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박상규·SK지오 나경수 ‘올해의 표준 CEO’
[커버스토리 - 2024 100대 CEO]
2024년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인물일까. 한경비즈니스는 NICE평가정보와 함께 ‘2024 한경비즈니스 100대 CEO’를 선정했다. ‘100대 기업 CEO’의 표준 모델을 찾기 위해 지난해 매출액 기준 상위 100개 기업 CEO들의 출신 대학(학부)·전공·나이를 분석했다.
이 같은 자료를 기초로 추린 결과 ‘1964년생·SKY대 경영학 전공·남성’이 표준 모델로 나타났다. 100명 중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은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서울대 경영)과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고려대 경영)이었다. 과거 데이터와 동일한 조건에서 분석하기 위해 나이는 ‘만 나이 통일법’ 시행 전 방식을 기준으로 했다.
100대 기업 ‘SKY대 경영·1964년생 용띠 CEO’가 이끈다
100대 기업을 이끄는 CEO의 평균 연령은 61세(1964년생)였다. 지난해(60.4세)보다 0.6세 높아졌다. 세대별로 보면 현재 50대 중반~60대 중반인 1960년대생이 75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1950년대생 16명, 1970년대생 8명, 1980년대생 1명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는 60~65세(1961~65년생) CEO가 과반(51명)이었다. 이어 △55~59세(1966~70년생) 21명 △65~69세(1956~60년생) 15명 △70~74세(1951~55년생) 6명 △45~49세(1976~80년생) 3명 △40~44세(1981~85년생) 1명 등의 순이다.
100대 기업 CEO 중 ‘용띠’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1964년생(61세) 용띠 CEO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20년 소띠(1961년생), 2021년 토끼띠(1963년생)에 이어 2022년부터 최근 3년간 용띠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1952년생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필두로 1964년생 장재훈 현대차 사장·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구자은 LS그룹 회장·홍원학 삼성생명 사장·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 등이 재계 대표적인 용띠 수장들이다. 1976년생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도 용띠 CEO다.
호랑이띠(1962년생·63세)와 뱀띠(1965년생·60세)가 각각 11명으로, 용띠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토끼띠(1963년생·62세)가 8명, 소띠(1961년생·64세)와 원숭이띠(1968년생·57세)가 각각 7명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4050세대 젊은 CEO는 28명으로 지난해(38명)보다 10명 감소했다. 젊은 CEO는 최근 몇 년간 감소 추세다. 이는 주요 기업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효율성을 높여 반등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수시 인사로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올드맨’을 다시 불러들이는 기조와도 관련 있다.
이 중 40대는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49세),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48세), 허윤홍 GS건설 사장(46세),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43세) 등 4명이다.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3년 연속 최연소 CEO로 기록됐다.
‘고려대·연세대 경영’ 전공 강세
올해도 경영학과 출신 CEO들이 강세였다. 100명 중 24명이 경영학 전공자다. 경제학이 16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단일 학과는 ‘고려대 경영학과’(6명)와 ‘연세대 경영학과’(5명)가 100대 기업 CEO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 지난해 가장 많은 8명을 배출했던 ‘서울대 경영학과’는 올해는 4명에 그쳤다.
단일 대학으로는 서울대(27명), 고려대(18명), 연세대(15명)로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출신(60명) 비율이 60%에 달했다. 인하대가 SKY대 다음으로 많은 100대 기업 CEO를 배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남궁홍 삼성E&A 사장이 인하대 동문이다. 서강대·한양대가 각각 4명을 배출했다.
비수도권 대학 출신은 8명으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해외 대학 출신은 예년과 동일한 7명으로 외국인 CEO 2명을 제외하면 5명의 CEO가 해외 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멘로대)·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아오야마가쿠인대)·구자은 LS그룹 회장(베네딕트대)·허윤홍 GS건설 사장(세인트루이스대)·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펜실베이니아대) 등이 대표적인 해외파다.
전공 계열은 경영·경제·회계학 등 경상계가 42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49명)보다는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최근 몇 년간 이공계 출신 CEO가 증가세다.
올해 전자공학·기계공학·금속공학·화학공학 등 이공계는 34명으로 지난해(28명)보다 6명 늘었다. 기타로는 법학 7명, 어문계열 전공자 6명이었다. MBA를 포함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CEO는 55명, 이 가운데 박사학위 취득자는 14명이다.
고교 동문 파워는 해를 거듭할수록 옅어지고 있다. 출신 고교에서 경기고·경복고·서울고 등 전통 명문고 출신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가장 많은 3명의 CEO를 배출한 곳은 경기고(서울 강남구 소재)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이사회 의장이 경기고 동문이다. 경복고(서울 종로구 소재) 동문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이다. 강한승 쿠팡 대표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같은 경성고(서울 마포구 소재) 출신이다.
신일고·서울고·서라벌고·보성고·전주고·우신고·덕원고·영동고에서 각각 2명의 100대 기업 CEO가 나왔다. 특목고 출신은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대일외고)과 허윤홍 GS건설 사장(한영외고), 문혁수 LG이노텍 대표(경기과학고) 3명이었다.
성별은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남성에 편중돼 있다. 올해 100대 CEO 중 여성은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단 한 명뿐이다.
엔지니어·정치인·경제관료 출신 전성시대
올해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엔지니어 출신과 정치인·관료 출신의 강세다.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연말 정기 인사에서 기업들은 기술 인재를 전진배치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대표가 대표적인 엔지니어 출신 CEO다.
황성우 삼성SDS 사장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전자공학 박사를 취득한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이다. 포스코에서는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이시우 포스코 사장이 공대 출신 정통 철강맨이다.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사장,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 나상섭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표, 노상구 SK인천석유화학 사장은 화공 엔지니어 출신이다.
에너지 공기업과 금융 분야에서는 정치인·경제관료 출신이 약진했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청와대 정무수석실 정무기획 비서관을 거쳐 제17·18·19·20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20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입성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는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있다. 이석준 회장은 1983년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제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임종룡 회장은 1981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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