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힐러리 클린턴 “민주주의 지키기 위한 ‘전투’, 아직 패배하지 않았어”[2024 경향포럼]

이창준·김희진 기자 2024. 6. 2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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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경향포럼 인터뷰 | 위기의 민주주의, 진단과 처방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1일 경향신문과의 영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제공

민주주의는 지금 어느 정도 위기일까.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민주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소수자를 배척하는 극우 정치세력이 빠른 속도로 세를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권위주의형’ 지도자가 세계 각국에서 힘을 얻고 있다.

극우 세력의 득세는 최근 유럽에서 두드러진다. ‘네오 파시스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극우정당 유럽보수와개혁(ECR)은 지난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83석을 차지, 제3교섭단체 자리에 올랐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정당 국민연합(RN)은 의석 수를 기존보다 2배 넘게 늘려 원내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 재선을 노린다.

클린턴 전 장관은 기술 발전도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이어주는 소셜미디어는 소수자 혐오 발언을 더 쉽고 빠르게 퍼나른다. 고도화한 인공지능(AI) 기술은 실제로 하지 않은 말을 마치 한 것처럼 교묘하게 짜깁기한 ‘딥페이크 영상’을 퍼뜨린다.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는 언젠가는 사라질 낡은 체제일까. 클린턴 전 장관은 권력자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는 여전히 다른 정치 체제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했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민의 저력이 버티는 한 민주주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민주주의를 위한 전투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고,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열리는 <2024 경향포럼>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와의 영상 대담을 통해 현재 민주주의가 닥친 위기 상황을 분석하고 민주적 리더십에 대해 얘기한다. 경향신문은 이에 앞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주의는 완벽하게 작동해도 결점이 없을 수 없다. 문제는 현실의 민주주의는 완벽하게 작동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지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돌풍이 거세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독재자형 리더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트럼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론 조사를 보면 그의 인기는 오랫동안 정체돼 있다. 독재자형 인물과 권위주의적 정당의 부상이 심히 우려스럽다는 데는 동의한다. 극우 정당이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독재자들은 최근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민주주의가 여전히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지, 심지어 제대로 작동은 하는지, 어쩌면 권위주의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지 등에 대한 논쟁이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의 민주적 제도와 규범이 훼손된다면 민주주의가 논쟁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워진다. (민주제를 따르지 않는) 다른 국가에 법치주의와 정치적 다양성 확보, 평화적 권력 이양을 존중하도록 권유하기도 힘들어진다. 민주적 가치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자산 중 하나다. 반대 의견을 탄압하고 인권을 부정하는 독재 국가와는 극명히 대비된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과 같은 독재자형 정치인들은 정당한 선거라는 가면을 쓰고 몰래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 권력을 이용해 민주주의 제도를 해체한다. 이런 경향은 국경을 넘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강화한다.”

-민주주의 제도 자체가 위기를 맞이했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주의는 원래 결함이 많은 체제인가.

“민주주의는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해도 결코 완전 무결할 수 없다. 다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늘 있고, 합의에 도달하려면 의사결정은 더디기 마련이다. 문제는 현실의 민주주의는 완벽하게 작동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외국의 간섭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정치인들의 편견·증오 때문에,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지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은 폭력을 휘두르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결과를 훼손하고 있다. 언론은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해 나쁜 결과를 낳는다.”

-민주주의 선거 시스템에서는 대중의 인기만 얻으면 부적격 지도자도 권력을 잡을 수 있다.한국에서는 대통령의 큰 흠결이 드러나 탄핵되기도 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중대한 결함이라고 봐야하지 않나.

“건강한 민주주의라면 유권자들은 자신과 국가에 가장 적합한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당선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통치권을 인정하고 민주주의 제도 내에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건강하지 않은 민주주의에서는 지도자를 잘 고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소가 많기는 한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시민이 여전히 지도자를 비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아무리 망가지더라도 민주주의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독재 정권에서는 대통령에 반대하면 감옥에 갇히지만, 민주 사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대통령에게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건강하지 않은 민주주의에서도 시민은 여전히 지도자를 비판할 수 있다.
이는 아무리 망가지더라도 민주주의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미국에선 ‘내 편이 아니면 다 적이고, 오직 내 편만 옳다’는 식의 정치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의 의회 정치도 타협과 포용보다는 반목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문화가 양 극단으로 치닫는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엔 여러 요인이 있다. 그 중 소셜미디어는 음모론이 이전보다 훨씬 넓게 확산하도록 만들었다. 미국 공중보건국장은 이를 ‘외로움 전염병(Epidemic of Loneliness)’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외로움은 개인과 사회에게 모두 해롭다. 외로움이 분노와 원망, 편집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외로움은 사회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정치 양극화와 적대감을 키운다. 이웃과 지역 사회를 신뢰하지 못할 때 권위주의와 음모론에 쉽게 빠진다. 외모나 정치적 신념이 다른 사람을 적으로 보는 혐오 가득한 말들에도 쉽게 넘어간다.”

