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연장 혈투 마지막에 웃었다
박현경과 윤이나. 국내 여자 골프계에서 팬들을 몰고 다니는 대표적인 두 스타 선수가 4차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 승자는 박현경이었다.
박현경(24)은 23일 경기 포천힐스 컨트리클럽(파72·6528야드)에서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14억원) 최종 4라운드를 3타 차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였지만 이날 버디 8개, 보기 3개로 무섭게 치고 올라온 윤이나(21)와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 동타를 이뤘다. 윤이나는 경기 중반 박현경을 제치고 2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서 한동안 자리를 지켰으나, 15번홀(파4)과 17번홀(파4) 보기로 박현경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한 채 먼저 4라운드를 마쳤다.
박현경은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487야드)에서 1.6m 버디 퍼트 기회를 잡았다. 넣으면 우승. 그런데 캐디를 맡은 아버지(프로 골퍼 출신 박세수씨)와 퍼트에 대한 의견이 달라 혼란이 있었다. 결국 이 버디 퍼트를 놓치고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박지영(28)과 함께 3명이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1~4차전은 모두 18번홀에서 열렸다. 1차전에선 세 선수 모두 어프로치샷을 홀에 가까이 붙여 버디를 잡았다. 이어진 2차전에선 모두 투 퍼트로 똑같이 파를 기록했다. 3차전은 핀 위치를 옮겨 치러졌는데 박지영이 파를 기록하고 다른 두 선수가 버디를 잡으면서 박지영이 먼저 탈락했다.
연장 4차전. 박현경과 윤이나가 맞붙자 열성팬들 응원전도 뜨거웠다. 박현경의 티샷(224.9야드)은 장타자 윤이나의 티샷(263.6야드)보다 거의 40야드 더 짧았다. 그러나 박현경은 세컨드샷이 여러번 튀어 그린에 올라가면서 투 온에 성공했다. 윤이나의 세컨드샷은 그린 프린지에 멈췄다. 박현경은 13.4m 거리에서 침착하게 이글 퍼트를 해 홀 27㎝에 바짝 붙였다. 윤이나가 친 어프로치 샷은 홀 4m 지점. 박현경이 유리해졌다. 윤이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해 버디 퍼트를 했다. 홀을 향해 굴러간 공은 들어갈 듯 홀컵 주위를 빙글 돌아 나오면서 탄식이 터졌다. 이어 박현경은 짧은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곤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박현경은 우승 상금 2억5200만원을 받았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 번째 우승이자 통산 여섯 번째 우승. 시즌 투어 상금(7억4263만원)·대상(284점) 랭킹 1위로 올라섰다. 박현경은 이날까지 연장전을 4번 치러 그중 3번 승리했다.
박현경은 “오늘 짧은 퍼트를 여러 차례 놓쳐 불안했지만, 중장거리 퍼트가 잘되어 흐름을 뺏기지 않았다”며 “같이 연장전을 치른 선수 중 내가 비거리가 가장 짧았기 때문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고 경기했다”고 말했다. “오늘 9번홀 티샷을 하고 나서 아버지가 ‘걱정 마라. 정말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한마디에 마음이 편안해져 우승 원동력이 됐다”며 “US여자오픈(공동 39위)을 치르고 이달 초 돌아온 뒤로 컨디션이 빨리 회복되지 않아서 이번 대회에서는 성적보다 컨디션을 올리는 데 집중하다 보니 집중력과 샷도 좋아졌다”고 했다.
올 시즌 투어 복귀 이후 첫 우승을 노린 윤이나는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다. 4차 연장뿐 아니라 2차 연장에서도 9m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오는 등 아쉬운 순간을 겪었다. 2022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윤이나는 그해 7월 투어 첫 우승(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을 달성했지만, 한국여자오픈 경기 도중 오구 플레이를 한 사실을 뒤늦게 신고해 3년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징계 기간이 절반으로 감경되면서 지난 4월부터 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해왔다. 지난달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이어 복귀 후 두 번째 준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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