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확 낮춘 월세형도 나왔다... 실버타운 문턱 낮춘 까닭
지난 21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에는 ‘머니머니 시즌2-실버타운’ 영상이 공개됐다. 이번 영상은 1988년, 국내 최초로 경기도 수원에 ‘유당마을’이란 실버타운이 들어선 뒤 지금까지 실버타운이 얼마나 다양하게 진화해왔는지를 짚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를 위해 작년 12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문을 연 신축 실버타운 ‘평창 카운티’의 유복재 KB골든라이프케어 본부장이 출연했다. 실버타운의 역사부터 ‘요즘 실버타운’들의 특징까지, 실버타운을 둘러싼 중·장년층의 대표 궁금증을 풀어봤다.
◇허들 높은 실버타운
실버타운의 정식 명칭은 ‘노인 복지 주택’이다. 독립된 주거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60세 이상을 위한 100% 유료 시설을 뜻한다. 물론 배우자는 60세 미만이어도 입주할 수 있고, 최근엔 50대가 들어가는 실버타운 역시 생기는 중이다. 식사와 건강관리, 취미 생활 등 서비스를 공통적으로 제공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실버타운은 약 40개(수용 인원 9000가구) 정도다. 시설 대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급증하는 고령 인구에 비하면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지난해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실버타운 이용률은 0.09%에 불과하다. 실버타운 외 유료 양로 시설 등을 모두 포함한 민간 시설 이용률을 보더라도 한국은 0.2%로 미국(4.8%)과 일본(2.7%)에 비해 상당히 낮다.
또한 평균 3억~10억원 입주 보증금과 300만원 안팎의 한 달 생활비 등 고비용 때문에 자산가들만 진입할 수 있는 실정이다. ‘공공’ 노인 주거 복지 시설은 저소득층, 민간 주도 시설은 고소득층 대상으로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운영 주체 따라 콘셉트 다양해져
실버타운은 운영 주체가 어디인지에 따라 특색이 각양각색이다. 호텔형 실버타운의 대명사는 건국대가 운영하는 서울 광진구의 ‘더클래식500′이다. 초역세권 입지와 고급 서비스로 유명하다.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경기 용인의 삼성노블카운티는 넓은 녹지,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 등이 강점이다. 부지 면적 약 6만8000평 규모로 2001년 설립됐다.
2017년 입주를 시작한 더시그넘하우스는 민간 사업자(토다이)가 운영한다. 독실한 원불교도이자 노인복지에 높은 관심을 가진 LTS그룹 회장의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 개업했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해 서울 거주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밖에 천주교 종교 재단이 운영 주체인 인천 마리스텔라, 의료 재단이 운영하는 시니어스 등도 있다. 특히 전북 고창의 시니어스타워는 전라북도가 은퇴자들을 위해 조성한 마을 안에 위치해 골프장, 온천, 펜션, 요양병원 등 다양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리조트형 실버타운의 대표 주자로, 월 기본 생활비가 100만원 미만이라 조용하면서도 가성비 높은 실버타운을 찾는 고령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처럼 실버타운은 요양·의료 서비스 중점 시설에서 초프리미엄급 인프라를 갖춘 시설로 변화하고 있다. 2025년 10월 입주 예정인 서울 마곡 VL르웨스트가 대표적이다. 도심 한복판, 5호선·9호선·공항철도 등 트리플 역세권 입지에 들어선다. 롯데건설과 롯데호텔이 연계해 선보이는 ‘하이엔드(최고급)’ 시니어 레지던스를 표방하고 있다.
◇초프리미엄 VS 대중화로 갈리는 4세대 실버타운
그러나 요즘 등장하는 실버타운이 모두 프리미엄급 시설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평창 카운티’는 반대로 문턱을 낮췄다. 실평수 10~20평대로 가구 면적을 줄이고 보증금 3000만원부터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 ‘내 집’ 같은 실버타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복재 본부장은 “내 집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게 어르신들의 심리”라며 “내 집을 처분하지 않고도 의·식·주 도움을 받기 위해 실버타운에 들어올 수 있도록 ‘월세형’ 콘셉트로 보증금을 확 낮췄다”고 했다. 물론 보증금을 이렇게 낮게 선택하면 매월 부담해야 하는 생활비는 300만원 중후반으로 뛴다.
아울러 입주 연령 상한을 폐지했다. 그간 업계엔 대체로 ‘80~85세’의 입주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나이가 많으면 응급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보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초고령자를 기피하는 것이다. 이에 실버타운 입주자는 60~70대 초반 연령층이 두꺼웠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도 차츰 바뀔 분위기다. 유 본부장은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가운데, 앞으로는 75~85세 후기 고령자들을 위한 실버타운이 필요하게 될 것이란 판단으로 나이 상한을 명시적으로 폐지했다”고 했다. ‘요즘 실버타운’ 트렌드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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