-이를 극복할 방안은.

“한 가지 방법은 개인이 지역사회와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이다. 미국의 예를 들면, 시민들은 분열된 중앙 정치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 지역 정치에 참여하면서 절망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다. 우리가 정치를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되돌릴 때, 다시 말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이웃과 우리의 공동 목표를 이야기할 때 민주주의에서 희망과 가능성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오는 11월 치르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AI를 활용한 가짜뉴스가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AI가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매우 우려스럽다. AI의 기능인 딥페이크를 이용해 대선 후보를 흉내낼 수 있다. 후보가 실제로 한 적 없는 말을 하는 영상을 거짓으로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식이다. 심지어 외국에서도 이 기술을 통해 다른 나라 선거에 간섭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IT(정보통신) 기업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지만 대부분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진짜와 가짜 영상을 구별하도록 유권자를 교육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미국은 한때 민주주의 전도사로 불렸다. 그러나 학자들은 최근 민주주의가 가장 두드러지게 퇴행하는 국가로 미국을 꼽는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나는 권위주의의 확산과 트럼프 집권이 초래할 결과를 누구보다도 먼저 경고했다. 그러나 반세기 넘게 정치권에 있으면서 최고의 정치와 최악의 정치를 모두 경험한 결과 여전히 미국의 민주주의를 깊게 신뢰한다. 미국인의 기본적인 품위를 믿기 때문이다. 온갖 정치 진흙탕을 파고들다 보면 결국 단단하고 진실한 무언가에 도달하게 된다. 그건 우리를 여전히 ‘미국인’으로 묶는 토대, 근본적인 가치를 열망하는 토대다. 이상주의자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커리어 동안 수만 명의 미국인을 만났다. 유권자, 활동가, 학부모회 회원 등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싸우는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전투를 하고 있으며, 그 전투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반세기 넘는 정치 커리어 중 가장 아쉬운 점은.

“2016년 대선에서 선거인단 투표 패배로 대통령 집무실이나 백악관의 다른 장소에서 인터뷰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한다. 여러 측면에서 정말 쉽지 않은 선거였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제공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슬로건은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Stronger Together)’였다.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강조했다.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유효하다. 고전학자 작가인 메리 비어드는 권력을 단순히 제로섬 게임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제안했다. 이에 동의한다. 권력을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으로, 또 ‘개인뿐 아니라 집단이 가질 수 있는 권리’로 생각해야 한다. 나는 ‘집단적 권력’을 향한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위기와 분열 속에서 공동체와 상호 책임이라는 핵심적인 미국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이다. 미국인들은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어’가 아니라 ‘함께 해결할 거야’라고 말한다. 미국을 건국한 지도자들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혁명을 일으켰고, 헌법을 만들었다. 24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신뢰한다. 선거 당시 ‘Stronger Together’를 슬로건으로 선택한 이유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이 슬로건을 믿는다.”

