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공임대]①'주거복지 기반'이 흔들린다
공사비·집값 뛰어 건설·매입 비용도 점점 증가
'주거복지의 기반' 공공임대주택이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청년과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다며 임기 내 '50만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적은 저조하다. 세대원 수별 면적 제한으로 주거 선택권이 줄고, 이미 공급된 주택의 유지 보수도 미흡하다. 비즈워치는 공급부터 운영, 관리 등 공공임대의 각 측면을 조명해 보고 공공임대 주거 질을 높이기 위한 전문가들의 제언을 들어봤다. [편집자]
"공공임대주택 50만가구 공급"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초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구현'을 목표로 임기 내 공공임대주택 50만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공공분양주택을 포함해 총 100만가구 공급이 목표다.
지난 정부에서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은 총 63만2000가구다. 공공임대만 따지면 총공급물량은 약 13만가구 줄였다. 문제는 이마저도 공급이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임기 내 매년 10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했지만 지난 2년간 공급물량이 기존 연평균 공급물량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서민의 든든한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온 공공임대가 공급난에 처했다. 올해 공급물량 12.5만…작년 물량 얹어 60% 증가
공공임대는 무주택·저소득 서민을 위해 국가나 지자체, 주택도시기금 재정으로 건설, 매입 또는 임차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장기간 임대(임대후 분양 포함)할 수 있게 공급하는 주택이다.
임대주택 유형으로는 직접 건설해 공급하는 '건설임대'와 기존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매입임대', 입주대상자의 거주희망 주택에 공공기관이 임대인과 전세계약을 맺은 후 재임대하는 '전세임대'가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공임대주택 공급목표는 총 12만5000가구다. 주택유형별로 △건설임대 3만5000가구 △매입임대 5만가구 △전세임대 4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건설임대 2만4455가구 △매입임대 5563가구 △전세임대 3만570가구 등 총 6만589가구를 공급했다. 지자체 물량 포함 시 총 공급물량은 7만8000가구다.
연 10만가구가 공급목표치(통상 건설임대 3만5000가구, 매입임대 3만5000가구, 전세임대 3만가구)인 만큼 지난해 부족한 공급물량이 올해 더해졌다. 작년 공급물량 대비 올해 60% 이상 늘어난 공급 계획은 지난해 부족분을 메우는 차원인 셈이다.
하지만 이 공급 계획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정부 들어 공공임대 연평균 공급물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입임대 실적 16% 그쳐…오락가락 제도 탓
특히 지난해 공급물량이 적었던 이유는 매입임대 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평균 1만~2만가구 공급되던 매입임대는 지난해 5563가구 공급에 그쳤다. 계획물량(3만5000가구) 대비 16%에 그친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초 LH가 매입한 주택에 대해 '고가' 논란이 일었던 탓이다. 이에 정부는 매입가격을 대폭 낮추고 매입 제한 조건도 강화했다. 그 결과 공급량이 전년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 공급물량 축소는 LH 매입임대가 목표 대비 크게 부진했던 탓"이라며 "연초 고가매입 논란으로 매입가격 기준을 대폭 강화해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인데, 올해 제도를 다시 정비해 목표치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입임대 공급실적이 부진하자 1년도 안 돼 다시 제도 손질에 나선 것이다. 집값과 임대료 상승으로 공공임대 수요는 늘고 있지만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오히려 공급이 줄었다. 지난 17일에는 내년까지 매입임대 12만가구 공급계획을 새로 내놨지만, 공급물량을 채우겠냐는 물음표가 여전히 붙는 이유다.
정부 공급활성화 정책 내놓지만...
정부가 공급 속도를 올리겠다며 연이어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매입임대, 전세임대도 과거 대비 공급여건이 좋지 못하다. 시세보다 싼 가격에 제공한다지만 전세사기 여파와 물가상승 영향으로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크게 뛰어서다.
또한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원자잿값 상승으로 건설경기가 악화하면서 실제 공급 주택수를 늘리는 '건설임대'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이학박사)는 "매입·전세임대는 양의 증가가 아니라 기존 주택의 용도를 바꾸는 것으로 결국 시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건설임대로 추가 공급물량을 늘려야 시장 가격도 안정화되는데, 건설원가 상승으로 인해 예정물량을 채우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지난 5년간 연평균 4만3693가구가 공급됐던 건설임대는 윤석열 정부 들어 2년간 연평균 1만5988가구로 줄었다. 공공임대 공급이 한정된 정부 예산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공사비, 자잿값 인상 등으로 공급 가격이 오르면 공급 규모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공급물량을 정해 숫자에 매몰되기보다 지역별 필요 수요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공임대 공급은 예산확보와 공급택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는 공급할 땅도 예산도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별 수요를 파악해 공급에 집중하고 주거취약계층 10% 주거복지 실현 외에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추가 택지확보 노력과 민간 참여를 높일 수 있게 운영관리 부담을 낮추는 고민도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공공임대 본연의 역할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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