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與대표 되면 채 상병 특검법 발의”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나경원 의원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1시간 간격으로 잇달아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위원장이 이날 “당 대표가 되면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자 “순진한 발상, 위험한 균열”(나경원), “공수처 수사가 우선”(원희룡), “내부 전선 교란”(윤상현)이라고 곧장 반박하면서 당권 주자 간 치열한 경쟁의 막이 올랐다. 21일 출마 선언을 한 윤상현 의원까지 4파전으로 가닥이 잡혔다.
나 의원은 이날 오후 출마 기자회견에서 ‘보수 재집권’을 강조하며 “총선 패배의 오판을 반복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을 책임지지 않는 정치, 염치없는 정치에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다음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며 “당 대표는 대권 주자를 빛나게 해야 한다. 계파 없고, 사심 없는 제가 적임자”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출마 회견에서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4·10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한 지 74일 만이다. 한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이 시점에서 여당은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며 “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 발의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 했다.
원 전 장관은 오후 3시 출마 회견에서 “신뢰가 있어야 당정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다. 나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며 “레드팀을 만들어 당심과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당정 간 원활한 소통을 강조하며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앞서 출마 선언을 한 윤 의원은 이날 “이기는 당이 되려면 당이 분열하면 안 되고, 대통령과 당이 갈등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나경원 “미숙한 정치 안돼” 한동훈 “수평적 당정관계로” 원희룡 “레드팀 만들것”
與 전대 한달앞 같은 날 출마선언
대통령실과 관계 설정 놓고 신경전
韓, 채 상병 특검 조건부 찬성 밝히자… 羅 “순진한 발상” 元 “공수처수사 우선”
윤상현 “내부전선 교란” 일제히 반박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권 주자인 나경원 의원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의원이 출마 첫날인 23일부터 ‘채 상병 특검법’ 등 현안을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얽힌 현안에 대한 주자별 입장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 韓, 채 상병 특검 수용에 나-윤-원 비판
‘수평적 당정 관계’를 앞세운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 채 상병 특검과 관련해 국민이 갖고 계신 의구심을 풀어 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특검법을 그대로 받자는 게 아니라 초동 조치가 잘못됐다는 공감대가 있으니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전제하에 한 발 나아가자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어떻게든 정리하고 가야 윤석열 정부가 특검에 갇히지 않고 민생으로 나아가고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법을 추진하자고 밝힌 것은 다른 당권 주자와의 차별화와 동시에 전략적으로 ‘용산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과 갈등이 우려된다”는 일각의 의견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지금 우리가 눈치 봐야 할 대상은 오로지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한 전 위원장 발언에 “극단적 여소야대라는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원들의 마음과 국민들의 선택을 얻기 위해 후보들 간에도 치열한 논쟁이 있을 것”이라며 “전당대회 결과로 나타나는 당원과 국민들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권 주자들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냈다. 한 전 위원장은 “지금 단계에서 김건희 특검을 도입할 문제는 아니다”며 “대표가 되면 특별감찰관을 적극 추천하고, 제2부속실을 즉시 설치하자고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원 전 장관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국민의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 당정 관계, 대선 출마 문제도 쟁점
후보들은 이날 당정 관계 설정을 둘러싸고 견제구를 주고받았다. ‘당정 동행’을 앞세운 나 의원은 “각 세울 것도, 눈치 볼 것도 없는 제가 진심으로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다”며 “당대표 선거에 자꾸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미숙한 정치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알려 불화설을 잠재우려던 한 전 위원장과, 당정 일체를 강조하고 있는 원 전 장관 측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권 주자의 2027년 대선 도전 여부도 쟁점이 됐다. 나 의원은 “이번에 당대표를 맡아서 우리 정당을 바꾸고 2027년 대선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정당의 기초를 만들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위원장은 “누가 됐든 지지자들에게 상대 당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신망을 얻는다면 대선에 나와야 한다”며 즉답하지 않았다. 원 전 장관도 “2∼3년 뒤 국민이 어떻게 불러주느냐에 따라 생각할 문제”라고 답했다.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 나 의원은 이날 오후 경기 남양주시에서 열린 ‘성찰과 각오’ 당협위원장 워크숍에 참석해 원외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늘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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