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마지막 퍼즐' 환율, 또 다시 출렁… 고환율 뉴노멀될까

최온정 기자 2024. 6.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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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환율, 1388.3원에 마감… 5일째 1380원대
1400원까지 오른 4월 중순 이후 가장 높은 수준
위안화·엔화 약세 탓… “1290~1400원 박스권”
高환율, 물가 자극할수도… 한은 “변동성 줄일 것”

지난 4월 정부의 구두개입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하 환율)이 다시 1380원대로 올라서면서 고(高)환율 흐름이 굳어지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은 작년 말 내놨던 환율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환율이 1300원 후반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금리인하를 위해 환율을 안정화시켜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은 1388.3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7일(1381.2원)부터 5거래일째 1380원대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1392.90원까지 오르면서 1400원에 육박했다.

◇ 원·달러 환율, 1월 1300원→6월 1380원 급등

올해 환율은 개장 첫날인 1월 3일 1300.40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안정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란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과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서 바로 상승 전환했다. 중동의 전운이 고조된 지난 4월 16일에는 14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한 것은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들썩였던 2022년 하반기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그래픽=손민균

이후 지정학적 긴장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환율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다. 17일 종가기준으로 1380원대를 넘었던 환율은 일주일 만에 1360원대로 내려왔고, 한 달 뒤인 지난달 17일에는 1350원대로 떨어졌다. 엔화와 위안화 약세도 다소 누그러지면서 프록시(proxy·대리) 통화인 원화 약세도 잦아들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작아지자 환율은 5월 말부터 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1379.40원으로 마감하면서 1370원을 넘기더니 6월 19일까지 단 한 차례(6월 7일, 1365.3원)만 빼고 1370원을 웃돌았다. 다시 고개를 든 엔화·위안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1380원을 넘어 1400원을 바라보게 됐다.

주요국과 비교해도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가파른 편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21일 원달러 환율은 일주일 전인 지난 12일(종가 1376.20원)과 비교해 0.879% 올랐다. 1인당 연간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일본 1.101% 다음으로 높다. G20 중에서는 브라질(1.638%), 튀르키예(1.437%), 일본(1.101%)에 이어 4번째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6년까지 연준과 한은이 금리를 다 내려도 현재 200bp(1bp=0.01%포인트)인 한·미 기준금리차(상단기준, 한국 3.5%·미국 5.5%)가 100bp 이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환율이 1200원대로 가는 건 쉽지 않을 것 같고, 1290원에서 1400원 사이 구간에서 새로운 박스권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 한은 ‘연말 1200원대로 하락’ 전망 깨질수도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하의 마지막 퍼즐인 환율이 전망을 벗어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난감한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 연말까지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13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200원대로 내려가는 시점이 늦어지면 금리 인하는 더욱 지연될 수 있다.

높아진 환율은 한은의 정책 목표인 ‘물가 안정’을 어렵게 한다.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물가도 들썩이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3월에는 농산물 가격, 국제 유가,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를 웃돌았다. 4월 이후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되면서 3% 아래로 내려왔지만, 환율이 다시 오르면 물가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환당국은 원화가치가 더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에 환율 방어에 돌입했다. 21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 거래 한도를 기존 35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증액했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을 매입할 때 현물 시장에서 달러를 사는데, 외환당국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원화를 받고 달러를 주면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줄어 환율 상승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직 고환율 흐름을 꺾기는 어려워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4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을 1350원으로 수정했다. 지난 4월에는 4분기 전망을 평균 1340원으로 전망했는데 10원 높인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작년 말 낸 보고서에서 3분기 평균 환율을 1370원, 4분기 1350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3분기를 1380원, 4분기를 1360원으로 높였다.

안예하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환율 상승으로 금리 인하가 무산되지는 않겠지만, 인하 폭과 시기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항간에는 미국보다 한은이 먼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는데, 환율이 높으면 조기 인하가 쉽지 않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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