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최대 분기점 맞는 SK, 하반기 '큰 그림'의 '이행' 나선다
SK그룹이 하반기 리밸런싱 본격 이행에 나선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상반기 동안 그려온 '큰 그림'에 맞춰 사업구조 재편 및 체질 개선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회의(확대경영회의)를 개최한다. 기존 하루 일정으로 진행했던 것과 달리, 1박2일 동안 '끝장 토론'을 하게 된다. 지난 22일 미국 출장길에 오른 최태원 회장의 경우 화상으로 참석하고,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회의를 주도하는 방식이 우선 거론된다.
재계는 SK그룹 각 계열사들이 상반기 동안 마련해온 리밸런싱과 관련한 각종 방안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리밸런싱의 '방향성'을 도출하는 프로세스를 시도할 것으로 파악된다. 'Super Excellent(초일류)'를 추구하는 그룹의 경영철학인 'SKMS(SK 경영관리체계)'의 의미를 되새기는 메시지가 나올 게 유력하다는 평가다.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의장 등 최고위 레벨에서는 이미 리밸런싱의 틀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따라서 CEO들이 머리를 맞대는 경영전략회의에서 나온 메시지는 리밸런싱의 가이드라인 격이 될 수밖에 없다. 다음달부터는 경영전략회의의 방향성에 맞춰, 구체적인 리밸런싱 조치들이 계열사 레벨에서 실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전통적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각 계열사 이사회들이 바쁘게 돌아가며 리밸런싱 세부 조치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결정된 사안이 있으면 최대한 속전속결 원포인트로 발표될 게 유력하다. 지난 상반기 동안 설익은 리밸런싱 시나리오들이 자본시장에 유출돼 SK그룹을 흔들었던 것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취지다. 지난 7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및 유정준 SK온 부회장 인선을 발표한 것과 유사한 방식의 '깜짝 발표'들이 하반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
일단 SK그룹이 그동안 공식 인정한 리밸런싱 방안으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검토 △SKIET 지분 일부 매각 검토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 슬림화 추진 △SKIET(분리막) 및 SK넥실리스(동박)의 북미 생산라인 속도조절 등이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의 경우 SK 측에서 "정해진 게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가장 유력한 카드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적자 속 투자'를 당분간 지속해야 하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을 늘리고, 동시에 중복투자 사업을 최대한 정리해 내실있는 성장을 추진한다는 리밸런싱의 취지에 들어맞는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설과 관련해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간 지주회사로서 신규 사업 육성을 위한 이익창출원이 부족했던 SK이노베이션에게 에너지 포트폴리오 확장 관점에서 긍정적인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궁극적으로는 SK온 상장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계획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인적 개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창원 의장은 "회사가 방만하고 느슨해졌다"는 취지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 통폐합뿐만 아니라 임원진 축소 등의 시나리오가 광범위하게 언급되는 이유다. 이달 들어 박성하 SK스퀘어 대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성민석 SK온 CCO(최고사업책임자)가 사업 부진 등을 이유로 줄줄이 해임된 게 신호탄 격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리밸런싱의 핵심에 위치한 SK온을 둘러싼 대규모 인사 조치설까지 나오는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인적 개편 역시 경영전략회의에서 정한 '방향성'에 맞춰 진행될 것"이라며 "연말 인사 및 조직 개편 규모를 넘어 내년 이후 수년간의 사업 구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경영전략회의는 SK그룹 경영의 최대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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