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늘어나는 ‘국포자’

이연섭 논설위원 2024. 6.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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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매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한다.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 현황과 변화 추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중3과 고2 전체 학생의 3%를 표본으로 추출해 국어·수학·영어 교과별 학업성취 수준을 우수, 보통, 기초, 기초 미달 등 4단계로 진단한다.

지난해 9월 실시된 '2023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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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교육부가 매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한다.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 현황과 변화 추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중3과 고2 전체 학생의 3%를 표본으로 추출해 국어·수학·영어 교과별 학업성취 수준을 우수, 보통, 기초, 기초 미달 등 4단계로 진단한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진단하는 것으로 문제가 어렵지는 않다. 국어라면 비유법에 해당하는 문장을 고르는 정도, 수학은 기본적인 인수분해를 하는 정도다.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한다면 수업을 이해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실시된 ‘2023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전국 476개교에서 2만4천706명의 중·고교생이 참여했는데, 기초학력 미달자가 국어와 수학에서 심각한 수준이다. 국어의 경우 중3의 기초학력 미달이 9.1%로 고2 미달 비중(8.6%)보다 높았다. 고2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은 16.6%로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았다.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데도 문해력이 떨어지는 ‘국포자’(국어를 포기한 자)가 늘고 있어 걱정스럽다. 이는 상수나 함수 같은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를 만든다. 수포자에 이어 국포자까지 크게 늘어나는 상황인데 영어 실력은 조금 나아졌다. 중학생은 기초학력 미달자가 영어보다 국어가 더 많다.

교육당국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학교가 오래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지나고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는데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었다. 코로나 후유증이 이유일 수 있다. 코로나 세대의 학력격차가 이후 직업과 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등 경제 양극화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학업성취도를 ‘공부’ 문제로만 인식해선 안 된다.

‘심심한 사과’를 ‘지루한 사과’로,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하다 보면 의사소통까지 어려워지게 된다. 이는 사회 집단·계층 간 소통을 저해해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 국포자 증가를 결코 가볍게 보면 안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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