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빈 칼럼] ‘농산물 할당관세 확대’가 우려되는 이유

관리자 2024. 6.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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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가파르게 오르는 밥상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수입 농산물에 부과되는 관세를 면제해주거나 인하해주는 할당관세 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물가안정의 주요 대책으로 할당관세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할당관세 운용 품목들이 점차 국내 농가가 생산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국내산과 경합하는 수입 농산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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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가파르게 오르는 밥상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수입 농산물에 부과되는 관세를 면제해주거나 인하해주는 할당관세 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농식품 분야에 적용되는 할당관세 운용 품목 수가 2022년 38개에서 2024년 현재 63개까지 크게 늘었다. 올해는 연초부터 과일과 채소 가격이 급등하자 농산물 가격안정이라는 명분으로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지속적으로 늘려 온 탓이다.

할당관세 제도는 ‘관세법’ 제71조에 근거해 시행 중인 제도로 원활한 물자수급을 위해 일정 기간 수입품에 기본 세율에서 40%포인트까지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할 수 있는 조치다. 하지만 농산물 물가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시행 중인 할당관세 정책이 오히려 국내 농업생산 위축과 농가의 경영불안 등 부정적 영향을 발생시킬 수 있어 많이 우려스럽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의 ‘농축수산물 물가 동향 분석’에서도 할당관세를 통한 수입 품목 및 할당물량 확대 조치는 일시적 가격안정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지만 이러한 단기적·일시적 정책의 반복적 시행은 생산자의 자율적 수급조절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실 과거 농식품 분야의 할당관세 적용 품목은 주로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축산농가의 생산비 절감을 위한 옥수수 같은 사료용 농산물, 혹은 콩과 맥주맥 같은 가공식품의 가격안정을 위한 원료 농산물 등 일부 품목에 적용돼 국내 농식품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기능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물가안정의 주요 대책으로 할당관세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할당관세 운용 품목들이 점차 국내 농가가 생산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국내산과 경합하는 수입 농산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는 대파·건고추·양파·닭고기·달걀 등에 이어 배추·양배추·당근·포도 등 국내 농가와 직접 경합하는 농축산물로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계속 늘려나가는 추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할당관세 정책이 실제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대부분의 품목이 무관세나 낮은 관세율로 수입되는 상황에서 얼마나 물가를 잡는 데 효과적일지 의문시된다. 오히려 국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 생산되면서 그나마 농가의 소득원 역할을 해오던 주요 농산물의 생산기반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더 크지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 효과도 불확실한 단기적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적극적으로 확대 시행 중인 할당관세 정책이 우려되는 이유이다.

이런 측면에서 할당관세 운영 품목과 할당물량의 결정은 보다 철저하고 면밀한 분석에 기초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할당관세 품목은 국내 주요 품목의 생산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으면서 물가 인하 효과가 큰 품목을 선정해야 한다. 또한 새롭게 할당관세를 운영하는 품목의 경우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할당 세율과 물량을 설정, 운영해본 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물가 인하라는 할당관세 적용의 정책 목적 달성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사후관리 체제 구축이 요청된다. 수입관세의 인하가 실제 수입 가격과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데 얼마나 기여하였는지, 연관된 관련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한 사후적 실증평가를 통해 할당관세 품목, 할당관세 수준, 그리고 할당관세 적용 물량 등의 설정에 효과적 관리가 필요하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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