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여름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왕태석 2024. 6. 2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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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시의 밤은 '별' 볼일이 없다.

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불빛이 가득해 머나먼 곳에서 반짝이는 별들이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밤이 깊어가고 산 아래 불빛들이 하나둘 꺼지자 하늘엔 별들이 점점 밝게 빛났다.

밤하늘에 은빛 모래를 뿌려 놓은 것 같은 무수한 별들과, 흐르는 강물처럼 굽이굽이 펼쳐진 은하수에는 금방이라도 하얀 쪽배가 보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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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군 금강산 자락의 신선대는 그리 높지는 않지만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변의 불빛이 없어서 밤이면 은하수와 별을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고성=왕태석 선임기자

요즘 도시의 밤은 ‘별’ 볼일이 없다. 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불빛이 가득해 머나먼 곳에서 반짝이는 별들이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별을 보려면 사람이 살지 않는 불빛이 없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강원 고성군 신선대에서 본 밤하늘에 은하수와 수많은 별이 설악산의 명물인 울산바위 뒤로 떠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 내고 있다.

얼마 전 반딧불이를 본 감동이 진하게 남아 이번엔 빛나는 별을 찾아 강원 고성군 금강산 자락에 있는 신선대에 올랐다. 이곳은 산 정상이 그리 높지 않지만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관광객이 찾지 않는 곳이라 별을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밤이 깊어가고 산 아래 불빛들이 하나둘 꺼지자 하늘엔 별들이 점점 밝게 빛났다. 반달이 구름 뒤에 숨자 그렇게 보고 싶었던 은하수가 설악산의 명물인 울산바위를 무대 삼아 주연 배우처럼 등장했다. 밤하늘에 은빛 모래를 뿌려 놓은 것 같은 무수한 별들과, 흐르는 강물처럼 굽이굽이 펼쳐진 은하수에는 금방이라도 하얀 쪽배가 보일 것 같았다. 경이로운 풍경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강원 고성군 신선대에서 본 밤하늘에 은하수와 수많은 별이 설악산의 명물인 울산바위 뒤로 떠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 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은하수를 동요 속에서만 접할 수 있게 됐다.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항상 밝은 빛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그 빛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자 ’빛공해’라는 단어까지 생겼다. 지금이야 상상이 가지 않겠지만 예전 시골에서는 밤이면 오로지 달빛에 의존해 생활했다. 지금이라도 가끔은 어둠에 좀 익숙해지면 어떨까. 어쩔 수 없이 갖은 공해에 찌들어 살지만 캄캄한 밤하늘에 수놓인 영롱한 은하수를 본다면 몸과 마음에 달라붙은 때가 벗겨질지도 모른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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