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안타 멈췄지만 행복한 도전 재시작
지명타자로 안타 재생산
손호영(30·롯데)은 지난 21일 고척 키움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다. 대기록을 향한 여정도 거기서 멈췄다. 손호영은 이날 경기 전까지 무려 30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KBO리그 연속 경기 안타 부문 공동 3위에 해당한다.
만약 이날 안타를 쳤으면 롯데 레전드인 박정태(31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손호영은 이튿날 취재진과 만나 “행복했다”며 그간의 과정을 돌아봤다.
손호영은 서른 살이 된 올해, 롯데에서 비로소 꽃을 피운 선수다. 2014년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뒤 오랜 기간 빅리그 문을 두드렸으나 끝내 결실을 보지 못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2020년 LG에 입단했으나 지난해까지 4년간 1군 94경기 타율 0.253, 4홈런, 23타점 OPS 0.663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부상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3월30일 롯데는 20대 초반의 ‘군필 사이드암 투수’ 우강훈(22)을 LG에 내주고 손호영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손호영의 야구 인생도 전환점을 맞았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손호영의 타격 능력을 살리기 위해 선발 출전 기회를 꾸준히 부여했고, 손호영도 성적으로 사령탑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는 롯데 이적 후 45경기에서 타율 0.322, 8홈런, 36타점, OPS 0.904를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이 0.396으로 롯데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이젠 중위권 도약을 노리는 롯데에 없어선 안 될 중심 타자다.
김 감독은 23일 고척 키움과 경기 전 “원래 배트 스피드와 타구 스피드가 좋은 타자”라며 “경기에 많이 나가고, 성적도 좋으니까 자신감이 더 생겨 잘 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연속 안타 행진이 끊긴 손호영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22일 키움전에서도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던 손호영은 이날 5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손호영은 2-1로 앞선 3회초 2사 1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쳤고, 6회초 팀이 빅이닝을 만들 땐 한 이닝에만 볼넷 2개를 골랐다. 롯데는 다시 안타 생산을 재개한 손호영 등 타선의 활약에 힘입어 키움을 10-2로 완파했다. 손호영뿐 아니라 테이블세터 황선빈과 윤동희가 각각 3안타씩을 치는 등 타선의 힘이 돋보였다. 마운드에선 데뷔 첫 선발 등판한 신인 정현수가 2.1 이닝 1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지만, 한현희 등 불펜진이 뒤를 잘 받쳤다.
고척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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