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과유불급
올 50세가 되는 주부 이모 씨. 반 백세가 되면서 건강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해 본다. 뭔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강기능식품 하나는 먹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다. 실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의 85%가 건강기능식품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람 중 비타민을 꾸준히 복용하는 사람은 10명 중 2-3명 정도다. 특히 감기나 독감이 유행하는 철이 되면 비타민을 섭취하는 사람은 크게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비타민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의 세포막을 안정화시키고 장기의 노화를 막는 작용과 함께 항산화 작용을 함으로써 혈관벽 노화를 막고 호르몬이나 여러 대사과정에 도움을 주는 보효소로 작용을 한다. 즉 몸 속 장기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에너지원을 공급받는 과정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의 진실은 비타민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흔히 몸에 좋다고만 알고 있는 '비타민'을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병원 연구팀은 합성 비타민 A·E,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제 비타민제 등의 효과를 연구한 논문 중 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논문 47건(대상 인원 18만 938명)을 분석해 세계적 권위를 지닌 의학저널인 '미의학협회지'에 발표했다.
그 결과는 이들 비타민이 사망 위험을 되레 높인다는 다소 의뢰의 결과였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 A, C, E, 셀레늄,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모두 복용하는 사람은 복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5% 높았고, 비타민 A만 복용하면 사망 위험은 16%, 베타카로틴만 복용하면 7%, 비타민E만 복용하면 4% 높았다. 즉 한 가지만 먹든, 두 가지를 먹든, 전부 먹든 사망위험률은 평균 5%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22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본 연구에서도 비타민A, 비타민E, 셀레늄, 베타카로틴 보충제 복용군과 미복용군 사이 암 발생률은 차이가 없었으나, 방광암 발생률은 복용군이 52%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2년 뒤 세계적인 논문 68건과 이들 논문에서 다룬 연구조사대상 인원 23만 2606명의 자료를 코펜하겐병원 연구팀이 다시 분석한 결과,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비타민이 우리의 수명 연장 효과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담배를 많이 피우면서 비타민A의 전단계 물질인 베타카로틴을 많이 먹으면 폐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베타카로틴은 폐암의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한다. 베타카로틴을 복용한 경우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폐암 진행율이 28% 높아졌으며 사망률 역시 높아졌다. 최근 미국에선 종합 비타민제를 과다하게 먹은 남성들은 전립선암 위험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남성 29만 5344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진행한 연구에선 물에 녹지 않는 지용성 비타민류를 포함해 일주일에 7개 이상의 종합비타민제를 먹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전립선암 발병 위험률이 30%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비타민 C가 식도에 역류해 염증을 일으킨다고 보고가 있기 때문에 비슷한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는 약물 중 골다공증 치료제의 하나인 비스포스 포네이트 제제나 철분제, 진통소염제 같은 것은 가급적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비타민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과거보다 과일, 야채를 많이 먹는 현대인에게 비타민 부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약으로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떨어지므로 야채 과일 곡류 등 음식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물에 녹지 않는 지용성 비타민제를 과다 복용하는 것은 되도록 피하고, 음식에서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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