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정치 복귀하며 ‘용산 대립’ 선택…나·원·윤, ‘그건 안된다’

서영지 기자 2024. 6. 2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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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당정관계 놓고 ‘한 vs 나·원·윤’ 대립각
국민의힘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오른쪽)과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3일 남양주에서 열린 ‘성찰과 각오’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원희룡 캠프 제공 연합뉴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구도가 ‘한동훈 대 비한동훈’으로 선명하게 짜였다. 4·10 총선을 진두지휘할 때 윤석열 대통령과 불화를 겪었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 73일 만에 용산과 확실하게 각을 세운 채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한 전 위원장은 23일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하고 ‘수평적 당정관계’를 약속하면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택했다. 반면, 또 다른 당대표 후보인 나경원·윤상현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고, ‘윤석열 정부 성공’을 강조하면서 일제히 한 전 위원장을 견제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4·10 총선 참패 뒤) 지난 두달은 반성과 혁신의 몸부림을 보여드렸어야 할 골든타임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국민의 요구에 묵묵부답,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만을 보여드렸다”며 “고심 끝에 저는, 오랫동안 정치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출마 선언문에서 ‘수평적 당정관계’를 세차례 언급하면서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번째 약속으로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으로 쇄신하겠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당이 정부와 충실히 협력하지만, 꼭 필요할 땐 합리적인 견제와 비판, 수정 제안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기준은 오로지 ‘민심’과 ‘국민 눈높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는 반대 뜻을 밝히고, 대신 특별감찰관 임명을 적극 추진하고 김 여사를 담당할 대통령실 제2부속실 즉시 설치를 대통령실에 요구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보수정치를 재건하고 혁신하겠다”며 이른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등을 향한 “외연 확장”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당권·대권 분리’ 조항에 따라,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6개월 전인 내년 9월에 사퇴해야 한다. 한 전 위원장은 2027년 대선 출마 여부에는 즉답을 피하면서 “우리 지지층과 당원들은 이길 수 있는 대선 후보를 갖는 걸 열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왼쪽부터),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지난 21일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연합뉴스

이날 동일한 장소에서 출마를 선언한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강조했다. 특히 친윤석열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원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 “신뢰가 있어야 당정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다”며 ‘윤심’을 정면에 내걸었다. 책임당원 등 윤 대통령 핵심 지지층의 표심을 얻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의식해서인지 ‘레드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심과 민심을 대통령께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 레드팀을 만들겠다. 레드팀이 취합한 생생한 민심을 제가 직접 전달하고, 그 결과를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정통 보수’ ‘보수 재집권’을 강조하며 80%가 반영되는 당심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계의 반대로 당대표 출마가 좌절됐던 나 의원은 “저는 계파도 없고, 앙금도 없다”며 특정 계파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나 의원은 “언제나 흔들림 없이 보수를 지켜왔다”며 “22년 전 우리 당에 들어와 지금껏 단 한번도 우리 당을 떠난 적 없다”고 말했다. 나 의원이 지난 21일 찾은 곳도 국민의힘 핵심 지지기반인 티케이(대구·경북)였다. 그는 이튿날인 22일 경북 성주·고령·칠곡 당원협의회 간담회에서 “대통령한테 각 세우고 이러다가 폭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또 ‘당대표가 되면 대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며 한 전 위원장과 차별화에 나섰다. 그는 “총선 패배를 자초한 오판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고 말해, 총선을 지휘했던 한 전 위원장을 겨눴다.

여당 안에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강하지만, “유력 주자들이 뛰어든 다자 구도여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달리는 한 전 위원장에 맞서 나·원·윤 후보의 ‘비한 연대’ 가능성이 주목된다.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7월28일 1·2위 후보만으로 결선투표가 치러지는데, 친윤계는 이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극단적 여소야대라는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대통령실은 전당대회 결과로 나타나는 당원과 국민들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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