-2016년 대선 당시 48.18%의 득표율에도 불구, 46.9%의 표를 얻은 트럼프에 패했다. 임신 중지에 반대하는 미국인은 40%에 못미치지만 2022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여성의 임신 중지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시민들은 총기 규제를 찬성하지만 상원은 입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수결이 핵심 원칙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소수의 지배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언급한 문제들은 미국의 인종과 계층, 종교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생겨난 역사도 복잡하고 해결하는 방법도 복잡할 것이다. 언급한 사례 외에도 투표권을 억압하고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입법적 시도가 미국에서는 발생한다. 정치학자들은 이런 ‘입법 전술’이 쿠데타처럼 극단적이진 않을지라도 민주주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시민이 민주적 기관을 불신하기 시작하면 다음엔 아예 관심을 갖지 않게 되기 쉽다. 그러나 그렇게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강한 야욕을 가진 소수에게 무관심한 다수가 지배받도록 만드는 행위다. 변화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평등은 공짜로 얻어낸 것이 아니다. 미국 역사를 보면 건국에서부터 남북전쟁, 여성 권리 운동, 민권 운동, LGBTQ 권리 운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화는 그 시대를 살던 사람이 자신의 삶을 희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 역시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하려는 일이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한 발짝이라도 더 내디뎌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나라를 남기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2016년 대선 패배로 묻혔던 승리 연설문이 2021년 공개됐다. 연설문에는 ‘미국은 우리와 남을 구분하는 나라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런 가치를 지향하는 후보는 결국 당선되지 못했고, 연설문은 묻혔다. 이를 미국의 통합과 단결이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을까.

“미국 사회의 통합은 확실히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에는 인간의 존엄과 다양성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이런 가치를 약화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아직 승리하진 않았다. 여전히 분열의 세력과 싸울 시간이 있다. 내가 만난 어떤 어머니는 인종차별 폭력으로 자식을 잃었다. 그럼에도 괴로움에 빠져들지 않았고, 혐오와 싸우며 다른 어머니들이 자신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고 있다. 어떤 극단주의 운동을 하던 사람은 스스로 그 운동으로부터 벗어나, 주변 사람들 역시 그런 운동을 그만두도록 돕고 있다. 이런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이런 영감은 양극화와의 싸움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버리는 것은 매일 가족과 이웃,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타협, 연대, 진정한 다양성 추구에 전념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버리는 것은 매일 가족과 이웃,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수백만 명의 시민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직접 무력 충돌할 가능성은.

“많은 요인에 영향받는 매우 복잡한 문제다. 미국 내에서 발생하는 일이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푸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결의를 계속 시험할 것인지, 미·중 경쟁이 갈등으로 치달을 것인지는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반등 혹은 쇠락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있다. 일부 학자들은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혼란에 빠졌고, 이 때문에 중국이 세계 주도권을 차지할 기회를 가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동맹의 중요성과 가치를 이해하며, 냉철하면서 안정된 판단력을 가진 최고 지도자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여성 정치인, 특히 지금 세대의 여성 정치인이 받는 가장 큰 도전과 억압을 꼽는다면.

“여성 정치인이 받는 가장 큰 도전은 끊임없는 이중잣대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은 여성을 평가할 때 남성에게는 들이대지 않는 또 하나의 잣대를 들이댄다. 헤어스타일, 옷차림 같은 추상적인 것들이다. 지금까지도 유권자 중에는 여성 대통령 후보 존재 자체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 요즘엔 소셜미디어 때문에 더 어려워졌다. 여성 정치인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주기적으로 공격당하고 위협받는다.”

-이중잣대와 싸우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공직에 출마하려는 여성을 만나면 내가 항상 하는 조언이 있다. ‘어떤 방해물이 나타날지 항상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일해야 한다’, ‘비판을 진지하게 경청하되 개인의 일로 받아들이지 말라’. 여성은 남성 경쟁자보다 더 엄격하고 가혹하게 평가받을 것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해야 한다. 더 많은 도전을 받을 것이기에 좋은 조력자를 곁에 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비판을 통해서도 일부 배울 수 있는 지점도 있다. 심지어 누군가 나에게 인신공격을 한다고 해도 배울 것은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내 의지를 꺾는 것이구나, 나를 비하하려 하는구나’라는 것이다. 다만 그 말에 상처를 받거나 충격을 받을 필요는 없다.”

-20대 초반으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은.

“가능한 많이 배우고 가능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볼 것이다. 위험을 기꺼이 무릅쓰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뭐든 배우려는 태도를 가질 것이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시 일어나서 계속 살아가는 법을 더 적극적으로 배울 것 같다. 물론 나는 주변으로부터 좋은 조언을 받았고, 훌륭한 부모님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훌륭한 교육도 받았다. 이는 내 인생에서 정말 좋은 보험 증서가 됐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젊은 세대가 배움에 집중하기보단 스마트폰 화면 같은 수동적인 기기에 몰입해 시간을 보낸다. 그런 식으로는 든든한 성장 기반을 얻을 수 없다. 절망이나 실패에서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알 수 없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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