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경제는 예술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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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김동연 지사가 미국의 세계 굴지 기업들과 1조4천억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특히 경기도 관찰사 심연(1587~1646)의 중치막이 미국에서 최초로 대거 공개되면서 실체가 불분명한 경기도의 문화적인 아이덴티티가 서울 넘어 세계로 직통하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는 데서 그렇다.
밤에 벌어진 개막 댄스파티에서는 400년 시공을 초월해 심연의 복식이 경기 예술의 시그니처로 각인되면서 춤과 포토존으로 미국 사람들의 혼을 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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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김동연 지사가 미국의 세계 굴지 기업들과 1조4천억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캘리포니아·워싱턴·애리조나주와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 6개 기업과 도내 기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를 놨다는 것이 골자다. 분야도 유통, 이차전지 신소재와 반도체 소재, 전기차 부품은 물론 구글과 인공지능(AI)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 등 다양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점은 도내 기업과 이들 기업의 재화 가치인데, 후자는 ‘미국적’이라는 무형문화가 곱해져 기하급수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역시 문화예술로 도내 기업의 재화 가치를 천배 만배 높일 때가 무르익었다. 이런 맥락에서 클리브랜드뮤지엄에서 때마침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쿠튀르: 세대를 이은 혁신’ 전시와 개막 포럼, 댄스파티는 경기도 예술과 경제의 함수관계에 대해 큰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경기도 관찰사 심연(1587~1646)의 중치막이 미국에서 최초로 대거 공개되면서 실체가 불분명한 경기도의 문화적인 아이덴티티가 서울 넘어 세계로 직통하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는 데서 그렇다. 미국 사람들에게 심연의 중치막은 그냥 옷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혼이었다. “400년 전에 오고 싶었지만 그때는 미국이 없었다”고 심연이 된 박물관장인 필자가 인사를 건넨 후 본격 시작된 뮤지엄의 보존과학 전문 학예사들과의 포럼은 호기심 천국이었다. 정미숙 학예사가 청송심씨 사평공파 심연 묘의 구조와 중치막이 발굴-보존처리-전시되기까지 5년간의 과정을 PPT로 보여주자 생전 처음 보는 옷의 패턴의 현대성에 놀랐고 삶과 죽음을 분리가 아닌 하나로 여긴 조선 사람들의 사유세계에 대한 끝없는 질문이 쏟아졌다. 더 나아가 인간이 옷을 왜 입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생각하게 했다. 석기시대 사람들은 중요 부위만 가린 채 옷을 벗고 살았다면 미국, 한국 할 것 없이 현대인들은 몸에 쫙 붙는 내복, 청바지, 외투, 정장까지 기능성 옷을 입고 있다. 하지만 조선 선비들은 이들과 다른 제3의 바람과 구름이라는 자연을 옷으로 입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심연의 중치막은 양팔을 벌리면 3m에 육박한다. 180cm 팔척 장신이라 해도 서양의 정장과 비교하면 너무 비현실적이다. 심연은 실용은 물론이고 몸과 옷 사이의 여백, 즉 대자연의 기운과 하나 되는 마음의 여유까지 입었던 것이다. 여기서 옷에 구속된 몸을 해방시키면서 현대인들에게 헐렁한 자유를 입힌 앙드레 김, 이상봉, 이진윤의 작품들이 조선 중치막의 후예들임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깨달았다. 이들 패션은 전통 단절이 아니라 현대로의 도약이었고 미니멀리즘의 끝판 왕인 중치막의 곡직 패턴까지 생각하면 인간의 내일 옷까지 입는다.
요컨대 조선 선비의 자연과 일체가 된 생사일여의 삶의 세계가 심연의 중치막을 고리로 훤하게 드러나는 데서 ‘경기’라는 정체성과 세계성까지 각인되고 있었다. 밤에 벌어진 개막 댄스파티에서는 400년 시공을 초월해 심연의 복식이 경기 예술의 시그니처로 각인되면서 춤과 포토존으로 미국 사람들의 혼을 빼놓았다. 그리고 윌리엄 그리스월드관장과 업무협약(MOU) 체결, 캐나다 온타리오뮤지엄의 전시 기획 요청에서는 왜 경제가 예술과 양 날개로 날면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절감했다. 유형의 경기도 재화는 무형의 예술정신, 그것도 수천 수만 년 경기 역사 전통의 가치로 각인될 때 기하급수적인 효과를 창출한다. 경기 경제가 이제 예술을 입고 상하이로, 하노이로, 세계로 날 때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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