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판매, C커머스보다 국내 플랫폼 더 심각"…패션업계, 정부에 호소

김진희 기자 2024. 6.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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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상품 유통방지 협의회 "지재권 침해 문제 심각" 호소
月 이용자 800만명 국내 패션 플랫폼에도 짝퉁 판매 수두룩
월 이용자 8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서 짝퉁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에이블리 앱 캡처)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패션 기업들이 최근 정부와 만난 자리에서 디자인을 카피하거나 상표권을 도용하는 등 지식재산권(IP)을 침해한 소위 '짝퉁'(가품) 유통 문제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심각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직구 플랫폼의 한국 진출 확대로 국내 패션 시장에서 짝퉁 판매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진 가운데 피해가 우려되는 패션 기업들도 힘을 합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정부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특허청과 산하 기관인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2024년 위조 상품 유통 방지 협의회'를 열고 패션 스포츠 분과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는 국내외 패션 스포츠 브랜드 기업의 지재권 침해 이슈 현황을 파악하고 위조 상품 유통 현황 및 협력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국에서는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참석했고 패션 스포츠 기업 중에서는 휠라 브랜드를 보유한 휠라홀딩스를 비롯해 커버낫, 리(LEE), 이벳필드(EBFD) 등의 캐주얼 브랜드 운영사인 비케이브 등이 참석했다.

해외 기업 중에서는 한국에 지사를 둔 데상트코리아와 크록스코리아 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브랜드의 지재권 보호 및 피해 지원을 목적으로 지난 3월 설립된 사단법인 브랜드지식재산권보호협회(브랜드보호협회)도 이날 자리에 함께했다.

당시 현장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당국이 재택 모니터링단을 이용해 적발한 짝퉁 상품 20만 건 중에서 절반 이상인 60% 정도가 패션 및 잡화일 만큼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걸 정부도 인식하고 있었다"며 "실제 패션 업계에서 체감하는 패션 분야의 지식재산권 침해 현황과 업계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협의회에서는 "알리,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관심이 높은데 실제로는 국내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오픈마켓을 비롯해 개인 쇼핑몰들을 모아놓은 패션 전문앱 등에서 상당히 많은 카피 상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10~20대 젊은 여성들을 포함해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800만 명에 달하는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서도 이러한 디자인 카피 상품은 손쉽게 볼 수 있다.

현재 에이블리에서는 국내 브랜드에서 자체 디자인한 백팩부터 티셔츠, 여름용 샌들 등의 고유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짝퉁 상품이 버젓이 판매 중이다. 판매 가격은 브랜드 정품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렴한데 이는 그만큼 짝퉁의 퀄리티와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적나라하게 베낀 짝퉁도 판매되고 있다. 2018년 LVMH 프라이즈에서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스코틀랜드 출신 디자이너 찰스 제프리가 운영하는 럭셔리 브랜드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의 히트 상품인 토끼귀 모양의 '래빗 비니'는 정가가 27만 원 수준인데 에이블리에서는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만 원대 중반에 판매되고 있다.

에이블리가 국내 패션 커머스 앱 중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데다가 짝퉁 유통 문제도 심각한 상태인데 민관 협의 공동체인 '위조 상품 유통 방지 협의회'에는 가입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협의회 내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로는 △오픈마켓(네이버, 카카오, 쿠팡, G마켓, 쓱닷컴, 11번가, 위메프, 인터파크 등) △대기업 유통사(이마트, 롯데온, 홈플러스) △버티컬 플랫폼(무신사, 발란, 브랜디) 등 20여곳이 있다. 5월에는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도 신규 회원사로 가입했다.

패션 업계에서 국내외 브랜드의 지재권 보호 및 피해 방지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서 단체 행동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한국패션산업협회가 K-패션 브랜드의 지재권 보호 및 가품 유통 근절, 피해 브랜드 지원 등을 골자로 한 '패션 IP센터'를 출범 소식을 알렸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지난 5월 31일 국내 지식재산권 보호 관련 기관 및 협단체 공조를 위해 발족한 '지식재산 보호 유관기관 협의회'에서도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에서의 국내 브랜드 지재권 침해 방지를 위한 민관 공조가 논의됐는데 이날 패션 분야를 대표해 브랜드지식재산권보호협회, 한국패션산업협회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도 브랜드보호협회 측은 "C커머스 성장 등에 따른 해외 플랫폼 가품 유입 예방·대응도 중요하지만 국내 대형 플랫폼에서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가품 판매 등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상표법 개정안,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 등의 가품 유통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으나 논의하기도 전에 폐기됐다"며 "특허청을 비롯한 당국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패션업계에서도 협회 주도로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는 만큼 국내외 플랫폼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정부 주도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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