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부잡]못 받은 내 전세금, HUG에서 받으려면 어떻게?
계약종료 한달후 HUG에 신청…보통 두달내 지급
신청자 폭주에 관리센터 업무 몰리며 지연되기도
전셋집을 구하고 곧장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했는데요. 계약이 끝날 때쯤 되니까 혹시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때 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듭니다.
물론 제 전세보증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잘 지켜주고 있어요. 그런데 HUG에 뭘 어떻게 신청해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한달 지나야 '보증사고'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전세보증보험)은 전세계약이 끝나고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전세보증금 반환을 책임져 주는 보증상품이에요. 비슷한 보험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전세지킴보증, 서울보증보험(SGI)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이 있죠.
전세계약이 끝난 후 한달이 지나도 정당한 사유 없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보증사고'로 간주해요. 전세계약 기간 중 경매 또는 공매가 실시돼 배당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HUG는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에 매달 보증사고 현황을 게시합니다. 지난달 전국에서 6343건, 1조3809억원 규모의 보증사고가 발생했어요. HUG 보증이 만기되는 보증금 중 8.6%가 한달 넘게 돌려받지 못한 돈이에요.
지방(2311억원)보다 수도권(1조1498억원)의 피해 규모가 더 크네요. 서울에서 보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자치구는 강서구(392건, 936억원)였어요.
법원 임차권등기→ HUG 이행청구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이사할 생각이라면 일단 계약 종료일 2개월 전까지 계약 갱신거절을 통지해야 합니다.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 전화통화, 내용증명, 공시송달 등 방법이 있는데요. 집주인의 답장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전화통화는 공인속기사 녹취록을 제출해야 하고요.
약속한 날짜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일단 주택임차권등기 '경료'를 해야 합니다. 계약 종료일 이후 전셋집 근처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돼요.
임차권등기명령은 세입자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면서 이사(퇴거)할 수 있도록 한 제도에요. 임차권등기가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경료' 전에 이사를 가면 권리를 잃을 수 있으니 전입과 점유를 일단 유지해야 해요.
계약 종료일로부터 한 달이 지나면 드디어 이행청구 신청을 할 수 있어요. 석 달이 지나기 전엔 꼭 해야 하고요. HUG 앱 또는 지사를 통해 보증이행청구서와 대위변제증서를 발급받으면 됩니다. 확정일자 도장이 찍힌 전세계약서 원본과 임차권등기명령 결정문 등 10가지 서류를 갖추면 돼요.
그래서 돈은 언제 주는데?
HUG는 약관에 따라 이행청구 접수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심사해 보증금액을 지급합니다. 물론 집을 비워주는 '명도'까지 마쳐야 하고요. 그 '한달'에는 서류보완 기간이나 새 집 탐색 기간은 제외돼요.
그러니까 계약종료일로부터 한달이 지나면 HUG에 이행청구를 하고, 또 한달이 지나면 HUG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거죠. 별일 없다는 가정 하에 두달이면 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단 얘기에요.
하지만 실제로는 처리 절차가 지연돼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신청자가 워낙 많아 업무가 밀리는 것인데요. 담당자에 따라 업무 속도가 천차만별 달라 일부 신청자들은 HUG 직원 이름을 공유하며 언제쯤 될지 가늠하기도 한답니다.
지난 4월 경기관리센터를 찾아 이행청구를 신청했다는 제보자 A씨는 "다른 센터 접수건이 경기관리센터로 한번에 넘어오면서 응대해야 할 업무가 3~4배 더 많다고 하더라"라고 전했어요. 그는 "실제 돈을 돌려받기까지 4개월가량 걸릴 거란 설명은 들었다"면서도 "접수 여부조차 알려주지 않으니 군대 전역 날짜를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토로했어요.
제보자 B씨는 "서류 누락이나 담당자 교체와 같은 문제가 없었는데도 보증이행 청구를 한 지 석 달 만에 승인 메시지를 받았다"며 "접수까지 오래 걸렸지만 이달 명도를 마치면 다 끝나니 후련하다"고 말했어요.
보증이행 업무를 수행하는 HUG 관리센터는 수도권에 서울 북부·동부·서부 세 곳뿐이었어요. 올해 1월 인천과 경기에도 관리센터가 문을 열면서 업무 관할구역이 다소 조정됐어요. 그간 서울 센터에서 맡던 인천과 경기 지역 업무를 신설 센터로 이관했어요. 경기 지역 업무는 서울 북부·동부, 경기 센터에서 나눠맡고 있는데도 벅찬 상황이에요.
HUG 관계자는 "이사갈 집을 찾고 지급보증일에 맞춰 명도를 하는 등 임차인의 필요에 의해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센터 위치 등 기본적인 질문으로 전화 문의가 원활하지 않은 면이 있다. 디지털화와 인력 보강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고 말했어요.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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