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포기하는 게 오히려 좋아, 원영적 사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요즘 최고의 유행어는 아이돌 IVE의 멤버 장원영의 "럭키비키잖아"가 아닐까 싶다.
장원영은 한 빵집에 들러 자신이 사고 싶은 빵을 고르게 된다.
그러나 그 순간 원래 욕망을 '빠르게' 포기하고, 눈앞의 상황을 '새롭게' 백지처럼 바라볼 수 있는 게 바로 이 '원영적 사고'다.
'원래의 욕망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오히려 좋아, 괜찮아'라는 이 '원영적 사고'가 청년 세대에게 폭발적 호응을 얻는 이유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최고의 유행어는 아이돌 IVE의 멤버 장원영의 “럭키비키잖아”가 아닐까 싶다. 럭키는 행운이라는 뜻이고 비키는 그녀의 영어 이름이다. 즉, 자신이 ‘행운아’라고 하는 이 말이 왜 그렇게 호응을 얻고 있을까?
장원영은 한 빵집에 들러 자신이 사고 싶은 빵을 고르게 된다. 그러다 자기 차례가 왔는데, 앞사람이 자신이 사고 싶었던 빵을 모두 사 가버린 상황을 마주한다. 보통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인상을 찌푸리며 재수 없다고, 운이 나쁘다고 생각할 법하다.
그러나 그때 마침 갓 구운 스콘이 나왔고, 장원영은 오히려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말한다. 앞사람이 원래 내가 사고 싶었던 빵을 다 산 덕분에, 갓 구운 엄청 맛있는 스콘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원래 원했던 게 있었지만, 그 욕망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는 좌절하고, 짜증 내고, 화를 낸다.
그러나 그 순간 원래 욕망을 ‘빠르게’ 포기하고, 눈앞의 상황을 ‘새롭게’ 백지처럼 바라볼 수 있는 게 바로 이 ‘원영적 사고’다. 내가 그 무언가를 원하고 욕망했다 할지언정, 그 욕망 자체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빠르게 ‘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어떤 상황이든 그 자체로 좋아하면 그만이다. 따뜻한 스콘이 나오면 그것대로 좋아하면 되고, 살 게 없으면 덕분에 다이어트했다고 좋아하면 된다.
매우 긍정적이라 볼 수 있는 이런 태도가 청년 세대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청년 세대에게는 바로 이런 태도야말로 절실한 생존 전략이 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연애 결혼 출산 취업 등 수많은 것들을 포기했다는 뜻인 ‘N포 세대’라는 말이 등장한지도 20여 년이 흘렀다.
그런 상황에서 좌절과 우울, 무기력에만 빠져 있기보다는, 청년들은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일종의 ‘생존 전략’으로서의 태도를 익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폭등한 부동산값이나 소득 양극화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하지 못하면 좌절하고 우울해야 할까?
그보다는 오히려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 연애하지 않은 덕분에 나를 위한 선물을 사고 혼자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럭키비키잖아,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지 않는 대신 나를 위한 시간을 쓰면서 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으니 럭키비키잖아, 10억씩 하는 아파트를 사는 건 불가능해졌지만 다양한 곳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볼 수 있으니 럭키비키잖아, 하고 믿는 것은 자기합리화나 욕망의 왜곡이라기보다는, 욕망의 승화이자 수정이고 삶의 긍정이 되었다.
‘자기만의 삶’을 긍정하기란 그 이전에는 ‘욜로(YOLO)’나 ‘소확행’ 같은 흐름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기성 질서는 너무 공고해졌고, 기성세대가 살아간 대로 살아가기란 더 이상 불가능해진 사회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라는 현실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좌절할 것인가? 아니다. ‘욜로’의 태도로 오늘 하루의 즐거움을 찾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으면서 삶을 새로이 긍정할 수 있다. ‘원래의 욕망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오히려 좋아, 괜찮아’라는 이 ‘원영적 사고’가 청년 세대에게 폭발적 호응을 얻는 이유다.
획일화된 삶의 방식과 욕망, 경쟁 같은 것 속에서 대한민국이 병들었다는 것에는 더 이상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세상은 청년들에게 다시 ‘원래의 욕망’을 되찾으라고 한다.
결혼해서 열심히 일하고, 매달 원리금 수백만 원씩 갚으며, 기성 질서가 쌓아 올린 부동산값을 받쳐내라고 한다.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다시 경쟁의 지옥 속에서 서로 짓밟고 올라서고, 양극화 속에 다른 누군가의 노예가 되게 하라고 한다.
그러나 청년들은 그런 기성 질서 같은 것은 쿨하게 등지며, 오히려 더 나은 자기만의 삶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들은 말한다. 포기하니 오히려 럭키비키잖아.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