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16구 투혼 끝에 7승, 그런데 "미안한 마음이 컸다"... 팀 내 최다승 투수로 우뚝 서다

잠실=김우종 기자 2024. 6. 24.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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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김우종 기자]
KT 위즈 투수 엄상백. /사진=KT 위즈 제공
무려 116개의 공을 던졌다. KT의 토종 선발 엄상백(28). 그가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 수와 함께 팀 내 최다승 투수로 우뚝 섰다.

KT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원정 경기 더블헤더 2차전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앞서 1차전에서 LG에 2-7로 패했던 KT는 더블헤더를 1승 1패로 마쳤다. 이 승리로 KT는 32승 43패 1무를 마크하며, 2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이날 더블헤더 2차전에서 KT의 선발 투수는 엄상백이었다. 앞서 1차전을 내줬기에, 엄상백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엄상백은 투혼을 발휘했다. 4회까지 투구 수가 90개를 넘겼지만, 결국 5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끝내 승리를 쟁취했다.

1회에는 선두타자 홍창기에게 안타를 허용했으나, 후속 세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2회엔 1사 후 김범석에게 우중간 안타를 내줬으나, 신민재와 박해민을 각각 아웃으로 솎아낸 엄상백.

첫 실점은 3회에 나왔다. 1사 후 홍창기와 무려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우중간 안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김현수를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체인지업을 뿌렸으나,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로 연결됐다. 그러나 문보경과 오스틴을 모두 외야 뜬공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4회에는 2사 후 신민재에게 안타, 박해민에게 볼넷을 각각 허용한 엄상백. 하지만 후속 함창건을 10구 승부 끝에 1루 땅볼로 아웃시켰다. 투구 수는 92개.

이어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엄상백이었다. 먼저 홍창기를 5구째 루킹 삼진 처리했다. 투구 수는 97개가 됐다. 후속 김현수도 5구째 2루수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냈다. 102구. 다음 타자는 문보경. 승리 투수 요건 달성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1개. 그런데 문보경은 끈질겼다. 엄상백은 무려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헌납했다. 투구 수는 111개가 됐다. 다음 타자는 오스틴. 그래도 승리 투수 요건 달성까지 아웃카운트를 단 1개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올 수는 없었다. 결국 엄상백은 볼카운트 1-2에서 5구째 오스틴을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시키며 이날 자신의 투구를 마쳤다.

KT 위즈 선발 엄상백이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엄상백은 9년 만에 개인 최다 투구 수를 경신했다. 종전 최다 투구 수 기록은 2015년 6월 19일 광주 KIA전 당시 던진 114개였다. 올 시즌 최다 투구 수는 106개로, 지난달 2일 광주 KIA전에서 기록한 바 있다.

이날 엄상백은 커터 43개, 체인지업 42개, 속구 31개를 섞어 던진 가운데, 속구 최고 구속은 151km가 찍혔다. 결국 팀이 4-3, 한 점 차로 승리하면서 엄상백은 값진 올 시즌 7번째 승리를 챙겼다. 팀 내 다승 1위. 이어 KT는 박영현과 벤자민이 5승, 쿠에바스가 4승, 김민수가 3승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경기 후 사령탑인 이강철 감독은 "선발 투수 엄상백이 5이닝 2실점으로 잘 버텨주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등판한 투수들도 리드를 잘 지켜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엄상백은 "날도 덥고, 더블헤더 경기였다. 공도 많이 던지고, 이닝을 많이 못 끌어준 것 같아 선수단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나로 인해 뒤에 투수들이 많이 나왔다"며 동료들을 향해 마음을 전했다. 엄상백이 내려간 뒤 KT는 박시영, 김민수, 김민, 박영현으로 이어지는 승리조가 차례로 나와 결국 승리를 챙겼다.

엄상백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야수들의 수비 도움, 그리고 뒤에 나온 투수들이 잘 던져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결국 팀이 힘든 싸움을 이겨내서 기분은 좋다. 그렇지만 이번 주 2차례 등판했는데, 각각의 경기에서 약간씩 아쉬움이 남는다. 체력적으로 떨어진 것은 없는데 제구력을 조금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다음 등판에서는 아쉬움 없는 투구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KT 위즈 투수 엄상백. /사진=KT 위즈 제공
KT 위즈 투수 엄상백. /사진=KT 위즈 제공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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