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수사권·감사권… ‘행정권력 무력화’ 노리는 野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다수는 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 윤석열 대통령 취임으로 권력을 내놓은 직후 내놨던 법안들을 22대 국회 들어 다시 발의한 것이다. 여권에선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대선 결과도, 삼권 분립도 무의미하게 만들고 행정부에 ‘족쇄’를 채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범계 등 민주당 의원 52명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21일 감사원 사무처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1대 국회 때인 2022년 민주당 의원 168명 이름으로 냈던 법안을 ‘재활용’한 것이다. 이 법안은 ‘감사완박’(감사원 권한 완전 박탈)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감사원법 개정안에는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6명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감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감사원 사무처가 긴급한 사유가 있어 감사를 시작했다면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하고, 받지 못하면 감사를 중단해야 한다.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 도중 범죄 혐의를 발견해 수사 기관에 수사를 요청하는 것,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금지했다.
민주당은 여당이었던 문재인 정권 시절부터 감사원이 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에 대해 감사에 나서려 하자 “정치 감사”라 반발하며 감사원 사무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했던 감사위원회에 권한을 몰아주면, 정권에 대한 감사원 사무처 감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를 통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에 실체가 있다고 밝혀내자, 감사위원 다수가 감사 보고서 의결에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감사 결과 공개에 난항을 겪었다. 감사원 전·현직 인사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위원들의 허락을 받아야만 감사를 할 수 있게 했다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은폐나 통계 조작에 대한 감사는 시작도 못 했을 것”이라며 “이 법안대로라면 앞으로 어느 정부에 대해서든 제대로 감사하기는 불가능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현희 의원 등 74명은 지난 13일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대통령의 ‘사적 이해관계자’를 수사하는 것과 관련한 특검법에 대해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다. 같은 날 한준호 의원 등 13명은 정부의 시행령 제·개정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시행령 통제법’(국회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 법안은 국회가 보기에 정부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 정부에 시행령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행령이 무효가 되도록 했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출범 직후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의 내용을 시행령을 통해 일부 고치자, 민주당이 내놨던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이원화하는 법안 발의도 검토하고 있다. 국무총리와 장·차관이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에 허락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 회의 도중에 자리를 뜨면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장·차관 국회 불출석 처벌법’(국회법 개정안)도 나왔다.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 18개 중 11곳의 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고, 국민의힘과 정부가 이에 반발해 장·차관들이 상임위에 불출석하자 압박용으로 내놓은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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