기심도 많이 생겼고. 사실 대본을 받기 전에는 지금 이 시기에 사극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전작인 ‘힙하게’를 통해 좋은 평을 받았는데…아직 사극에 도전하기에 저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연기에 대한 연륜이 쌓인 다음에 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고, ‘힙하게’ 속 선우가 무거웠던 인물이었던 만큼, 차기작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죠.”
당시 기르고 있던 머리 또한 출연을 결심하는 데 큰 기여를 미쳤다고.
“당시 솔로 앨범을 준비했었는데, 그때 헤어원장님께 우스겟소리로 ‘머리 기른 김에 사극을 찍으면 재밌겠다’고 장난스럽게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 3일 뒤에 ‘세자가 사라졌다’ 대본이 왔는데, ‘어 이게 운명인가?’ 싶었죠. 그런데 그런데 ‘킬미, 힐미’ 감독님에다, 대본을 봤는데 너무 재밌있다? 안 할 이유가 없었죠.(웃음) 좋은 마음으로 봐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세자가 사라졌다’는 수호의 ‘사극 데뷔작’으로 적합한 작품이 됐다. “이 작품을 하기 정말 잘했다”고 말한 수호는 “시청자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서 좋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내면도 탐구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 됐다”고 밝게 웃었다.
“제 신조가 ‘하면 된다’인데, ‘세자가 사라졌다’를 하면서 ‘진짜 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여.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도 아쉬움도 없어요. 물론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아쉬운 장면이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시작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대본을 읽고, 고민하고 연기를 해왔기에 아쉬움이 남는 신이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최선을 다했기에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웃음)”
“팬미팅을 할 때 제가 많이 아팠거든요. 장난을 치거나 이야기할 기력이 없어서, 멤버들과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어요. 멤버 중 카이 세훈이의 경우 다른 멤버들에 비해 조금 시간적인 여유가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문제가 왔어요. 일단 카이에게는 ‘드라마 하더라, 멋있는데’ 이 정도로만 왔었고, 세훈이는 1부, 2부를 보는 인증샷을 자꾸 보내더라고요. 그래서 ‘재밌냐’라고 보냈는데, 그에 대한 답장은 없었죠, 뭐 그랬어요. 하하. 생각해보니 둘 하고 보낸 시간이 기네요. 엑소 데뷔 12주년인데, 둘의 경우 연습생 생활까지 합치면 알고 지낸지 18년 정도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가족같은 사이가 된 것 같아요.”
수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롭게 발견한 점 중 하나는 생각보다도 유쾌한 면모가 많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수호는 “나는 재밌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함과 동시에 “개그맨은 아니지만, 유머러스하고 위트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드라마든 영화든 뮤직비디오와 노래까지, 저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 시대는 웃음이 박해진 시대잖아요. 엄청 깔깔 웃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유머러스한 소재’가 있어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세자가 사라졌다’ 또한 저의 이러한 의견이 많이 담겼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재밌게 찍어보자고 하셨고, 그래서 재밌는 요소들 많이 찾아보려고 했었죠. ‘보리보리쌀’의 경우 대본에 전혀 없었던 것이기도 했죠. 후반부로 갈수록 왕의 목숨이 달린 심각한 일들이 많아져서, 재밌는 요소들 못 보여준 것 같아 아쉽기는 했어요.”
“20대 때는 깨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나쁜 남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그런데 30대가 되니 ‘오히려 좋아’더라고요. 일탈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반전’ 혹은 새로운 면모들을 보여줄 자신도 생겼고요. 나쁠 이유가 없잖아요. 무엇보다 실제로도 ‘바른 생활’을 살고 있는 것도 맞고요.(웃음) 착한 남자, 모범적인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저는 ‘권선징악’이라는 말을 믿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저 스스로에게 바르게 사는 것을 권장하는 편이죠. 하하.”
30대가 되면서 정체성에 대한 확립이 생겼다고 말한 수호. 군 복무를 통해 수호가 아닌 김준면으로 지내왔던 그 시간은 그에게 있어 ‘엑소 수호’도 ‘김준면’도 모두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수호라는 이름이 너무 바르기만 해서 싫었던 적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예전에 연기를 할 때는 ‘엑소 수호’가 아닌 ‘김준면’이라는 배우로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었죠. 그런데 30대가 되면서 ‘엑소 수호’ 자체가 나의 한 모습이구나, 엑소 수호가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예능도 하는구나를 알게 된거죠. 이제는 ‘엑소 수호’가 제 풀네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른바 성이 엑소인거죠. 하하.”
엑소 수호도 배우 수호도 모두 자신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그렇다면 배우 수호는 어떻게 나가고 싶은가’에 대해 물었더니 “양파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도전하는 것도 좋아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그렇기에 가능하면 교집합에 없는 캐릭터를 해서, 꾸준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양파 같은 배우, 갈수록 하얗고 정말 달고 진한 진국 같은 그런 배우이자 가수며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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