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누가 작은 망치로 밤을 두드리는가

관리자 2024. 6.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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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쉽게 잠드는 편이다.

작은 망치로 하룻밤을 조각내듯, 여러번 깨고 잠들기를 반복한다.

그럴 땐 하룻밤이 아니라 여드레 밤을 겪은 느낌이다.

생각이 활활 타오르는 어느 밤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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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쉽게 잠드는 편이다. 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크고 작은 걱정이나 불안이 있을 때는 다르다. 작은 망치로 하룻밤을 조각내듯, 여러번 깨고 잠들기를 반복한다. 그럴 땐 하룻밤이 아니라 여드레 밤을 겪은 느낌이다. 몸은 자고 싶은데, 마음이 자꾸 헤매는 기분이 들 때 이 시를 만났다.

시인은 단 두 줄로 아름다운 불면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군더더기 없이 환하다. 머릿속에서 누가 작은 횃불을 들고 서성이는 것 같다. 발은 차갑고 머리는 뜨거워 몸의 순환 회로가 고장 난 것 같을 때, 잠이 자꾸만 달아날 때 눈 감으면 보인다.

“오래 가꾸지 않은 정원을/ 홀로 거니는 아이”의 혼곤한 서성임! 가꾸지 않은 정원은 어떨 것인가? 사람의 손길이 오래 닿지 않은 정원은 자연보다 황량해진다. 꽃이었던 꽃, 나무였던 나무, 돌멩이였던 돌멩이가 모여서 함께 시들고 있을 게다. 거칠고 쓸쓸한 풍경을 가로지르고 있는 이는 어린아이다. 두려움, 슬픔, 막막함, 약간의 순진함이 아이의 헤맴을 더 정처 없이 만들 것이다.

아이는 그곳에서 볼 수 있는 것, 볼 수 없는 것, 보면 안되는 것까지 두루 다 볼 것이다.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질 테고, 그러므로 도착지는 ‘불면’이다. 생각이 활활 타오르는 어느 밤의 풍경. ‘불면’이란 단어에는 불의 씨앗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 이 단어를 조용히 발음해보거나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도 불이 휙휙 지나다니는 것 같다. 타오르는 건 밤, 잠들지 못하는 건 어린 산책자다. 누구나 이런 밤 하루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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