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의료케어, 동우회까지…“여보, 우리 실버주택 갈까”
최근 ‘인생 2막’을 열면서 다양한 사회적 교류와 동호회 활동 등에 적극적인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들이 함께 모여 사는 실버주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실버주택은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만 60살 이상 노년층만 입주하고 청소·세탁·식사편의 등 생활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시설을 뜻한다. 법상 명칭은 ‘노인복지주택’인데 흔히 실버주택, 실버타운, 시니어 레지던스 등으로 불린다. 현재 전국적으로 39개소, 8840세대의 노인복지주택이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질 높은 의료케어·커뮤니티 등을 앞세운 고급형 실버타운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입주하기 위해선 2년 이상을 대기해야 하는 곳까지 등장했다.
수요 급증에 실버타운 ‘귀한 몸’
최근 이전 세대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베이붐 세대(1959~64년생)가 65살 이상 노년기에 진입하면서 수준 높은 생활 서비스가 제공되는 실버주택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실버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서민·중산층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의 핵심은 노인복지주택 분양형 허용과 새로운 유형의 노인복지주택인 ‘실버스테이’ 도입이다.
먼저 2015년 이후 중단된 실버타운 분양은 노인복지법 개정을 거쳐 내년부터 공급된다. 과거 불법전매 등 투기 논란으로 인해 분양이 금지된 지 10년 만이다. 다만, 실버주택이 투자 상품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양이 허용되는 곳은 전국 89곳의 ‘인구 감소 지역’으로 제한된다.
이와 함께 실버타운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어야 위탁 운영을 할 수 있었던 규제도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호텔, 요식업체, 보험사,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 장기요양기관도 실버타운을 운영할 수 있다. 또 현재는 수요자가 살던 집에서 나와 실버타운에 입주할 때는 주택연금 지급이 중단됐으나 앞으로는 실버타운 입주로 인해 살던 집을 전월세로 돌려도 실거주 예외 사유로 인정해 주택연금을 계속 지급하기로 했다.
중산층 고령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인 ‘실버스테이’ 도입도 추진된다. 올해 시범사업 착수가 예정된 실버스테이는 동작감지기, 단차 제고 등 주거약자용 주택 시설기준과 노년층에 특화된 편의시설을 갖춘 아파트다. 부동산 업계에선 실버스테이가 도심권이나 수도권 3기 새도시 등에 들어서면 상당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청소·식사 등 해결되는 도심권 레지던스 잇따라
관련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실버주택을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시행사, 건설사, 금융기관 등이 최근 시니어 레지던스 건설·운영 등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최근 노년층 수요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도심에 입지해 있으면서도 고품질의 생활 서비스를 내세운 임대형 실버주택이다.
건설사업관리(CM) 전문기업인 한미글로벌의 자회사 한미글로벌디앤아이(D&I)는 최근 위례새도시에 이 회사의 첫 시니어 레지던스 ‘위례 심포니아’를 선보였다.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위례 심포니아는 인근에 위례호수공원, 남한산성, 장지천, 스타필드시티 등이 있고 교통 여건도 양호하다. 올해 말 준공해 내년 3월께 입주 예정으로, 지상 9층의 1개동 건물로 총 115실 규모다. 크기는 전용면적 43~56㎡로, 1.5룸(13평형) 형태의 A·B타입과 2룸 형태(17평형)의 C·D타입으로 나뉜다. 피트니스센터와 사우나, 스크린골프장이 있고 간호사실과 헬스케어실을 둬 건강 상담과 맞춤 운동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노래, 춤, 와인 입문, 외국어 등 다양한 문화·여가 활동과 함께 재능 기부 등의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아침·점심·저녁 식사를 모두 제공하는 카페테리아에서는 전담 영양사가 준비한 건강식 식사를 제공한다. 세대 내 청소 등을 지원하는 하우스키핑 서비스, 일상생활을 돕는 컨시어지 서비스도 기본 제공된다. 거주 비용은 전용 43㎡기준으로 보증금 5억6천만~7억7천만원(전세형)에 월 이용료(생활비·식대 포함)는 1인 230만~260만원, 2인 월 310만~340만원 선이다. 지난 18일 석촌동에 마련된 본보기집에서 만난 서영철 한미글로벌디앤아이 부장은 “상담 고객들 대부분이 다른 시니어 레지던스와 장단점을 꼼꼼히 비교한다”면서 “단지 안에 인근 아파트 주민에게 개방된 어린이집을 설치해 지역사회에 기여한 점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짓는 시니어 레지던스 ‘브이엘(VL)르웨스트’를 내놨다. 브이엘르웨스트는 지상 15층, 4개 동, 전용 51~149㎡ 810실 규모로, 내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이대서울대병원과 연계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롯데호텔이 운영을 맡아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거주 비용은 전용 51㎡의 경우 보증금 6억원, 월 임대료 115만원(생활비 별도) 수준이다. 또 대우건설은 부동산 개발업체 엠디엠(MDM)그룹과 손잡고 경기 의왕시 의왕백운밸리에 짓는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공공 실버주택 확충에 힘써야”…전국 3700가구에 그쳐
전문가들은 민간 실버주택과는 별도로 자산과 소득이 적은 노년층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실버주택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9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주택 노인가구를 위한 ‘고령자복지주택’을 공급 중인데, 현재까지 공급 실적은 3700여가구에 그친다. 엘에이치는 올해부터 리모델링(1천가구)과 민간제안 신축매입(1천가구) 방식을 새로 도입해 현재 연간 1천가구 수준인 고령자복지주택 공급 물량을 연간 3천가구로 늘려나가기로 했다. 고령자복지주택은 현재 소득 수준에 따른 순차제 입주 방식이 적용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중산층 노인가구에게 입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일부 물량에 추첨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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